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업글할매 Jan 25. 2024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업글할매 책방 #37

오늘도 여전히 책 제목과 책 표지가 너무도 예뻐서 읽어보려고 마음먹은 책이다. 갈수록 책 제목과 표지들이 너무도 세련되어지고 근사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예쁜 책 표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안 읽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무슨 마법일까 생각해 본다.


이나미 작가님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분석 심리연구가이시다. 《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이라는 책은 이나미 작가님이 황혼으로 접어든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인생에 대한 소신을 담은 책이다.


《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의 저자이신 이나미 작가님은 책을 시작하면서 “들어가는 글‘이라고 멋있게 시작하신다.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나가는 글“이라고 하면서 아주 근사하게 마무리를 하신다.


그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이런 사소한 것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이런 사소한 것들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멋진, 때로는 허무한 거짓말에 울고 웃다가 어느덧 노년의 삶을 마주하게 되면서 지나온 삶을 반추하게 되고 앞으로의 시간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게 된단다. 그러면서 늙어감을 받아들이는 한편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서글픔을 잠재우기도 하는 것이란다.


그래서 책 제목을 《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이라고 만드셨나 보다.


아름다운 지구에서의 찰나, 생겼다 없어지는 한 점 먼지에 불과한 “거짓말”같은 인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라진 후에도 나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기에  이나미 작가님은 감히 이 찰나의 거짓말에 “멋진”이라는 단어를 붙이셨단다.


《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 정말 너무도 멋진 제목이다.



목차
1부: 홀로 서는 법을 절대 잊어버리지 말고
2부: 우주가 선사한 우연한 현상
3부: 그냥 벌레 같이만 되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에게는 죽을 것 같이 힘들어서 차라리 죽고 싶을 때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란다. 하지만 어느덧,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 힘들었는지 아득하게 남의 일 같이 느껴질 때가 거짓말같이 찾아온다고 하신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웬만하면 다들 어찌어찌 견디는 것이라는 말씀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정말로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서 때로는 유서라는 것도 써보기도 하고 딸애한테 전화해서 나 죽으면 양지바른 곳에 묻어달라고 하기도 했었다. 이나미 작가님 말씀처럼 언제 그랬냐 싶다. 어쩜 그리도 아득하게 먼 옛날의 아무렇지도 않은 남의 일같이 느껴질 수가 있을까…


그야말로 인생이란 멋진 거짓말이다. 이래저래 다들 살아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살아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이 당장 현실이 고달픈 사람들한테는 그다지 큰 위로가 되지 않는 것 또한 그때를 살아봤기에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며, 인생이란 아무리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그냥 살아진다는 것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도 살아보니 사실이었고, 너무도 아팠던 기억들도 이 또한 지나가더라. 견디다 보면 지나가게 된다는 말이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어쩌다 보니 황혼, 마음은 놔두고 나이만 들었다는 이나미 작가님 말씀처럼 나만 내 마음은 언제나 이팔청춘이라고 노래를 부른 것은 아닌가 보다. 그야말로 어쩌다 보니 황혼 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마음은 그대로인 것이 제대로 늙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주책스러운 늙은이가 되어가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어차피 나이 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는 없으니까 마음만이라도 붙잡아 두고 싶다. 너무 티 나지 않게 너무 꼴 보기 싫지 않게 조심조심해서 붙잡을 수 있는 만큼만 붙잡아 두자. 이것 또한 언제 빼앗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승근 가수가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불렀던 노래가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아직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고 있을 것이다.


《 내 나이가 어때서… 》

이 노래는 나이에 비해서 신체가 건강한 노인들에게 많은 꿈을 주는 동시에 착각 또한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나이에 위축되지 말고 즐겁게 살자는 뜻이 때로는 노인장을 과시하며 《 내 나이가 어때서… 》 하고 소리 높여 노래 부르듯 자신의 나이를 애써 부정하고 젊은 사람들 흉내를 내려는 노인들이 많단다.


《 내 나이가 어때서… 》라고 하면서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 파트너를 찾아 헤매는 이런 일탈과 방종의 끝이 얼마나 허무한지 일찌감치 깨닫지를 못하면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참 몹쓸 늙은이”라는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이나미 작가님은 일침을 놓으신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팽팽한 피부와 잘생긴 외모와 걸출한 신체 능력이 아니라, 그동안 성실하게 살아온 삶의 이력과 봉사와 희생정신이란다.


이해인 수녀님과 오드리 헵번의 노년의 모습이 그리도 아름다웠던 것이 바로 이런 데서 나오나 보다.


늙을수록 부부는 꼭 손을 붙잡고 다니란다. 금실이 좋아서가 아니라 손을 잡아야 넘어져도 상대가 잡아줄 수 있으니 일종의 안전장치라는 말씀에 기운이 빠진다.


우리 집 양반 사전에는 함께 손잡고 걷는 법이 없다. 어쩌다 한 번씩같이 운동하러 나가서도 앞에 손잡고 가는 부부의 모습이 하도 보기 좋아서 내가 슬그머니 손이라고 잡으면 냅다 손을 빼버린다. 그러고는 저만치 떨어져서 혼자 걷는다.


고약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화장실을 들리게 되면 다른 부부들은 영락없이 입구에서 남편들이 와이프 가방 들고 행여 집 사람 잊어버릴까 봐 입구에서 꼼짝도 안 하고 지키고 있다.


화장실에서 나오면 난 없어진 우리 집 양반 찾느라고 “여보~~”라고 부르면서 찾아헤맨다. 무슨 팔십 대 노인네가 그리도 걸음이 빠른지 참 신기하다. 간신히 찾아내면 기어코 한 소리 듣는다. 창피하게 왜 불러대냐고 한다.


좌우지간 연구 대상이다.


내 눈에 비치는 가장 아름다운 노부부의 모습은 이렇게 둘이서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인데 이것 또한 이번 생에서는 망한 것 같다.


이나미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젊은 사람들 틈에 끼여 무언가를 할 때는 신중해진단다. 내가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나이 든 내 존재 자체가 젊은 사람들한테는 불편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란다.


내가 아무리 꼰대 짓을 안 하려고 해도, 노인 짓을 안 하려고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그냥 앉아만 있어도 꼰대로 비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신단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나이 든 사람을 젊은 사람이 진심으로 좋아할 확률은 참으로 낮은 게 정상이란다.


지극히 당연한 이 말씀에 사실 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뒤늦게 공부라는 것을 시작하고는 공부 모임에 다니기 시작했다. 거의 40대가 주를 이루고 어쩌다 한 둘의 오십 대 초반이 전부인 모임에서 칠십이 넘은 할매는 오직 나 혼자이다.


우리 집 양반 말마따나 괜히 젊은 사람들 공부하는데 민폐 끼치지 말고 집에만 있어야 했나라는 초라한 생각이 들었다. 노인네가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있는 것 자체가 그들한테는 불편할 수도 있다는 말이 실감이 되면서 너무도 서글프게 다가온다.


그렇지 않아도 나 혼자 약간 겉도는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노인네 티 안 내려고, 꼰대 짓 안 하려고 나름 무척 노력을 하고 다닌다. 그런데도 내 존재 자체가 젊은 사람들한테는 불편 그 자체라는 말은 인정은 하면서도 너무도 처량해진다.


그렇다고 내 나이에 맞는 그룹을 찾아가자니 내가 원하는 공부가 없다. “디지털포메이션”을 외치고 다니는 칠십 대 할매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어쩌란 말이냐…

내 나이가 어때서?는 이럴 때 쓰는 말 같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늙거나 죽는 것이 아니라고 이나미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그보다는 “그 사람, 왜 빨리 죽지 않지?”그런 소리를 들을까 봐 무섭단다. 더 이상 쓸모가 없거나 남들한테 민폐나 끼치는 그런 존재가 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우리 역시 주변에서 이런 소리를 듣게 되는 날이 오지는 않을지 정말로 두렵고 무섭다. 그 누구도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또한 인생인 것이다. 달리 특별한 방법이 없어서 그저 매일같이 기도만 하고 있다.


제발 무슨 일이 있어도 죽는 그 순간까지 절대로 민폐 끼치지 않고 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이미 연명치료 거부라는 것도 해 놓았고 우리 죽으면 절대로 장례식을 치르지 말 것을 확답도 받아놓았다.


거의 평생을 눈치란 눈치는 다 보고 살았는데 죽어서까지 남들한테 눈치 받을 일은 정말 죽기 보다 싫다.


수십억의 인생 중 똑같은 인생이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노후 역시 누구에게나 잘 들어맞는 그런 절대 불변의 법칙은 없다고 한다.


노후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중년, 장년을 거치면서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완벽한 노후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라고 이나미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즉, 젊어서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노후의 그림이 완성된단다.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계획을 잘 세워서 차근 차근 준비해야 하는 것이 바로 노후인 것 같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꼭 치매가 아니더라도 더 이상 힘주어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란다. 그래서 노인들을 만나면 건강 말고는 할 이야기가 없단다.  노인이 되면 시력도 떨어져 새로운 책을 읽을 가능성도 떨어져 그야말로 대화가 빈곤 상태가 되는 것이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같은 프로를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해서 보고 또 보며, 어제 한 이야기를 오늘도 하고 또 내일도 할 것이란다. 일종의 블랙홀 같은 정신의 진공상태라는 말씀이 참 허무하다.


대화의 빈곤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시력이 허락할 때까지는 절대로 손에서 책을 놓지 말고 새로운 것에 대한 공부의 끈 또한 놓지 말자고 새롭게 다짐을 해본다. 나 스스로 나를 지켜나가는 것 외에는 정말로 답이 없는 것 같다.




나가는 글에서 이나미 작가님은 우리들에게 말을 걸어오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때론 슬펐고, 때론 화났고, 때론 좌절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고 보람도 있었단다.


마지막 순간에 죽음을 두려워하고
삶을 놓지 못한다면
악마가 당신을 찾아올 것이지만
죽음을 평화롭게 받아들인다면
천사가 찾아와
당신을 자유롭게 놓아줄 것이다.

(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


매거진의 이전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