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업글할매 Feb 27. 2024

유영만 교수님 북토크 in 제주

업글할매 책방 이야기 #57

오래 살다 보니 이런 행운도 찾아온다. 평소에 존경해오던 유영만 교수님의 북토크가 내가 사는 제주도에서 열린 것이다. 자려고 누웠다가 단톡방에 소식이 올라온 것을 보고는 얼마나 반갑던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제주시 중앙로에 있는 “남문 서점”에서 진행된다고 하길래 얼른 네이버 지도에 검색을 해봤더니, 우리 집에서 길이 안 막히면 35분, 길이 막히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단다. 요즘 무릎이 안 좋아져서 30분 이상 운전하기가 조금 힘들어서 약간 걱정은 되지만 무조건 신청부터 해놨다.


시골에서 살면서 가끔 한 번씩 불편을 느끼는 것이 바로 버스편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가다가 힘들면 중간에 한 번 쉬었다 가면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팬심”이라고 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토록 팬카페에서 열광들을 하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이참에 유영만 교수님도 제주도에 팬카페를 하나 만들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도 잠시 해본다.


어쨌거나 나도 팬카페에 참석한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을 했다. 보통은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을 그냥 입고 나가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다리미를 꺼내서 깨끗하게 다려 입었다. 그러고는 제주도에 살면서는 거의 안 하던 구두까지 깨끗하게 닦았다.


가방끈이 짧은 나한테 교수님을 만나러 간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인 것이다. 하도 요란을 떠니까 어디 선보러 가냐면서 우리 집 양반 기어코 한 마디 한다.


“2분의 1”이라는 책에서 교수님이 언급하신 대로, 날씨 또한 오랫동안 쉬지 않고 불어대던 비바람으로 "오호통재라!"였던 날씨조차도, 모처럼 푸르고 맑게 갠  “오색찬란한! ” 날씨로 바뀌었다.



부끄럽지만 이번이 내 생애 두 번째 북토크이다.


오랜 이민 생활을 접고 내 나라로 다시 돌아오기로 결정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들이, 문화센터를 다닌다거나, 이런 북토크를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었던지,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로 꿈을 접었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서서히 나한테도 기회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북토크는 현기영 작가님의 “제주도우다”였다. 작년에 시작한 “나다운 블로그”의 동기분이 초대를 해주신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북토크라는 것을 참석해 본 것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유영만 교수님의 제주도 북토크가 열린 것이다.

“하늘이시여~~”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유영만 교수님의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를 읽고는 그야말로 찐팬이 됐다. 어쩜 그리도 내 주변의 사람들을 그리도 정확하게 묘사해 놓으셨는지, 읽는 내내 그렇게 재미있고 통쾌할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교수님의 책을 부지런히 읽기 시작했다.


교수님의 “100번째 책이 곧 출간될 것이라는 소식에 괜스레 나 또한 가슴 두근거려가면서 기다리고 있다가 99번째 책인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를 만난 것이다. 게다가 이 책으로 북토크를 제주도에서 하신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육지에서는 “CEO 콘서트”라는 것도 하셨단다. 아마 나도 육지에 살았더라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갔을 것이다.

제주온나의 유복순 대표님이 진행을 맡으셨다. 어쩜 그리도 고운 얼굴에 예쁜 미소를 가지셨는지,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시는 분 같았다. 아마도 따뜻한 남편을 만나신 것 같다.


유영만 교수님과의 오래된 친분으로 이런 귀한 자리를 만들 수가 있었단다. 오늘 처음 만나 뵙는데 인사도 하기 전에 혹시 업글할매냐고 먼저 알아봐 주셔서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흰머리 소녀는 나밖에 없어서인지 어딜 가면 금방 눈에 띄나 보다. 이런 것도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단독성”이라는 것에 해당되는지 지식 폐활량이 작은 나한테는 약간 어렵다.


시작부터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유영만 교수님의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의 모티브가 된 자전거 그랜드 슬램 도전 과정을 영상으로 만나 볼 수가 있었다.


말이 쉬워 국토완주 그랜드슬램이지, 《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만 그 힘든 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난 다행히 이 책을 미리 읽고 갔었다.


책에서는 자전거와 함께 한 사진들이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었는데, 북토크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교수님의 자전거 영상을 직접 보리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상을 틀어주시는데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늙으면 이래저래 눈물이 많아지나 보다. 그 멋진 배경을 뒤로하고 근사하게 찍은 사진 뒤로 느껴지는 그동안의 교수님의 고행이 눈에 보여서인가 보다.


그래도 고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으신 분이기에, 오늘 이 순간에도 여전히 웃으시면서 우리에게 즐거움을 전달해 주시나 보다.



중년이 맞이하는 5막과 5가지 일침이다.

1: 나지막  ( 우연한 마주침 )
2: 오르막 ( 색다른 깨우침 )
3: 횡경막 ( 뜻밖의 가르침 )
4: 내리막 ( 뼈저린 뉘우침 )
5: 마지막 ( 든든한 밑받침 )


”언어의 마술사“라는 말이 그냥 지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어쩜 이리도 구색이 딱딱 맞아떨어질 수가 있을까? 매번 놀라고 또 놀란다.


어휘의 능력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보니 교수님의 언어 수집은 어떻게  하시는가가 또 관심사였다. 그 덕분에 아주 소중한 정보를 얻었다.


그렇지 않아도 잠시 어휘 사냥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참에 아주 귀중한 안내를 해 주신 것이다.  김소연 작가님의 “마음 사전”, “한 글자 사전”을 추천해 주셨다.


마침 밀리의 서재에 있기에 얼른 내 서재에 담았다. 어릴 때 선생님 말씀을 잘 듣던 학생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냐는 질문에, 개발새발 막 쓰면 된단다, 그러다 보면 글발이 생긴다는 말씀에 용기가 생긴다. 그냥 막 쓰면 되는 것이다. 나처럼 가방끈이 짧은 사람도 그냥 막 쓰다 보니 이렇게 리뷰라는 것도 하고 있다.


접속보다는 접촉을 하라고 하신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시는 것 같다. 만남의 소중함을 오늘 다시 한번 깨닫고 간다. 한국에 돌아와서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보니 거의 만남이라는 것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오늘의 이러한 만남이 더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너무도 행복했다.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이래서 만나라는 것인가 보다.




유영만 교수님을 직접 만나 뵙고 인사를 하면서 이런 소중한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에 대해서는, 말로는 이루 다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한국에 돌아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까지 새삼스럽게 들었다.


강의 도중에 유영만 교수님께서 나한테 어르신이라고 부르시는데 송구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우리 세대한테 교수님은 감히 그림자도 밟아서도 안되는 존재이시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유영만 교수님은 나 같은 할매한테는 그야말로 감히 올려다보지도 못할 분이시다.




《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봤다.


과연 나는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무엇을 해 보고 싶은가?


소위 은퇴라는 것을 하고, 내 나라로 돌아와서 가장 잘 한 일이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늦기 전에, 늙기 전에 평생 한으로 남아있었던, 가방끈이 짧은 것에 대한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고는 얼마 전에 할매답지않게 또 번아웃이라는 것이 찾아왔었다. 나름 열심히는 하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를 않는다는 생각에 잠시 허탈했었나 보다.


과연 내가 다시 하고 싶은 것들이 있나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찾아낸 것이 유튜브를 다시 해보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열정만 갖고 했다가 망했던 유튜브 채널을 다시 만들자는 그 힘든 생각을 왜 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의 나한테 당장 시급한 것은 나를 일으켜줄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었기에 그냥 무조건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다시 시작한 덕분에 할매 번아웃을 통쾌하게 물리쳤다.


문제는 유튜브 채널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이 다니면서 글감도 찾아야 하고 근사한 곳도 많이 찍어서 영상 재료 또한 확보해둬야 하는데, 영 집 밖을 안 나가려고 하는 우리 삼식이 아저씨가 너무나도 큰 넘사벽이다.  늦기 전에, 늙기 전에, 내가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영역이다.




오늘의 강의 맨 마지막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너무도 가슴에 와닿았다. 지금 우리한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누구냐는 질문에 거의 모든 분들의 대답이 한결같았다.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자기계발서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나를 찾아가자”, “나를 사랑하자”라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 자신”이라는 대답이 저절로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유영만 교수님의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그냥 울고 싶은 것을 참느라고 나름 애썼다. 이런 것을 두고 반전의 매력이라고 하나보다.


칠십에서 하나를 넘긴 나이가 되고 보니, 지금 이 순간 가장 소중한 사람은, 아무리 내가 삼식이 아저씨라고 투덜거려도, 바로 그 웬수같은 사람이 가장 소중한 나의 사람인 것이다.


오늘의 북토크에서 가장 큰 가르침과 울림이었다.


정신 나간 사람에서 정신 차린 사람이 되는 것인가?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너무도 기분이 들떠 있어서 마치 구름 위를 걷는듯한 이상한 느낌이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기분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교수님 팬클럽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가수만 만들라는 법은 없지 않겠는가.




소중한 자리를 만들어주신
유영만 교수님
그리고 유복순 대표님

같이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 지구력 ( 윤홍균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