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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일 Jul 18. 2023

#01. '세컨드 도어'를 시작합니다

 ‘스페이스 펜’과 ‘연필’

"한편, 소련은 볼펜 대신 연필을 사용했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던 때, 미국은 우주비행사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볼펜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미국은 우주에서도 쓸 수 있는 볼펜을 개발하기 위해 백만 달러를 투자했고, 무중력 상태에서도 쓸 수 있는 볼펜 개발에 성공합니다. 한편, 소련은 볼펜 대신 연필을 사용했습니다.


영화 ' 세 얼간이'


‘세 얼간이’라는 영화에도 나오는 이야기로 많은 사람이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이 유명한 '스페이스 펜' 이야기는 단순히 ‘문제 정의의 실패’라고 소개됩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연필을 썼다고 알려진 소련도 1969년 결국은 모든 우주 비행사가 이 ‘스페이스 펜’을 구매해 사용했으며, 현재까지 이 기술은 볼펜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기술이 되었습니다.




"MoTV"


몇 년 전 추천을 통해, 'Mo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춘'이라는 유튜버가 퇴사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을 주변인들과 즐겁고 유쾌하게 기록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느슨한 연대'라는 단어가 너무 좋더라고요. 이 '느슨한 연대'를 통해서 각자가 지향점을 연결하는 모습을 보며 매 에피소드마다 감탄했습니다. 단순히 좋은 것에 그치지 않고, 간질거리는 기분이 느껴질 정도로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브랜딩이라는 것이 꼭 엄청난 준비를 통해 시작할 필요가 없겠구나, '준비하는 과정', '브랜딩을 만드는 과정'도 브랜딩이 될 수 있구나 느꼈습니다. 오랜만에 배려심 깊고, 솔직한 유튜브 채널을 발견하게 되어 주변에 열심히 'MoTV'를 알리는 중입니다. 역시나 보는 것만으로 아쉬움이 남고, 무엇인가 하고 싶은데 'MoTV'처럼 멋지게 할 수는 없으니 잘하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무엇이든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EP1. 모춘. 지옥에서 온 브랜딩 전문가. 두서없는 유튜브 출사표. / MoTV




"무엇을 왜 정하게 되었는가"


프로젝트 이름을 '세컨드 도어'로 결정했습니다. ChatGPT와 프로젝트의 목표와 방향, 대상들을 고려하며 대화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네이밍이었고, 여러 가지 함의를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우선 '세컨드 도어' 말 그대로 두 번째 문을 만들어 기회를 연결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관점을 공유하고 작게나마 도움을 전하며 기회의 평등을 만들어보는 첫 시작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앞서 '스페이스 펜'의 이야기처럼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큰 의미가 없는 행동이 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꾸준함이 쌓여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나름대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순히 일상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한 것을 함께 모으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차곡차곡 쌓아, 이를 기반으로 도움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세컨드 도어'를 통해, 필요한 도움에 우리가 발견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인사이트를 연결해 보고 싶습니다. 다른 프로젝트나 모임들처럼 엄청난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가볍고, 사소해도 좋습니다. 물론,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끝나도 괜찮습니다. 다만, 꾸준히 즐겁게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How To Play(Rule/Motivation/Benefit)"


사실 저는 꾸준히 실천하는 것을 못합니다. 목표를 너무 크게 세워놓고는 그 목표에 도취되어 불가능한 계획을 세울 때가 많아요. 당연하게도 계획은 실천하지 못했고, 스스로 실망해 아예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이번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진짜로' 꾸준히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꾸준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고 게으르게 고민했고, 몇 가지 필요한 규칙을 정했습니다. 물론, 부담이 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도록 작고 사소한 규칙입니다.


첫 번째, '계획'은 간단히, '실천'은 빠르게

저의 이번 프로젝트는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끝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결과를 아예 생각하지 않는 아닙니다. 다만,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모임이 부담되지 않도록 과정에서 얻는 것들을 우선으로 모여지고 쓰이는 것들의 확장 가능성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답보다 질문이 더 많은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두 번째, 성장과 성취를 눈으로 확인하기

성장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기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간 왜 중간에 멈추어 버렸는가 떠올리면 가시적으로 성장이나 성취를 확인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어려웠습니다. 이번에는 과할 정도로 솔직하게 작은 단위의 성공과 실패들을 기록하고 오픈해 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진행하는 과정을 추적해 나가면서 효과가 더 증가할 수 있도록 누군가 활용할 수 있는 원칙과 가이던스 문서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세 번째, 함께 나누면 더욱 커지는 경험의 복리

실패를 반복했어도 경험이 남아 또 다른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혼자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제 것을 나누며 함께하는 작업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전과 달리 목표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과정이어도 상관없다고는 말했지만, 그래도 결과가 쓸모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선 목표는? 


기회, 함께, 성장, 성취.. 사실 진부하고 나이브한 목표입니다. 인정합니다. 다만, 짧은 호흡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제가 느꼈던 것들을 남기고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조금 더 명확하게 목표를 말해보자면, 제가 가진 사용자 경험에 대한 스킬을 활용해 조금 더 넓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시작은 '체크리스트'입니다. 의사 선생님들이 진료를 할 때 5단계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문진 > 시진 > 청진 > 타진 > 촉진

저는 진료를 위한 위 5단계처럼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구성하려고 합니다.


체크리스트에서는 현황에 대한 확인/비교 두 가지를 우선합니다. 한 발 물러서서 스스로 질문에 답해보며, 각 단계별로 접근해 어떤 상황인가 현황을 진단하고 문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문제가 적폐 되는 상황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객관성을 잃어버린 상태가 많습니다. 특히 당연히 우리 것을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비교나 분석을 하지 않습니다. 고객에게 선택권이 없다고 상정해 버리면서 스스로 우물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죠.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기준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메타인지를 높여나가야 합니다.


PS. 바쁘다는 말로 하고 싶고, 할 수 있던 일들을 너무 많이 미뤄왔습니다.
계획은 거창한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요? 일단 실행으로 옮겨야겠습니다. 
우선 체크리스트부터 빠르게 만들고 공유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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