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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May 29. 2024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 손웅정 )

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  

이 책은 저자이신 손웅정 작가님이 지난 15년간 써오신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김민정 시인과 함께 진행한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 》  라는 책을 너무도 감명깊게 읽어서인지 손웅정 작가님의 신간이 떴길래 만사 제쳐놓고 무조건 읽기 시작했다.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 》라는 책을 통해서 난 처음으로 손홍민 선수의 아버지가 아닌 작가 손웅정님을 만나뵐 수가 있었다.


축구 인생 50년, 독서 인생 30년, 노트 인생 15년

그 어느 순간도 허투루 살아오신 적이 없는 작가님만의 인생 수업을 《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 , 이 책을 통해서 배워볼 수 있을 것 같다.


책 띠지에 적혀 있는 문구가 참 멋있다.


“내게 독서란 책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그저 나 하나 좋자고 시작한 아주 사소한 일이었는데, 모두를 위한 아주 커다란 일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만드신 것이다.



차례
함께하며
미리 보기
멀리 보기
깊이 보기
훔쳐 보기
넓게 보기
높이 보기


손웅정 작가님이 김민정 시인에게 뜬금없이 “적자생존”이라는 말, 들어보셨냐고 질문하시는 것이 너무도 재미있다.


의아해 하는 김민정 작가님한테 “적자생존”이라는 것은 “적자!” 그래야 “생존”한다라고 하면서 최소한 적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신다.


얼마나 배를 잡고 웃었는지 모른다. ”적자“ + ”생존“이라는 새로운 뜻의 조합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평소에 유영만 교수님의 책을 즐겨 읽다보니까 갑자기 손웅정 감독님의 말투에서 갑자기 유영만 작가님의 언어 유희가 함께 느껴지는 것은 나 만의 기분이려나…


책 머리에서 ”나의 버림이 나의 벼림으로 이해받을 수 있다면“이란 말또한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작가님도 유영만 교수님의 책을 좋아하시나 보다.


최소한 적기만해도 살아남을 것이라는 말에 이상하게 희망과 위로를 얻는다. 칠십 하나라는 나이가 주는 이상한 압박감에 가끔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회의에 잠기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나 역시 부지런히 일단은 뭐든지 쓰고는 있다.


고로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매일 책을 읽으신다는 손웅정 작가님한테 그러면 집에 책이 엄청나게 많으시겠다는 질문에 전혀 의외의 대답을 하신다.


집에 책이 전혀 없단다. 작가님은 책을 읽고 쓰고 난 다음에는 바로 다 버리신단다. 아마 이 부분에서 많은 의견 대립이 있을 것 같다. 사실 책을 버린다는 것에는 엄청난 용기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손웅정 작가님은 책은 버리지만 이미 책에서 취할 핵심은 다 가진 뒤니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결정을 하신 것이라 여한이 없다고 하신다.


책을 산 건 난데, 어느 순간 책이 나를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싫으신 것이다.


책꽂이에 책을 쭉 꽃아놓은 모양새가 나 책 읽었네 하고 티 내고 자랑하는 것 같아서 영 싫더라는 말씀에 작가님의 완고한 모습이 그대로 상상이 된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더 재미있다.

솔직히 우리 나중에 그거 다시 꺼내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는 질문에 그저 다들 웃으셨다는 이야기가 너무도 공감이 된다.


나이들면서 노안이 오다보니까 자연스레 종이 책보다는 내 마음대로 글자 크기를 조절해서 볼 수 있는 전자책을 더 선호하게 된다. 밀리의 서재에서 구할 수 없는 경우에만 종이 책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책장에 종이 책이 쌓이는 것이 줄어들게 되더라. 그전에 갖고 있던 책들 중에서도 애장하던 책들은 전부 스캔을 해서 내 아이패드에 저장을 따로 해뒀다.


그냥 책장에 꽃혀만 있을 때는 거들떠도 안 보던 것을 이렇게 아이패드에 있는 굿노트에 저장을 해두니까, 내 마음대로 사이즈도 키우고, 메모도 하고, 스티커도 갖다 붙이는 재미가 있어서 오히려 더 들여다 볼 수가 있게 됐다.


이런 것이 손웅정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읽고, 쓰고, 버린다”는 생각과 비슷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웅정 작가님은 좋아하는 책이 있으면 최소한 세 번은 보신단다. 그리고 완벽하게 그 책에 대한 메모가 끝날 때 그때 책을 버리시는 것이다.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간다.


돈은 빌려쓰기라도 하지만, 시간은 빌리기는 커녕 저축할 수도 없는 거란다. 그래서 손웅정 감독님은 시간 안 지키는 사람과는 절대 상대를 안하다는 말씀에 나 역시 같은 생각이지만, 작가님처럼 카리스마가 없다보니까 시간 안 지키는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으면서도 아예 상대를 안하면서 살 자신은 없다.


부자들은 돈으로 시간을 산단다. 그만큼 1분 1초가 너무도 소중한 것인데, 이런 아까운 시간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상대방의 시간을 제멋대로 빼앗아가는 사람들하고는 아예 상종을 안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하시는 것이, 역시 작가님의 타협없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잠시 웃음이 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오죽하면 트랜드 코리아 2024에 ”분초사회“라는 키워드가 등장했을까?  그야말로 1분 1초를 쪼개서 쓰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요즘 들어서 잘하는 것이 별로 없다보니까 약간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가 새삼스럽게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됐다. 어려서부터 칠십 하나인 지금까지 내 평생에 지각이라는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너무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 수위 아저씨한테 좀 늦게 다니라고 혼 날 정도였다. 사회 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고, 병원을 갈 때도 한 시간 전에는 도착을 했었다. 하다못해 미장원 예약까지도 절대로 늦은 적이 없었고, 식당 예약도 민폐끼칠까봐 미리미리 도착을 해서 내 순서를 기다렸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해도 대견할 정도로 정말 대단한 일을 해 온 것이다. 단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없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나를 대단한 사람인 것 처럼 만들어 준다.


뭐든지 한 가지라도 특별한 것이 있다면, 나름 괜찮은 인생을 살아온 것이 아닐까.


노년의 삶을 두고 노후 대비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손웅정 작가님의 노후 대책은 그저 육체적으로 오래오래 건강할 수 있게, 미리부터 그 준비를 하는 것이고, 정신적으로는 부족한 지식과 지혜를 잘 챙겨서, 지금까지 쌓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존경해왔던 어른들의 노년을 흉내라도 내 보고 싶은 것이 전부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참으로 의외였다.

어딜가도 젊은이들이 피하지 않는 노인이 되고 싶으시단다.


절대로 젊은 사람들 시선 같은 것에 신경 안쓰실 것 같은 그런 카리스마 넘치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니까 신기할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젊은이들한테 외면받는 노인이 되기 싫어서 얼굴에 팩도 하신단다. 그것도 나도 안하는 일일 일팩을 하신단다. 그러면서 선크림은 필수라고 하시면서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작가님 본인은 꽤 신경쓰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푹하고 웃음이 나왔다.


자기관리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하시면서 자기관리 또한 꾸준한 성장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뜨끔해진다.


난 일일 일팩은 커녕 선크림도 귀찮아서 잘 안 바른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카리스마를 내세우는 작가님도 이렇게 관리를 꾸준히 하시는데, 명색이 여자인 할매가 그동안 나한테 너무 무심했었다는 생각에 잠시 반성아닌 반성도 해본다.


당장 팩 부터 사러가야겠다.


손웅정 작가님은 자기계발서로 독서를 시작하셨단다. 한 육칠년 정도 자기계발서를 쭉 읽다보니까, 일단 사는데 자심감이 생기고, 여기가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는 희망 또한 얻으셨단다.


처음에는 작가님의 과거가 돌아켜지고, 다음에는 현재가 둘러봐지더니, 어느 순간 감독님의 미래가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그 순간에 손웅정이라는 사람이 확 들어왔다고 하신다.


그때부터 운명처럼 작가님은 내가 바뀌어야겠구나, 나부터 변화가 되어야겠구나라고 생각을 하셨단다.


사람이 사람을 제 발로 찾아가는 것이 자기계발서 였던 것이다.


참 멋있는 말이다.


책을 통해서 내가 나를 내 발로 찾아간다는 말이 가슴 깊이 스며든다.


손웅정 작가님은 무조건 행복해지고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몸으로 직접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다.


작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장점은 매일같이 늘어날 것이란다. “왜?”냐고 묻는다면, 나의 노력이 매일같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씀에 그저 할 말을 잃을 뿐이다.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고 제 발밑에서 키우라는 말처럼 손웅정 작가님의 현재의 발밑에는 축구공이 있고, 손끝에는 책이 있단다. 그래서 이 이상 더 행복할 수 없다는 작가님이 너무도 존경스럽다.


지금의 나를 한 번 돌이켜본다. 다행히 나의 손끝에는 책이 함께하고 있는데., 과연 나의 발밑에는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점검이 필요할 것 같다.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찾으라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우리 집 삼식이 아저씨 밖에 없다. 왜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일까.



김민정 시인께서, 작가님이 말씀하시는데 자꾸 말꼬리 잘라먹어 죄송하다고 하니까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대답이 나와서 너무 놀랬다.


작가님이 호랑이띠라서 꼬리를 잘 잡으니까 전혀 걱정일랑 하지를 말라는 말씀에 혼자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이런 것이 바로 반전매력인가보다.


전혀 유모라는 것은 안하실것 같은 엄숙한 표정의 얼굴에서 이런 기가막힌 유모러스한 대답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이래서 사람은 겉 모습만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 ,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축구장에 풀어 놓으면 완전 미친 놈이 된단다. 그리고 서점에 가면 책이랑 꼬리잡기 하느라고 정신줄을 놓으신다는 손웅정 작가님한테서 너무나도 따뜻한 사람 냄새가 풍겨져 나온다.


읽고, 쓰고, 버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손웅정에 대한 아주아주 정겹고, 흥미롭고,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그런 이야기를 본 것 같아서 기분 좋아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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