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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May 20. 2024

한국 요약 금지

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 한국 요약 금지 》

책 제목이 참 재미있다.

많은 외국 기자들이 한국에 잠깐 있다 가면서 한국에 대해서 함부로 요약해서 말하는 것이 너무도 싫었었는데, 어쩜 이리도 외국인 작가님께서 명쾌하게 해답을 주시는지  《 한국 요약 금지 》, 이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 한국 요약 금지 》 라는 책은 콜린 마샬 작가님이 한국어로 쓴 글과 애초에 영어로 쓰고서 한국어로 개고한 글로 구성되어 있단다.


콜린 마샬 작가님은 10년째 한국에 체류하면서 “뉴요커”.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등에 꾸준히 한국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서 주로 다루는 소재는 K-팝이라던가, 성형수술, 그리고 외국인들한테는 굉장한 위협으로 느껴지는 북한 문제들로 가득차 있는데, 콜린 마샬 작가님은 그런 외국인들에게 작가님이 직접 만나고 겪은 한국에 대한 세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콜린 마샬 작가님한테는 매일매일이 새로운 영감으로 다가왔다고 하신다. 특히 미국인인 작가님 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식 영어라던가,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퀴즈 쇼 프로그램등, 모든 것이 작가님한테는 에세이의 소재가 되어주었던 것이다.


유서깊은 서울의 동네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될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끼신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진정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해주신다는 것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어떤 나라나 사회도 그 전부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면서, 단지 한국을 잠깐 방문한 사람들이, 한국어로 된 책을 한 번도 안 읽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함부로 정의 짓는 것또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공감하고 또 공감한다.


한국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진정으로 한국을 사랑해서, 한국어도 배우고, 그러면서 한글로 직접 쓰신 책이다.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한 책이다.




차례
1부
모두가 싫어하지만 아무도 떠나지 않는 도시에서
2부
번역기도 어려워하는 한국어의 맛
3부
이건 제가 알던 K가 아닌데요
4부
이 나라 사람들이 쿨할 수 없는 이유


대한민국 서울의 강남을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다고 하신다. 강남역에 가면 플랫폼의 한 쪽벽에 대형 벽화가 그려져 있다는 설명만 하면 되는 것이란다. 바로 10년전에 “강남스타일”로 서울의 강남을 전 세계에 알린 가수 싸이의 벽화가 강남역에 있기 때문이다.


난 아직도 강남역이라는 곳을 못 가봤다.

하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얼마나 전 세계를 강타했는가는 직접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살 때 마이크로소프트 매장에 볼일이 있어서 갔었다. 한참 직원하고 물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매장안에 “강남스타일”노래가 흘러 나왔다.


그 순간, 정말로 거짓말처럼 직원 전부랑 손님 대부분이 일에서 손을 때고는 엄청나게 큰 매장 안에서 그 유명한 말춤을 추기 시작했다. 난 너무도 놀라서 그저 바라보면서 웃기만 했는데 얼마나 가슴이 뿌듯하던지 그 감동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 것이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 차이가 아닐까 싶다.


콜린 마샬 작가님이 한국에 이사를 고민하면서 이상적인 정착지에 대한 조건은 세 가지 였다고 한다.


첫 번째는 외국인들이 많은 이태원은 안된다.

두 번째는 지하철역과 가까워야 한다.

세 번째는 강북이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 시켜주는 동네가 바로 신촌이었다.


도시학자들은 필요한 모든 것이 도보 15분 거리 안에 있는 지역을 “15분 도시”라고 한단다. 카페와 책방, 그리고 백화점, 병원, 미용실들이 모두 있는 신촌이야말로 대표적인 “15분 도시”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런 편리함덕분에 작가님은 결혼을 하시기 전까지는 신촌을 떠날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으셨단다.


콜린 마샬 작가님이 절대로 이태원에서 살지 않겠다고 결정을 하신 이유는 이태원에 사는 미국인들은 한국말을 배우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이태원에 살다보면 어딜가나 영어 하는 사람들이 수두록하고, 부동산이나 가게같은 곳도 전부들 영어를 하다보니 한국말을 전혀 못해도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단다.


그러다보니 이런 곳에서 사는 미국 사람들은 한국어를 배울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를 않아서 자연히 한국어 실력이 늘지를 않는단다.


그래서 한국말을 배우려면 미국인들이 거의 없는 불편한 곳에 가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국에서 살던 때를 떠올려 봤다.


미국에서도 뉴욕이나 LA, 아틀란타처럼 한국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살다보면 영어가 늘지를 않는다. 병원도 한인이 운영하고 있고, 부동산, 대형마트, 식당, 약국, 회계사, 변호사까지 전부 한인들이 직접 운영을 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영어 한 마디 못해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애들 교육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아예 한국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을 찾아다니곤 했다.


콜린 작가님의 탁월한 선택으로 지금, 완벽한 한국어를 쓰시는 작가님으로 자리잡게 되신 것 같다. 인터뷰나 강의를 하실 때에도 전혀 막힘이 없는 작가님의 놀라운 한국어 실력에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콜린 작가님의 서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43가지 이유가 너무도 재미있다.


한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한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 외국인들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는 한없이 신기하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대중 교통의 편리함이라던가, 지하철 역마다 화장실이 있다는 것, 커피숍에서 노트북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잠깐 화장실에 다녀와도 그 자리에 있다는 것들은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사람들 눈에는 반드시 띄는 아주 아주 신기한 장면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 또한 엄청난 매력중의 하나이다. 미국에서는 식당에 가면 거의 20%라는 팁을 따로 줘야하니까 비싼 음식값에 팁까지 더하다보면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16번째로 그 유명한 포장마차 역시 등장한다.


50년만에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온 우리 집 양반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이 포장마차이다. 불행하게도 아직까지도 못가고 있다. 옛날 모습이 남아있는 그런 곳을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가 보고 싶다. 한 겨울에 먹었던 포장마차의 그 따뜻했던 우동이 너무도 그립다.


30번 째에 청계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가도로 하나를 완전히 허물고 개천을 만들었다고.


우리 집 양반은 1968년에 한국을 떠났다. 그때 지금의 청계천을 덮고 있었단다. 비만 오면 온갖 하수구란 하수구는 다 넘쳐나서 그 고약한 광경을 이루 다 설명할 수가 없었단다.


그러다가 20년만에 고국을 방문했더니, 청계천위에 고가도로가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 20년만에 한국을 찾아왔더니, 지금의 근사한 청계천으로 변한 모습에 너무도 놀라서 둘이서 한참을 머물렀었다.


미국 어느 도시의 시장이 밤에 청계천을 방문했다가 밤 늦게까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것을 보고 너무도 놀랐다는 소식이 전해졌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밤 늦은 시간에 거리를 활보한다는 것은 내 목숨을 걸어야 가능한 것이다.


서울을 사랑하는 이유에 청계천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이유 또한 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서울의 지하철을 타면서 의자에 히팅과 냉방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너무도 놀랐었다. 안내판에 뜨는 시간표대로 도착하는 서울의 버스는 환상 그 자체이다.


이래서 B( Bus ) M (Metro) W (Walk) 의 천국인 서울인 것이다.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콜린 마샬 작가님은 한국에서 살면서 단 한번도 맛없는 치킨을 먹은 적이 없다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푹하고 웃음이 나왔다.


얼마전에 미국에서 지인의 딸이 왔다갔는데, 그때 그 친구가 하던 말이 생각이 나서였다. 똑 같은 말이었다. 어떻게 치킨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냐는 말에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의 “치킨”은 그저 단순한 닭 요리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는 작가님의 설명이 가슴에 와닿는다. 한국인의 삶에서 프라이드 치킨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스럽게 감탄을 하고 있다.


작가님이 어쩌다 한국에서 맛없는 치킨을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KFC의 프라이드 치킨이었다는 말씀에 이 말을 들은 남편이 웬일로 박장대소를 했다.


미국에서는 그렇게도 맛있게 먹었던 KFC의 프라이드 치킨이었는데 우리 역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일부러 사 먹는 일은 없어졌다.


“치맥”이라는 문화가 너무도 정겹고 사랑스럽다.




콜린 작가님이 어느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이 참 재미있었다. 한국에 살면서 가장 부담스럽고 불편했던 것이 보증금이었다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푹하고 웃었다. 미국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한국의 보증금이라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 없이 비싼 것인지 실감을 못할 것 같다.


미국에서는 콜린 마샬 작가님 말씀대로 보증금이라는 것이 기껏해야 한 달 월세를 더 낸다거나 비싸봐야 두달치 정도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사를 나갔을 때 행여 지저분하게 썼다거나, 망가진 물건들이 있을 때 그 보증금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미국에는 아예 전세라는 것이 없다보니 한국에서의 전세금이라는 것을 미국 사람들한테는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보통 평범한 미국 사람들이라면 통장에 큰 돈을 모으고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달 그달 벌어서 모든 것을 할부로 갚아나가는 인생을 살다보니 한국처럼 어마어마한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통장에 천불만 있어도 큰 돈이 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에서의 오랜 이민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우리나라로 되돌아온 우리들 한테는 콜린 작가님의 한국에 대한 생각과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점들에 대한 것들이 그대로 공감이 된다.


그래서인지 모처럼 아주 재미있게 고개를 끄덕여 가면서 진지하게 읽은 책이다.




콜린 마샬 작가님은 미국 LA에 살 때부터 한국의 문학과 영화, 그리고 건축에 대한 글을 써오셨단다. 그리고는 10년전에 한국 문화에 대한 글을 더 깊게, 더 잘 쓰고 싶어서 한국으로 이사를 오신 것이란다.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시다는 작가님은 그대신 본인을 한국 전문가가 아닌 “한국 코노셔”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신단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너무도 좋아해서 아는 만큼 즐기는 사람인 “한국 코노셔”가 되고 싶으신 것이란다.


진정한 한국 코노셔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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