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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an 24. 2024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업글할매 책방 #30

두 말이 필요 없는 작가라고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를 소개할 때 늘 따라다니는 말이다. ​아마도 한국에서 알려진 일본 작가 중에서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은 ​78년도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82년도부터 전업 작가를 위한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 ​이 책을 쓰던 2006년까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약 23년 동안을 달리셨단다.

100일만 꾸준히 해도 인생이 바뀐다고 하는데 ​무려 23년이라는 세월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정말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런 모습의 작가님이 너무 좋아서 제대로 이해도 못 하는 그 어려운 책들을 사서 모으고 읽곤 했었나 보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 책은 좀처럼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를 통해서 작가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을 길러온 과정을 ​솔직하고 생생한 기록으로 남긴 무라 카미 하루키의 최초의 회고록이라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이 달리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소설의 성향이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는 인생 속에는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꼭 배워야 할 마음가짐과 실천의 지표가 녹아있는 것이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매일 계속하다 보면 나만의 철학이 우러난다고 했는데 ​마라톤 코스를 무려 25회나 완주한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달리기”란 삶이자 철학이었던 것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 가면서 과거의 자신을 이겨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하루키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전업 소설가로서 살아가고자 결심을 하고는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은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기를 계속해 왔다고 한다.

뭐든지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가 있다는데 ​바로 하루키에 있어서 달리기가 지금의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

달리기는커녕 걷기만이라도 꾸준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다면 ​이 또한 엄청난 변화를  줄 것인데도 왜 걷기조차 꾸준히 못하고 있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달리기와 문학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길래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토록 달리기에 전념했을까 궁금하게 만든다.

하루키 작가님은 자신의 작품의 80%는 모두 달리기 덕분이라고 말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두뇌운동이자 육체노동인데 ​달리기는 상상력을 올려주는데도 최고의 운동이란다. ​또한 실패를 단련하는 데도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단다.



근육은 붙기 어렵고 빠지기는 쉽다.
군살은 붙기 쉽고
빠지기는 어렵다.


어쩜 이리도 지금의 내 몸 상태를 똑같이 표현했을까~~

노년에는 연금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근육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더라. 얼마나 근육이라는 것이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그 웬수같은 군살은 그리도 안 빠지는지 ~~



나는 달린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의 존재라는 문제에 대해서 하루키 작가님 다운 멋진 말이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정신없이 일만 하고 살아오다가 어느 날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나의 두 무릎은 연골이 다 없어진 상태란다. ​수술을 권하는 의사의 말을 뒤로하고 그때부터 나는 걷기라는 것을 시작했다.

하루키 작가님처럼 비록 달리기는 못하더라도 아픔으로 인한 고통에 흐르는 눈물을 꾹 참고 ​걷고 또 걸었더니 거짓말처럼 무릎이 많이 좋아졌다. ​닳아 없어진 연골을 재생시키지는 못해도 뼈 사이에 근육이 조금씩 생기면서 나아지는 현상이란다.


나 또한 걷기로 인한 기적을 만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은 전업 작가가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체력이라고 생각해서 달리기를 시작하셨다는데 ​나 역시 글쓰기를 계속해 나가려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바로 체력이라는 것을

아주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이 반드시 작가가 아니더라도 엄청난 지구력과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것을 ​이제 비로소 깨닫고 있는 것이다. ​걸어야겠다. 꼭 책을 쓰기 위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오래 살기 위해서도 아니다.

걷는 그 순간이 너무도 행복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더 더군다나 제주도에서 걷기란 걷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다.

하루키 작가님 덕분에 걷기에 대한 열망이 더 강렬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의 달리기 예찬론 중에서 ​달리기는 큰 도구나 장비도 필요 없고 신발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 달릴 수가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운동인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은 굉장한 루틴의 삶을 살고 계시는 것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산책을 즐겼다는 “칸트”가 생각이 난다.

루틴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2022년 트렌드 코리아에 등장한 “바른생활 루틴이”라는 말이 너무 좋아서 ​그때부터 나의 노트에는 무조건 바른생활 루틴이라고 제목을 적어놓고 ​할 일이라고는 별일 없는 할매가 나름 루틴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부지런히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니까 할 일 없었던 사람한테도 그동안 알게 모르게 이룩해 놓았던 것이 많았다는 것을 ​이 바른생활 루틴이 노트 덕분에

알게 되었다.

주위에서는 뭐 그렇게 요란 떠냐고 하지만 치매 걱정을 해야 하는 나이일수록 ​이런 의식적인 리추얼이 어느 정도는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하루키 작가
그리고 러너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이 묘비명으로 쓰고 싶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서 마라톤과 문학은 세계의 가장 중요한 성취이자 덕목으로 삼고 있다는 말씀에

존경스러움과 경의를 표하고 싶다.


진정한 신사는
이미 헤어진 여자와
이미 납부해 버린 세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너무도 멋진 말이다. ​지금의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요상한 남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쪼잔해지지 말자.

그래도 남자 아닌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이 그토록 달리기를 좋아하시는 이유 중의 하나가 ​적어도 달리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되는 것이란다. ​그저 아름다운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란다.

이런 시간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하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씀하시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

참 멋지게 사신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멋진 작가님을 한동안 무척 좋아했었다. ​그래서 책도 많이 사서 장식용으로도 꽂아놓곤 했다.

“나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아~~”라고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하루키의 소설은 칠십 인 내가 읽기에는 많이 난해했고 ​다 읽고 나서도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기조차 했었다.

하지만 에세이는 달랐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이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안도감을 주었다.​ 이 책 역시 달리기에 대한 에세이로서 아주 편하고 감명 깊게 읽었다.

한동안 손 놓았던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오늘부터 나도 달리기는 못해도 최소한 무조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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