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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an 20. 2024

이렇게 살면 큰 일 나는 줄 알았지 ( 리틀타네 )

업글할매 책방 #34

역시나 이번 책도 제목과 표지가 범상치가 않다.

언제부터인가 일러스트라는 것에 꽂혀서는 이렇게 책에 예쁜 그림이 있으면 일단은 무조건 책을 사게 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실패한 적은 없다.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살아도 괜찮아! 20만 귀촌 유튜버 리틀타네의 우당 통탕 호미질 라이프 아주 예쁜 띠지의 문구이다.

오늘의 행복을 찾아 도시에서 시골로 “나”를 옮겨 심는다는 리틀타네 작가님의 책 설명이 너무도 재미있다. ​“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를 쓰신 리틀타네 작가님은 ​조금 이른 나이에 귀촌을 감행해서 시골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유튜버이자 프리랜서이다.

“리틀타네의 슬기로운 생활”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철학인 “넘어지면 쉬어가자”의 시골에서의 여유로 윤 생활을 기록하고 계시단다.

세상이 살라는 대로 살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쓰셨단다.

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리틀타네 작가님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당으로 나가 삽을 든단다. ​야외에서 하는 일은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마쳐야 하기 때문이란다.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필수 사항이다. ​농촌이나 전원생활을 하는 곳이나 주변에 햇빛을 가로막아주는 빌딩이나 집들이 별로 없다 보니 더더욱 해가 뜨거운 것 같다.


​그야말로 새 나라의 어린이 생활이다.

귀촌을 하고 난 후에 리틀타네 작가님은 어째 수저보다 삽을 더 많이 드는 것 같다는 말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이해가 가는 말이기 때문이다. ​죽어라고 일만 하는 우리 집 양반 또한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아침 밥 일찍 먹고는 그 길로 마당으로 나가서 점심때가 돼도 들어올 생각을 안 한다.

해가 뜨거워지면 끝내고 들어와야 하는 데 ​우리 집 양반은 해가 아무리 뜨거워져도 일이 끝나기 전에는 절대로 집 안으로 들어오지를 않는다.

어떨 때는 점심도 거르기가 일쑤이다 보니 리틀타네 작가님의 수저 드는 것보다 삽을 더 많이 드는 것 같다는 말씀이 그대로 가슴에 와닿는다.




시골에서의 새로운 인생을 꿈꾸면서 유튜브 계정을 만들며 ​시작도 하기 전에 유명세를 치를 일부터 걱정했단다.​그리고는 대박이 터지기만을 기다렸단다. ​그리고 놀랍도록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단다.

모두들 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잠시 추억에 젖어본다. ​나 역시 유튜브라는 것을 시작할 때 내 딴에는 제법 공을 들여서 영상 하나를 만들어 놓고는 ​마치 하나님께서 천지 창조를 하시고는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말처럼 ​나 역시 너무도 보기에 좋아서 저녁에 업로드를 해 놓고는 ​혹시 밤사이에 대박이라도 나면 어떻하나는 걱정에 잠을 설친 적이 있었다.

결과는 리틀타네 작가님처럼 철두철미하게 외면당했다.


리틀타네 작가님을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 준 것은 엄마의 잔소리도 아니고 어른들의 꾸지람도 아니었단다.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작가님의 따뜻한 시골집이었단다.

시골로 내려와 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아무리 고성방가로 소란을 피워도 이웃과 마찰할 일이 전혀 안 생긴다는 것이다. ​층간 소음이라는 것은 딴 세상 사람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 집 양반은 주변에 사람이라고는 없는 집에 살 때도 ​늘 나보고 조용히 하라고 하는 사람이다. ​아파트에 안 살기를 정말 잘했다. 아파트에 살았으면 층간 소음 신경 쓰느라 ​이 사람 잔소리에 지레 죽었을지도 모른다.

시골서 살다 보니 삽질로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을 키우고 ​농사일로 허리와 다리를 단련하며 직접 키운 유기농 야채를 먹다 보니 ​근육 짱짱한 중년으로 성장하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란다. ​젊을 때 부지런히 근육 키우시기를 바란다.

노인이 되면 다달이 들어오는 연금보다도 근육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살면 큰 일나는 줄 알았지”를 일찌감치 깨우쳐서 ​지금처럼 근육 열심히 키워나가는 리틀타네 작가님의  희망찬 앞날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본다.




리틀타네님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는 ​샴푸, 칫솔, 비누, 두루마리 휴지처럼 이런 살면서 꼭 필요한 생필품이라는 것에 대한 가격을 전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단다. ​부모님 품 안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그때서야 비로소 두루마리 휴지 한 롤의 가격을 알았단다.

막상 독립을 하고 나니 모든 것이 돈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나올 때 쌀이라도 더 훔쳐 올 것을 그러지 못한 것이 가슴에 사무쳤다는 말씀이 너무도 예쁘고 귀엽다.

훔친다는 말에 귀엽다고 하는 것이 약간 이상하긴 하지만 ​우리 때는 시집간 딸이 친정에 놀러 올 때는 전부 도둑이라고 했었다. ​그때는 전부들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서 어쩌다 친정에 한 번 놀러 오는 날에는 이것저것 뒤지고 뒤져서 ​그야말로 쌀 한 톨이라도 더 가져가려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친정엄마 스스로 보따리 보따리 싸서 챙겨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보따리 싸서 챙겨주는 것도

귀찮아하는 세상이 됐단다. ​그래도 아직 이런 작가님처럼 쌀 한 톨이라도 더 훔쳐 오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정겨운 마음이 귀여워서 ​그때 그 힘들었던 시절이 다시 그리워지는 것이다.


기껏 독립을 선언하고 혼자 자유의 시간을 만끽하기도 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리틀타네 작가님 마당에 엄마의 집이 들어섰단다.

작가님 몸에는 K- 장녀의 피가 흐르고 있고 ​300평이나 되는 집과 밭을 혼자 책임질 자신도 없어서 ​언젠가는 이 공간에 부모님을 모실 계획은 갖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단다. ​꼭 지금 이렇게 빨리 왔어야 했냐면서 투덜투덜 대는 작가님 모습이 ​역시 또 귀엽고 사랑스럽다.

투덜거리는 그 마음속에는 엄마에 대한 사랑이늘 함께 한다는 것이 저절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이라는 것이 늘 곁에 붙어있을 때는 귀찮고 짜증스러웠다가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한없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리틀타네 작가님은 인도에서의 공부를 마치더니 이번에는 미국 시애틀로 또 공부를 하러 갔다가​뜬금없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헤스페리아”라는 곳에 위치한 “칼어스”라는 곳을 가셨단다.

제3 세계 사람들을 위해 전쟁 후에 남겨진 잔해들로 집을 짓는 법을 가르쳐 주는 커뮤니티이다. ​당신은 이곳에 온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환영인사와 함께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여 함께 흙집을 짓는 모습을 보면서 리틀타네 작가님은 난생처음으로 가슴이 설렜단다.

이래서 청춘은 아름답다고 하나보다.

나 같은 할매는 겁이 나서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을 척척해낸다.

연필보다 무거운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리틀타네님 앞에 ​자그만치 14킬로그램이나 되는 템퍼가 주어졌단다. ​엄청난 크기의 쇠망치인 것이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자는 심정으로 매일매일을 그저 수없이 땅을 내리쳤단다.

노동으로 뭉친 근육은 노동으로 풀면 된다는 현장 강사의 지론에 따라 ​땅을 내리치고 또 내리쳤단다. ​독기 빼면 시체였던 리틀타네님은 결국 이 힘든 것을 이겨내면서 ​나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라는 신념이 생겼단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도 생겼단다.

정말 장하시다.

대한민국의 여아여 !


속 터지는 자식이라 죄송합니다.
덕분에 저는
좋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합니다.
- 리틀타네 -




기왕에 먹는 나이 맛있게 먹자고 한다. 배불리 먹으면 언젠가는 전부 나의 피와 살이 되어있을 것이란다. ​참 대단한 표현이다.

나이를 맛있게 먹자니…

이래서 젊은 작가님들의 책이 재미있다.

우리는 상상조차 못하는 엄청난 표현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차피 노인이 되고 나면 입맛도 떨어지고 씹는 능력도 떨어지는데 ​이렇게 고생해서 씹지 않아도 되는 맛있는 나이라는 것이 있으니 ​이것 또한 다행이다.


어딜 가나 왜 결혼 안 하냐는 소리에 리틀타네 작가님 다운 답변을 한다. ​결혼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로 했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존중해야 하는 데 ​나를 존중하지도 않으면서 남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란다.

비혼이든 기혼이든 싱글이든 커플이든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하면서 ​일단 사람부터 되고 보겠다고 말씀하시는 리틀타네 작가님의 확고한 철학에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리틀타네 작가님의 시골 생활 중에서 전기료 때문에 고생하시는 게 많이 속상하다. ​왜 태양광 지붕을 설치를 안 하시는지이유를 모르겠다.

하기야 우리 주변의 사람들도 거의 안 하고 사는데 ​우리는 무조건 이사를 하면 태양광 지붕부터 설치를 한다. ​전기료도 전기료이지만 당장 차고가 없어서 차고 대신으로도 설치한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이다. ​리틀타네 작가님한테도 권해드리고 싶다.


나는 오늘도 시골에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천천히 자라 마침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들처럼, 그렇게.

- 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



“이렇게 살면 큰일 날 줄 알았지”의 리틀타네 작가님은 본인 스스로를 게으름의 극치라고 자주 표현하시는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말씀이라는 것이 이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어쩜 아직도 젊은 분이 그 짧은 시간에 그리도 많은 곳을 다니고 게다가 공부까지 하면서 살아오셨나가 한눈에 보인다. ​대단한 열정을 갖고 사시는 분이다.

이런 젊고 많이 배우신 분들이 계속해서 귀촌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도 이미 많은 젊은 분들이 귀촌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분들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정확한 전문지식으로 ​단지 귀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재능기부를 하신다면​낙후된 농촌들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리틀타네님의 귀촌 생활 에세이를 보면서 우리 농촌의 밝은 미래도 함께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시골에 살아보니 정말 좋은 것들이 참 많다. ​우선 공기가 좋고 차도 덜 막히고 ​사람 때문에 부디끼는 일도 적고 ​무엇보다도 내 마당에 내가 직접 키우는 야채들을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필요한 만큼 따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는 살아보기 전에는 모른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다른 하나는 내려놓아야 하는 법이다. ​도시처럼 인프라가 잘 되어 있지를 않다 보니 ​도시에서 오래 살던 사람들은 이런 점이 가장 불편한 점일 것이다. ​그래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만큼 주어지는 행복이 더 크다면 ​시골에서의 내려놓고 사는 멋진 생활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봐도 좋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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