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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an 16. 2024

황금종이 (조정래 장편소설 )

업글할매 책방 #30

조정래 작가님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유명한 대한민국의 거장이시다. 한국 문화계의 거장이시기도 하다. 이러한 작가님께서  《 황금종이 》라는 신간을 내놓으셨다. 역시나 신간이 발표되자마자 또 새로운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으셨다.


1943년생인 조정래 작가님은 등단하신지가 올해로 벌써 54년이시란다. 어쩜 이리도 정정하시고 열정적으로 글을 쓰시는지 그저 존경스럽고 감탄스러울 뿐이다. 41년생인 우리 집 양반하고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아오신 분이라서 그런지 우리 집 양반이 유일하게 존경하는 작가님이시기도 하다.  50년이라는 고달프고 힘든 이민 생활에서 조정래 작가님의 많은 책들이 우리 집 양반한테 크나큰 위로를 안겨다 주었다. 그 당시에는 미국에서 한국책을 구하기가 그리 쉽지가 않았던 때라 작가님의 책을 구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을 했던 그런 즐거운 추억또한 안겨주신 작가님이시기에 존경하는 마음 또한 더 큰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집 양반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역이민을 떠나올 때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챙긴 것이 조정래 작가님의 책들이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정글만리, 천년의 질문등 작가님이 쓰신 책은 거의다 소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찐팬이다.


 《 황금종이 》라는 책을 내시면서 책의 내용이 “돈‘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냥 ”돈“이라고 쓰면 너무도 직설적이고 또 야하고 비문학적인 것 같애서  《 황금종이 》라고 책 제목을 만드셨단다.


 《 황금종이 》라고 하니까  《 황금 만능주의 》하고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아마도 그런 뜻도 약간은 포함이 되어있는 것 같다.


조정래 작가님은 그동안 우리 민족사의 갈등과 왜곡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쓰셨는데 이번에는 인간의 본질이라던가, 본성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싶어서 이 책을 쓰시게 됐단다. 결국 돈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하면서 가장 절제해야하는 것임을 이 책에서 보여주시고자 한다.


조정래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감화받고 위안받으면서  우리의 영혼이 구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란다.



 《 황금종이 》

이 책에서는 돈을 놓고 부모 자식 간이나, 형제들, 그리고 온갖 것에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별의별 장면들이 등장을 한다. 그야말로 드라마로 치면 막장 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정말 징글징글할 정도이다.


그동안 사회문제로도 많이 야기되었던 일들도 많아서 무척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는 점이 너무도 마음이 아프다.


너무도 비극적이고 가슴 아프고 슬픈 에피소드들이 등장을 한다. 읽는 내내 몰입은 하면서도 점점 더 무거워지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만큼 지금의 참담한 현실과 마주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유독 마음 아픈 구절이 있다. 아무래도 우리도 노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더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미성년자한테 술이나 담배를 팔면 안 된다는 것이 나라에서 법으로 금하고 있단다. 그런데 어느 할아버지가 미성년자 학생한테 부탁을 받고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다가 갖다주고는 한 갑에 천 원씩 받다가 경찰한테 적발이 된 것이다.


왜 그런 짓을 했냐는 경찰의 추궁에 “굶어 죽을 수가 없어서…”라는 할아버지의 대답에 가슴에 뭔가 돌덩이가 하나 얹혀진 기분이다. 한 갑에 천 원씩 하루에 열 갑 정도가 되니까 한 달에 주말을 빼면 한 20만 원 정도가 됐단다. 그 20만 원으로 혼자 몸이라서 간신히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사신 것 같다.


그전에는 박스 수집을 하다가 자꾸 기운이 떨어져서 리어카를 끌 수가 없게 되고, 박스 값도 자꾸 떨어지고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고, 그러다가 이런 일까지 하게 됐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독거노인들의 비참한 생활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도 아프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화가 난다. 달리 무슨 방법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 노인들에 대한 복지가 어느 정도는 잘돼있는 대한민국이라고 믿고 있었다. 주변의 어르신들을 보면 그런대로 나라에서 주는 혜택들을 잘 누리고 살고 있는 것 같았는데 가끔 한 번씩 이런 내용의 기사들이 뜨는 것을 보면 원인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다.


노인한테 그런 일을 시키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괘씸하고, 잘못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 수 없이 모든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어른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그런 할아버지의 나약한 모습에 화가 난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현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답답하고 화가 날 뿐이다. 법을 따르자니 인간이 불쌍하고 인간을 챙기자니 법을 무시할 수도 없고…


이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의 거의 대부분이 소송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데 모든 문제가 바로 돈과 연결되는 것들이다. 세계 범죄의 90% 이상이 돈 때문에 발생하고 살인 또한 90% 이상이 돈 때문에 저질러지고 있단다.


결국 돈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절제해야 하는 아주 미묘한 존재이면서 또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복잡한 존재이기도 하단다.


조정래 작가님이 어느 인터뷰에서 돈이 의미하는 숫자가 뭔가 하고 여쭤보니까 작가님의 답이 참으로 재미있으시다. 바로 숫자 “0“이란다. 우리가 흔히 손으로 돈을 이야기할 때 엄지와 검지로 동그랗게 표시를 하는데 이게 바로 돈을 의미하는 국제적 공통어이기도 한다는 말씀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면서 “0”이 갖고 의미는 돈이 갖고 있는 허무함을 나타내기도 한단다.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라는 말처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철학적인 의미 또한 품고 있다.


돈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잘 관리하고 잘 쓰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돈은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빈자를 구하는 약이고 욕심 많은 부자를 망치는 독이라고 조정래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현실의 정치세계에 환멸을 느껴 시골로 내려가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지섭은 그저 단순히 농사만 짓는 농부가 아니다. 장서가라고 할 만큼 줄기차게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사회학자이면서 지방에 앉아서도 세계의 정치 현실을 꿰뚫고 있는 세계 학자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와 정치인들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비판하는 정치 평론가이고 삶과 인생에 대해 넓은 안목을 갖고 있는 철학가이기도 하다.


그러한 한지섭부부한테도 자식에 대한 교육문제만큼은 신경이 쓰였단다. 대한민국 시골 사람들이 전부 앓고 있는 중병이 ”애들 교육을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한다“라는 것이다.


자식들 교육을 위한 서울 집중은 자식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부모들의 일방통행인 것이 문제인데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식들은 무조건 출세하기를 바라는 그런 과욕이 자기 인생도 망치고, 자식 인생도 망치는 경우를 많이도 봐왔단다.


다행히 한지섭 부부의 자식들은 서울행을 그만두고 고향의 대학을 나와서 아빠의 뒤를 이어 농사를 짓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면서 효자중의 효자라고 자랑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다행히 요즈음에는 시골로 내려가서 부모님이 하시던 일을 이어서 하겠다는 기특한 청년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 같다. 도시 생활의 삭막함과 허망함을 아마도 일찍 깨달은 덕분일 것이다.




주인공 이태하가 한지섭 선배한테 받은 편지를 다 읽고 난 다음 그 편지를 다시 손 다리미질을 해서 다시 봉투에 넣는 장면에 난 한참이나 멍하니 그 글을 읽고 또 읽었다. 과연 어느 누가 사랑하는 선배에게 이런 진정 어린 소중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손 다리미질이라는 것 자체가 마음과 정성이 없으면 안 되는 것임을 오랫동안 다림질을 해 온 사람이기에 더 잘 느낄 수가 있었다. 돈을 정성껏 다려본 기억은 있는데 편지를 다림질한 기억은 전혀 없다. 그만큼 편지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갑자기 쓸쓸한 생각이 든다.


참 재미없게 살은 인생이었다. 낭만도 없고, 설렘도 없는 그런 밋밋한 삶을 오로지 먹고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돈 벌기 위해서 살았던 것 같다.  




주인공 이태하는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왜 쾌속 열차의 명칭이 꼭 “KTX”라는 외래어를 써야만 했는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우리 역시 오랜 이민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참으로 이상하게 여겨졌던 것이 바로 이 외래어 간판들이었다. 심지어 아파트나 빵집, 카페 같은 곳은 영어도 아니고 프랑스어나 이태리어로 된 간판들도 있어서 도저히 읽을 수도 없는 이상한 간판들이 범람하고 있었다.


과연 여기가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하도 이상해서 한국에 사는 언니한테 왜 이렇게 아파트 이름이 어렵냐고 물어봤더니 그래야 시어머니가 못 찾아온다고 해서 만들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길래 아무리 농담이라도 지나치다 싶었다.


순수하고 예쁜 우리 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외래어 간판으로 넘쳐나는 길을 걸으면서 과연 우리의 고유문화를 외국인들한테 알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 또한 든다. 한글을 우선 크게 쓰고 그 아래에 외래어를 작게 표시하는 것이 우리의 자긍심을 키우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는 더 이상 옛날의 지지리도 못 살던 한국이 아니다.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K-문화의 영향으로 “Korea”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제는 한글로 쓰인 간판을 외국인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살리자!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이 돈을 지배하는가, 아니면 돈의 노예인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된다. 우리 때는 돈을 밝히면 안 된다고 해서 되도록이면 돈에 대한 이야기는 피해 다니다 보니 이렇게 우리 인간이 돈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는 그런 심각한 생각은 일부러 피해 간 것 같다.


이제는 “돈을 밝힌다”가 아니라 “ 돈 worry!” 해야 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지나치게 돈만 밝혀서도 안되지만 돈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돈에 대한 공부도 하면서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돈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인가 보다.


돈 공부는 따로 한 적이 없다, 그냥 미련하게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으니 돈에 대한 생각 또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조정래 작가님은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10억을 눈앞에 둔 소송건에서 망설이고 있는 이태하를 보면서 우리가 이태하라면 어떻게 하겠나?라는 인생의 질문을 던져주신다.


조정래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우리에게는 현실이 절망스러울수록 희망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단다. 그래서 희망을 만들고 행복을 만들어서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신다. 그렇게 사는 것이 바로 인생의 삶의 지혜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다.


우리 인생에서 외롭고 고달프지 않은 인생은 없지만 그러나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희망을 계속 만들어 내야만 한단다. 우리 마음속에 그런 희망만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라는 말씀에 희망이라는 단어가 주는 엄청난 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본다.


나름 어느 정도 살아온 나이가 되고 보니 이 “희망”이라는 단어가 없었더라면 그 힘들고 고달픈 시절을 어찌 버텨낼 수가 있었을까 싶다. 앞으로도 계속 “희망”이라는 단어를 늘 가슴속에 품고 살아야겠다.


잘 죽기 위한 희망을 하나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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