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무도 찾지 않는 박물관

큐레이터가 쓰는 여행에세이

“오늘도 사람이 없네.”


서울의 한 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일하는 나는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면서 중얼거린다. 어제도, 지난주도 그랬듯이 내일도, 다음 주도 사람이 찾지 않을 것이다. 하루에 정말 많은 관람객이 오는 날은 이백 명이 넘을 때가 있지만, 스무 명도 채 되지 않는 날이 이어질 때가 훨씬 잦다. 그런 날이면 ‘날씨가 안 좋아서 그런가?’하고 괜스레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목요일이라서 그래’라며 애꿎은 요일을 탓하기도 한다.


해외 작가의 사진전시,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 전시, 연예인의 오디오 도슨트 등 최근 소식을 보면 분명 전시와 문화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 같은데 막상 '박물관'을 찾는 사람은 없다. 


주변에 가끔씩 '혹시 박물관 좋아하세요?'라고 묻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 '박물관이라면 아주 환장하지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누군가 내게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어서 '학예사입니다'라고 대답하면 '네? 회계사요?'라고 되돌아온다. 학예사 라는 직업이 그렇게 알려진 건 아니겠구나, 싶어서 다음부터는 그냥 '박물관에서 일해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아, 도슨트시구나' 라는 반응이다. 


동종업계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모임에 참석했을 땐 더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하기도 했다. 어떤 박물관들은 하루에 관람객이 ‘0명’ 일 때도 왕왕 있으며,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더욱 부자연스러운 일 같은데 말이다. 그럴 경우 박물관들은 학교, 여행사, 각종 기관과의 불균형하고 엉성한 제휴를 통해 관람객 수를 어느 정도 확보한다. 그렇게 목표인원을 달성하고 나면, 사실 그만이다.


전 세계 박물관의 수는 약 9만 5천 개 정도로 볼 수 있다. 그중에서 우리가 잘 아는 상위 몇 개의 박물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언젠가 찾아올 관람객의 발길을 기다리며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문지기처럼 두 눈을 켜고 CCTV를 바라보는 학예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관람객이 적은 박물관을 찾는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학예사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으며, 쾌적한 문화시설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준다. 그래서 나는 주저리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박물관을 계속해서 돌아다니고, 외로움과 특권을 동시에 느끼며 박물관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기록을 남기려 한다. 




브런치, 첫 시작입니다.

오늘도 저의 브런치를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