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는 이야기
거의 평생을 징그러울 정도로 일을 엄청나게 하면서 살아왔었는데 막상 일을 놓고 나니 그렇게 일이 그리울 수가 없다.
너무 일에 치여서 살 때에는 제발 일 좀 그만하고 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빌고 또 빌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일에서 손을 떼니까 처음에는 너무도 좋아서 날아갈 것 같던 기분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왠지 모르게 무력함이 밀려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매일같이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만 하는 것이 너무도 답답하고 지겨웠다.
그러던중 어느날 무심코 해안가를 신책하다가 “직원구함”이라는 사인을 봤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무작정 들어갔다.
“혹시 사람 구하세요? ”라고 묻는 나한테 주인이라는 사람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냥 나를 아래위로 잠깐 훑어보더니 씩 웃기만 했다.
순간 너무도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빠서 “왜 그러세요”라고 되물었더니, 그때서야 주인이 한다는 말이 “우린 젊은 사람만 뽑아요”라는 대답이었다.
그때의 참담한 심정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비참하고 초라했다. 그때의 내 환경이 정말로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반드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면 너무도 끔찍했을 것 같다.
난 단지 일을 하고 싶었다.
미국에서 20년 이상을 해온 “카페테리아”를 운영했던 나의 경험이, 이 집하고 맞을 것 같아서 들어갔던 것이다.
주인이라는 사람이 다짜고짜 그렇게 무례하게 굴지는 말았어야 했다. 오죽하면 지금까지도 그때의 참담했던 기억이 사라지지를 않는다.
아무리 흰머리의 노인네가 운동복 차림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그렇게 함부로 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쓸쓸하게 비참한 심정으로 나오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너희는 지금 대단한 손해를 본 것이야,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냐?”
그 집의 메뉴를 보니까 햄버거, 핫윙, 샐러드, 감자튀김 등이었다.
완전히 내가 전문으로 다루던 메뉴들이었다.
미국에서 20년 이상을 가게를 운영하면서 꽤 음식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름 그 방면에서는 제법 알려진 사람이었다.
내가 개발한 메뉴도 참 많았다.
이런 나를 눈곱만큼의 배려하는 질문조차 없이 그렇게 쌀쌀맞게 내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조금 친절하게 웃으면서 우리는 나이 드신 분은 불편해서 조심스럽다던가, 아니면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느냐는 식의 기본적인 인사 정도는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다.
내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같이 나누고 싶었다.
난 그저 일이 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