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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Dec 14. 2023

어제까지의 나에게 쓰는 편지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칠십이 되도록 살아오면서  

나한테 편지라는 것을 써 본 적이 없다.

편지 안 쓴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한테 편지를 써 보라는 말들을 하기에

나도 한 번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참 희한한 감정이 밀려온다.

내가 나한테 편지를 쓴다니…


심호흡을 크게 하고 쑥스럽지만 한 번 써보자.


TO: 업글할매에게


안녕, 업글할매야….

너한테 편지를 쓰다니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몰려오네.


업글할매라는 말이 너무 좋아서

지금 이 업글할매라는 것을 닉네임으로 쓰고 있어.


아마도 내가 죽을 때까지도

이 이름은 바뀌지를 않을 것 같아.


어때? 너도 마음에 들어?


편지라는 것을 언제 써봤는지 기억조차도 안나…


그래도 가끔 딸애한테 사랑받고 싶어서

있는 대로 좋은 말만 골라서

편지랑 영상을 만든 적은 있었어.


하지만 그런 소중한 이벤트들도 그때뿐이어서

그것마저도 그만 둔지가 오래됐고…


이제 드디어 너한테 편지를 써보네.


칠십이 되도록 살아오면서

왜 나는 나라는 사람한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해봤을까 ….


그만큼 사는 데도 바빴다는 핑계가 우선하겠지만

이제 자기 계발이라는 공부를 조금씩 하면서

나에 대해서 천천히 알아가는 시간을 갖다 보니

이제야 제대로 알겠어.


이유는 단 한 가지!

내가 나를 너무 무시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


어려서부터 팔자가 사납게 태어났다는 말과

아들이 귀한 집안에서

원하지 않던 셋째 딸로 태어나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못 받고 살아오다 보니

나 스스로 나도 모르게

나는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를 돌 보지를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스스로를 무수리라고 칭하면서

온갖 허드레 일은 다하고

온갖 눈치란 눈치는 다 보고 살아왔었지.


줏대도 없었고, 자기주장도 없었고…

그저 시키는 대로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그냥 손 놓아버리는 그런 불쌍한 삶을

너라는 사람은 어쩜 그리도 잘 견디고 살아왔는지….


이제야 너라는 애가 얼마나 불쌍했었고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아.


업글할매야!

이제야 자기애가 무엇인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야?

뒤늦게라도 공부라는 것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어디 감히 이런 생각조차 할 수가 있었겠어?


너라는 사람은 참 대단한 것 같아.

누구나 살면서 다들

인생 고비라는 것이 있다고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너는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많은 아픔을 겪고 살아왔잖아.


하지만 내가 너를 진정으로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은

그 힘든 아픔을 잘 털고 일어나서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아주 열심히 살아왔다는 사실이야.


살아보니까 그러기가 쉽지 않더라.

그런데 너라는 사람은 그걸 해냈어.


힘들었던 시절을 툭툭 털어내고

좀 더 밝고 나은 미래를 향해

너라는 사람은 정말 열심히

엄청난 노력을 하면서 살아왔잖아.


비록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내가 너를 그대로 인졍해주고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히 위로가 되리라고 생각해.


업글할매야!

그러면 된 것 아닐까…


내가 나를 인정한다는 것만큼

성공한 인생이 또 있을까?


너라는 사람은

어제까지의 너보다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매일매일 발전하고 있잖아….


드디어 브런치 작가도 됐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이제서야 진정으로 깨달으면서 살아가고 있어.


나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공부가 있다면

아무리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해도

난 계속해서 황새 꽁무니라도 잡고 쫓아다닐 거야.


찢어지고 또 찢어지더라고

꿰매고 또 꿰매어서라도 쫓아갈 거야.


진작에 바느질을 배워둬서 정말 다행이다.

꿰맬 줄을 아는데 뭐가 두려워서 망설일까…


이래서 뭐든지 배워두면

언젠가는 다 쓸모가 있는 것 같아.


업글할매야!

앞으로 100세 시대라고 떠들어 대고 있지만

칠십이라는 나이가 되고

호랑이 남편님 또한 팔십 대가 되고 나니까


솔직히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나 하는

그런 조바심 또한 드는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이제는 예전의 나보다는

조금은 현명해진 것 같아서

이제는 하루하루 어떻게 살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하면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라는

그런 약간은 쓸쓸한 생각이 앞서는 것 같아.


사랑하는 업글할매야!

브런치 작가가 된 내가 나한테 편지를 쓰다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려고 해 ㅋㅋ


웃기지?

이래서 인생은 살아볼 만한가 봐.


반전의 스릴이 있잖아?

그토록 나를 무시하던 사람들보다

지금의 내가 더 잘 살고 있다는 이 사실이

그동안 고생했던 나에 대한 보상인 것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무수리라고 칭하면서

심지어는 가족들한테 조차도

삼천만의 호구라고 불리면서도

자존심조차도 없게 살게 해서 정말 미안해.


내가 나를 너무도 무시하면서

돌봄이라는 것을 아예 안 하고 살았으니

너라는 사람한테 참으로 면목이 안 서서 할 말이 없어.


정말 미안해.

진작에 알아차리고 보담 았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안아줘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이것만은 약속할 수 있어.

이제 더 이상은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는 말…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앞으로는 더 이상 너를 무시하지 않겠다는 말…


업글할매야.

그동안 너무너무 고생 많았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었니…


이제부터는 우리 더 이상 가슴 아파하면서 살지 말자.

살다 보면 분명 또 속상하고 울 일도 생기겠지만

더 이상 바보같이 울지 말자.


그동안 흘린 눈물만 모아봐도

웬만한 강 하나는 되겠다고 허풍도 떨어봐.


업글할매야!

너의 가장 큰 장점이

잘 웃고 긍정적으로 열심히 사는 것이잖아?


이렇게 좋은 장점들을 가진 사람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 거야.


비록 삼식이 아저씨가 여전히 옆에서 속을 긁어대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삼식이 아저씨는

나한테는 가장 소중하고

내가 보호자로서 끝까지 지켜줘야 할 사람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잖아.


칠십이라는 나이가 헛된 것만은 아닌 것 같아.

길고도 긴 그 힘든 세월을 살아오면서

나름 어느 정도 도를 닦게 되는 것도

나이 듦의 좋은 점이 아닐까…


사랑하는 업글할매야!

앞으로 남은 나의 제2의 인생도 잘 부탁해.

너는 잘해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너는 참 강한 사람이잖아.

이제 공부라는 천군만마 같은 친구 또한 생겼으니까

앞으로 너희 노후는 괜찮을 것 같아.


안 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내려놓을 것은 더 내려놓도록 하자.


이미 많은 것을 내려놓은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도 내려놓을 것이 참 많네….


박경리 작가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남기신 말이 생각이 난다.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으로 홀가분하다”


미련 따위는 벗어던지고

언제 떠나도 아쉬울 것 없는 그런 마지막을 만들고 싶어.


나의 사랑 업글할매야.

우리 영원히 또 함께 하자.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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