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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May 27. 2024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김창완)

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이 책의 저자이신 김창완 작가님은 1977년에 “산울림”이라는 엄청나게 독창적인 음악으로 그 시대를 흔들었던 장본인이시다.


 “아니 벌써”,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등의 유명한 대표곡들이 칠십대 할매인 나한테도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가수, 배우, 방송 진행자, 작가등 그야말로 다양한 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 오신 다재다능한 분이시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로부터“천재”, “괴짜”, 천재 기타리스트“, “전설”로 불리면서도 “늘 새로운 어른”으로도 인정을 받으셨단다.


김창완 작가님은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라는 라디오 방송을 무려 23년동안 진행해 오시면서 본인 방송의 오프닝을 본인이 직접 쓰신 것으로도 유명하시다.


23년간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청취자에게 답한 편지와, 매일 작가님이 직접 써내려간 오프닝을 책으로 엮으셨단다.


한국 대중문화에 가장 독보적인 자취를 남긴 음악가 김창완 작가님의 인생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늘 음악은 사라져서 아름답고, 흔적 없는 삶이 향기롭다고 생각을 해 오다가, 그러던 중 공교롭게도 라디오 프로그램을 그만두면서 이 책이 나오게 된 것이란다.


“흔적을 남기게 됐습니다.”

그동안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 달라는 작가님의 말씀이 너무도 멋있으시다.


그 오랜 세월동안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아 오셨던 해답이 바로 이 문장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했다.


세대를 넘나드는 뮤지션인 김창완 작가님의 에세이는 그저 무심코 툭 던져버리는 말 같아도, 그 안에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작가님만의 따뜻함이 있다.


“아저씨 김창완“이라고 부르면서 젊은 세대들의 멘토로 자리 잡은 이유또한  《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온전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책을 피면서 작가의 말이라는 페이지에서 그냥 멈춰버렸다.

이런 식의 작가의 말을 본 적이 있었는가라는 생각을 한참을 해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를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처음 마주하는 장면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작가의 말
부디 안녕하시길

제 마음이 시린가 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전하고 싶고
체온이 느껴지는 글을 띄우고 싶었습니다.
이런지 오래 됐습니다.
너무 멀리 온 건 아닐까?
이미 늦어버린 건 아닐까?
삶을 가지런히 만들어주기보다
오히려 두서없이 흩트려놓은
시간이 남긴 자국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혹시라도 위로가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길고양이가 밥 달라고 왔네요.
그럼 읽고 계세요.

(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너무도 멋진 인사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한참을 들여다보면서 속으로 읽고 또 읽어 보았다.


그냥 한 마디로 따뜻하다.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작가님만의 무한한 사랑이 그대로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어떤 미사여구도 없이 그저 우리네 살아가는 인생에서 진정으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부디 안녕하시길…

혹시라도 위로가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길고양이가 밥 달라고 왔네요.

그럼 읽고 계세요.


이 따뜻한 글을 읽으면서 왜 또 주책없이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우리한테 필요한 위로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를 새삼 깨닫게 된다. 뭐 거창한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닌 것이다.


그냥 무심코 툭 던지는 한마디에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저절로 느껴지는 따뜻한 위로, 이 어려운 것을 김창완 작가님은 너무도 간단하고 아주 확실하게 전달해 주신다.


이래서 젊은 사람들이 그토록 찾아다니는 큰 어른으로서의 멘토가 되셨나보다.


“작가의 말” , 이 페이지만 읽어도 벌써부터 행복해 진다.




목차
1장 :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2장 : 준비된 어른보다는 늘 새로운 어른
3장 :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합니다
4장: 미워했던 나를 용서하는 일
5장 : 이별을 계획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서


김창완 작가님의 친구분이 보내주신 좋은 글들 중에 고려대 강병화 교수님의 말씀이 너무도 가슴에 남아서 이 책에 소개를 해주신단다.


강병화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다고 하신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또한 잡초인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잡초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산삼도 원래 잡초였을 것이라는 말씀에 묘한 위로를 얻는다.


그러니 스스로 잡초라고 하면서 슬퍼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는 작가님의 말씀이 또 따뜻하게 전해져 온다.


잡초를 결코 용납못하는 우리 남편 성질 덕분에 우리 집 잔디는 그야말로 잡초 하나 없이 명품 잔디밭을 유지하고 있다.


잔디밭의 잡초는 애물단지일 수도 있겠지만 가끔 한 번씩 들판을 걷다보면 여기저기 잡초에서 피어난 꽃들을 보면서 발걸음을 멈춘 적도 많이 있다. 너무도 예뻐서이다. 잡초에서 이렇게 예쁜 꽃이 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스스로 잡초라고 여기면서 절대로 우울해하지 말자.

누구에게서나 예쁜 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어른들이 사라졌단다.


그 이유를 차를 운전해보면 금방 알 수있다고 하신다. 우선 양보하는 사람이 없다. 양보하면 큰 일 나는 줄 안다.


운전말고 다른 행동에서도 배려가 없어진지 이미 오래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무조건 내가 이겨야 하고, 내가 먼저 성공해야만 한단다.


진정한 어른의 모습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투정, 변명, 책임 회피, 몰상식, 거짓으로 범벅된 세상을 만들어 놓고 어른들은 숨어버렸다는 김창완 작가님의 말씀을 그냥 허투루 흘려보내서는 안될 것 같다.


어른이 사라진 지금의 이 황량한 세상을 과연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인가?


그래서인지 어느 인터뷰에서 젊은 사람들한테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미안하다”라고 하셨나보다.


기후변화나 환경에 대해서 너무 이기적이었고, 청춘들을 불안하게 전쟁이라든가 이런 슬픈 뉴스들을 보게 함으로써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한 어른으로서 너무도 미안하고 반성하면서 후회까지 하신다는 작간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나 역시 나이만 어른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저 나이만 먹어가는 그런 어른이 아니라, 이 시대를 이끌어 갈 젏은 사람들과 함께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보담아 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김창완 작가님은 여러가지로 머리가 복잡할 때는 마음에도 방이 여러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신단다. 하나의 생각은 저 방에다 넣어두고, 또 다른 생각은 다른 방에 보관할 수만 있다면 서로 부딪힐 일이 없어서 참 좋겠다는 그런 마음을 품어보신단다.


그러나 마음이 한 개나 두 개가 아니고 여러개인데, 그 마음을 담을 방이 단칸방에 살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란다.


각자 방이 있어서 심통난 마음은 심통방에, 맨날 기분 좋은 마음은 깔깔방에 들여놓으면 그냥 아무 방 친구나 만나러 들어가면 되는데, 한 구석에다 고민만 하는 놈, 신난 놈, 맨날 주판만 튕기는 놈, 허구한 날 말도 안 되는 시만 끄적이는 놈…죄다 한 방에 모여있으니 마음이 늘 뒤숭숭할 수 밖에 없는 것이란다.


그 옛날 아주 못 살던 시절에는 그저 단칸방에 오손도손 모여 살았어도 큰 다툼없이 잘들 살았던 것 같은데 이것 역시 세상이 변하고 잘 살게 된 나라가 되서인가, 이제는 마음에도 여러개의 방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약간 서글퍼진다.


매일 새벽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방송국에 올 때마다 어느 순간에 여명이 밝아죠 오는 것을 보면서 하신 표현이 너무 멋있다.


“밤이 벗겨진다”


새벽이 밝아온다, 여명이 시작된다, 동이 튼다, 밝은 아침등등 새벽의 모습을 담은 표현들이 무수히도 많지만, 이렇게 “밤이 벗겨진다”라는 말은 난생 처음 들어본다.


그래서 그렇게 아름다운 곡들이 수없이 창조 되었나보다.


매일 아침 창밖을 바라보면서 여명에 들려오는 새 소리를 듣는다던지, 그 날의 일기를 바라본다던지, 그런 루틴들을 오감을 열고 바라보는 것이 김창완 작가님의 글쓰기의 시작이시란다.


나 역시 하루의 시작은 작가님이나 별반 다른 것이 없다. 평생을 새벽같이 일어나던 좋은 습관 덕분에 지금도 매일 아침, 작가님 표현처럼 밤이 벗겨지는 것을 내 근사한 서재에서 바라보면서, 쉬지않고 지져대는 새소리를 들으며, 하루의 일기를 써내려간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흉내는 내고 있었는데, 과연 작가님처럼 오감을 열고 바라보았는가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을 해봤다.


그냥 하루의 루틴처럼 “아, 좋다”라는 정도였던 것 같다.

오감을 열고 바라보아야만 작가님처럼 글을 쓸 수가 있는 것 같다.


비록 다소 불편한 시골에 살고는 있지만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뷰를 가진 내 서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오늘도 여전히 글 쓰는 것이 어렵다.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어느날은 그럭저럭 쓰는가하면, 어떤 날은 아예 한 줄 쓰기조차 힘든 날도 있다.


김창완 작가님처럼 그저 순수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오감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아야만 “밤이 벗겨진다”라는 이런 근사한 문장을 흉내라도 낼 수 있을 것 같다.


감창완 작가님은 그동안 참 많이도 넘어지셨단다. 그러다보니 뼈가 부러진 적이 많으셨다고 하신다. 아무래도 자전거를 사랑하시다보니 그랬나보다.


여기저기 뼈가 많이 부러져봤는데 뼈가 부러지고 나면 “아파요, 많이 아파요”라고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 뱉는 작가님의 그 한 마디가 그대로 작가님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보통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보면, 이러쿵 저러쿵해서 병원에를 다녀오고, 오랫동안 치료하러 다니고, 주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김창완 작가님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한 마디로 “아파요, 많이 아파요”라고 이야기를 하신다.


나 역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적이 있었는데, 역시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냥 많이 아팠다라는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정말 많이 아팠다.


그렇게 많이 아팠던 것이 어느날 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안 아프더라고 하신면서 우리네 마음도 마찬가지란다. 마음에 금이가면, 계속 그 금 간데만 생각하다보면 계속 아프단다.


그래서 그냥 어느 날 조금 나으면, 그냥 아물었구나라고 가볍게 생각하면서 살란다.


옛말처럼 시간이 약인 것이다. 대부분의 상처는 아물게 되어있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마냥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칠십이 넘고나니, 이제는 언제 아팠는지 조차 가물가물하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더니 정말로 시간이 약인 것이다.



 《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출연하신 유튜브 영상 또한 부지런히 찾아서 들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왜 노래를 하느냐는 질문에, 옛날에는 노래를 왜 하는 지 아는 것 같았는데, 나이가 든 지금은 오히려 내가 왜 노래를 하는지 잘 모르시겠단다.


하지만 지금은 노래를 하면 예전에는 몰랐던 행복감 같은 것이 있다면서 아주 아주 황홀한 기분까지 느끼신단다.


그래서 얼마전 부터 김창완 작가님은 자신에게 작가님이 부르신 노래를 직접 불러주신단다. 그러다보니 이제서야 내 노래가 제대로 들리더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작가님이 하시는 말씀이 참 기가 막히다.


내 노래가 누구한테 날아가서 나비가 될 줄 알았는데, 이젠 그 나비가 나한테 날아와서 나를 위로해주고 있다고 하시는데 왜 갑자기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리도 표현이 섬세하고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그저 감탄하고 또 감탄할 뿐이다.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김창완 작가님은 그동안 살아오신 삶을 돌이켜보면서 자신은 굉장한 행운아라고 말씀하신다.


지나온 세월을 들여다보면 인생의 고비가 수도 없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손잡아 주는 이가 늘 나타났었고, 작가님의 실패조차도 작가님한테는 스승이셨다는 말씀이 참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다.


가수, 배우, 화가, 전설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계시지만  《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이 책을 읽고나니, 한 가지 더 이름지어드리고 싶다.


철학자 김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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