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책방 #4
매년 이 맘 때쯤 되면 난 나대로 괜히 바빠지고 설레어진다.내년의 미래 전망에 대한 트렌드 책이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기다리면서 꼭 보는 것이 세 권이나 된다.
김난도 < 트렌드코리아 2024 >
김용섭 < 라이프 트렌드 2024 >
김용섭 외 7인 < 머니 트렌드 2024>
남들이 보면 무슨 논문이라고 쓰는 줄 알겠다. 그냥 읽기만 한다. 자고 나면 정신없이 바뀌는 세상에서 최소한 어떻게 변하는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솔직히 나한테는 많이 어려운 책이지만 그래도 아주 열심히 읽는다.이번에 리뷰하는 김용섭 소장님의 < 라이프 트렌드 2024 >의 표지를 보다 보면 저절로 올드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바로 이런 것을 담은 <올드머니>라는 메가트렌드의 뜻을 살려 책 표지를 이렇게 만드셨단다. 참 올드하면서 멋있다.
트렌드라는 책은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신다.현재와 미래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늘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는 김용섭 소장님의 말씀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본다.
<라이프 트렌드 2024>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은 것이 바로 “올드머니”이다. 이 “올드머니”가 2024년의 메가트렌드란다. 오래되고 낡은 돈이 아니라 대대로 물려받은 재산을 말하는 것이다. 이 “올드머니”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는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고까지 했다. 죽었다 깨어나도 조상한테 물려받을 돈 하나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영 멀고도 먼 딴 세상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김용섭 소장님은 말씀하신다. 지금 내가 올드머니가 아니라면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올드머니가 될 가능성은 아예 없다는 말에 맥이 빠지고 재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올드머니”의 참뜻을 알고 나니까 비로소 왜 올드머니를 가장 강력한 키워드로 잡았는가가 이해가 됐다.조상 대대로 내려오면서 가문이 벌은 돈이다 보니 대부분 다음 대로 물려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에 기부도 많이 해야 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해야 한단다. 뉴머니들처럼 나만을 위한 돈이 아니고 가문 대대로 내려오면서 사회와 환경 덕분에 지금의 돈이 생긴 것이라는 책임 의식을 갖고 있기때문에 뉴머니들처럼 슈퍼카 같은 것을 사지는 않는단다. 소위 말하는 돈 자랑, 돈 과시를 안 하는 것이란다.
진정한 올드머니들은 이렇게 차원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옛날의 올드머니들은 독립운동에 자금을 대기도 하고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과감히 이 올드머니들을 사용했단다. 감히 나 같은 미물이 근접할 문제가 아니다.괜히 배 아파하지 말자.
인간의 욕망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 갈망하게 되는데 이런 올드머니는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죽었다 깨나도 도저히 될 수가 없단다. 그래서 욕망의 올드머니라고 했단다. 우리 같이 자손 대대로 물려받을 것이라곤 땡전 한 푼도 없는 사람들도 비록 올드머니는 못되더라도 올드머니처럼 살 수는 있단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올드머니 스타일이란다.
이것이 바로 <라이프 트렌드 2024>의 핵심 키워드이자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유 같다. 지금의 20대 30대들이 올드머니가 갖고 있는 사회적 태도나 문화적 태도에 주목하고 있으면서 그대로 따라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반갑고 대단한 것 같다. 조용한 럭셔리라는 말이 참 좋다. 품격 있고 고상한 말 같다. 올드머니 스타일을 따라만 해도 매력적이고 품격 있는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것도 같다.
<라이프 트렌드 2024>의 두 번째 키워드가 반려자를 반려하다이다. 우리는 흔히 반려자라고 하면 같이 살고 있는 남편이나 아내를 떠올릴 텐데 반려의 주인공이 바뀌었단다. 첫 번째가 반려견이고 그다음이 반려식물 그리고 맨 마지막이 전혀 상상외인 사람이다. 지금 주변에서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미 사람보다 앞선 1순위라는 것을 실감할 수가 있다. 다행히도 아직은 반려 로봇이 등장하지를 않았지만 조만간에 반려 로봇이 등장한다면 1위로 올라갈 확률이 높고 사람은 그 대신 4등으로 전락할 것이란다.
우째 이런 일이 ~~
옛날에는 그저 모두 똘똘 뭉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반려견같은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를 못했었는데 이제는 각자 자기만의 공간으로 살아가는 시대이다 보니 이런 반려견이나 반려식물 같은 것에 더욱더 의지하려는 마음이 생긴 거라는 김용섭 소장님의 말씀이 참 외롭고 쓸쓸해진다. 하지만 이것 또한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 2024>로 등장했으니 받아들이면서 사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나도 무척이나 강아지나 고양이를 예뻐하지만 혹시 내가 반려견을 키우더라도 아직은 우리 집 양반이 일 순위 일 것 같다. 강아지 한 마리 데려다가 같이 살고 싶지만 우리 집 양반의 성격을 잘 알기에 지금은아무리 키우고 싶어도 자제를 하고 있다. 우리 남편 말마따나 이제는 둘 다 노인이다 보니 만에 하나 키우다가 걔네들만 남게 되는 경우를 생각만 해도 싫다는 우리 집 양반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일은 만들지 말라고 해서 마음을 접었다.
<라이프 트렌드 2024> 의 세 번째 키워드는 “각집살이”란다. 각집살이라는 것이 한자로 풀면 별거라는 뜻이다. 이 “별거”가 주는 의미는 이혼 직전의 아주 부정적인 의미인데 <각집살이>라는 트렌드가 주는 뉘앙스가 다르단다. 이제는 삶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세컨하우스 같은 것을 구해서 각자 자기의 공간을 활용하면서 산단다.
제주도에 살면서 많이 변한 것 중의 하나가 세컨하우스를 장만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그 정도 여유가 안되는 사람들도 한달살이나 일년살이를 많이 한다. 부부가 같이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각자 따로따로 살아보기 위해서라는 말에 좋아도 보이고 조금 낯설기도 하다.
내 평생소원 중의 하나가 일주일 만이라도 혼자서 살아보는 것이었는데 일찌감치 꿈을 접었다. 이제는 각방을 쓰는 부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전에는 방이 부족하다 보니 아무리 남편이 코를 세게 골아도 베개를 뒤집어쓰고 참으면서 잘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각자 하나씩 자기 방을 가지면서 좀 더 여유롭고 편안하게 삶을 즐기게 됐단다. 그래서 각방 쓰는 부부들을 보고 부의 상징이라고 한다길래 웃었던 기억이 난다. 더 이상 각방 쓴다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도 이제는 많이 줄은 것 같다.
<라이프 트렌드 2024>의 네 번째 키워드는 바로 “넥스트 핫플레이스”이다. 핫플레이스라고 하면 소위 말하는 뜨는 동네들을 말하는데 이왕이면 뜨기 전에 내가 먼저 들어간 다음에 뜨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고 한다. 그래서 2024년에는 어떤 동네들이 뜰까 하는 단서들이 이미 이 책에 많이 나와있다. 뜨기 전에 미리 들어가야 임대료도 싸게 얻을 수 있으니까 ~~ 이름들도 참 멋있게 짓는다.
“넥스트 핫플레이스”
신선하다.
<라이프 트렌드 2024> 의 다섯 번째 키워드가 “ 수산물 불신시대와 연어“이다. 전 세계에서 수산물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란다.해초류까지 포함하니까 1위가 된 것이다.이렇게 전 세계에서 수산물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보니 당연히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큰 이슈가 되는 것이란다. 이러한 수산물 불신시대에는 연어 양식만이 답이란다.아마도 2024년의 한국 연어 소비량은 역대 최고가 될 것이란다.
<라이프 트렌드 2024>의 여섯 번째 키워드는 “가스레인지”이다, 뉴욕에서는 2023년 5월에 이 가스레인지에 대한 법이 바뀌었단다. 2026년부터 지어지는 7층 이하의 건물에서는 일체 가스레인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의무적으로 인덕션을 설치하도록 했단다.가스레인지를 집안에서 사용할 때 생기는 공해 문제라던가 환경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호흡기 질환에 안 좋다고 해서 아예 강제적으로 더 이상 가스레인지를 못쓰게 한 것이다.어쨌거나 미국은 법이 무섭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사람들이 법을 잘 지킬 수밖에 없다.우리나라 서울에서도 조만간 더 이상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수가 없게 된단다.이 위험하고 몸에 해롭다는 가스레인지를 더 이상 사용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라이프 트렌드 2024>의 일곱 번째 키워드는 “글로벌 보일링”이다. 지구 열대화 시대의 폭염 경제를 주목하라고 김용섭 소장님은 강조하신다. 앞으로 가장 돈이 몰리는 분야는 바로 “클린테크”라고 한다.이미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단다. 이제는 지구 열대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 모두 가장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알래스카에 사는 딸한테서 여름에 전화가 왔었다.알래스카의 집들은 집을 지을 때 다른 곳처럼 에어컨 시스템을 넣지 않는 곳이 많단다. 차역시 에어컨 없이 다녔었는데 올해는 차도 에어컨 있는 것으로 바꾸고 집에도 에어컨 따로 설치하느라고 난리도 아니었단다. 물론 잠깐 더웠다가 끝났으니 그나마도 다행이었단다. 하지만 알래스카의 빙하들도 이상 폭염에 많이들 녹아내려서 예전의 웅장하고 멋있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고 한다. 평소에도 늘 지구 환경보전을 위해서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는 알래스카가 이 정도로 심각해지는 것을 보면 다른 곳은 어떨까 하는 걱정에 마음이 편치를 않다.
<라이프 트렌드 2024 >의 8번째 키워드 “강한 리더십과 노동생산성 ”이다. 일런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와의 격투기 싸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강한 인상을 주는 리더십이 인기를 끄나 보다.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직원의 50%를 대량 해고 한 것이었다.처음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사건으로 일론 머스크를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다가 생산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 아주 조금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이런 일론 머스크의 강한 리더십이 자주 거론되는 것 같다.
<라이프 트렌드 2024 >의 9번째 키워드 “펀임플로이먼트와 자발적 프리터”이다. “fun” + “emplyment“를 합친 펀임플로이먼트 라는 것은 실직 상태에서도 재미있게 보내겠다는 뜻이란다,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어차피 실직했다면 이왕이면 이것을 계기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지금의 실직 상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젊은 사람들의 새로운 트렌드이다.
“프리터“라는 것은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뜻이다.직장과 삶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흐름의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키워드인 것 같다.
<라이프 트렌드 2024> 의 10번째 키워드 “취하기 싫다면서 취하려는 사람들”이다. 취하기 싫으면서 취하려는 사람들이라는 김용섭 소장님 말씀대로 Z세대는 종잡을 수 없는 세대인가 보다. 그래도 나한테는 이런 Z세대가 참 멋있어 보인다. Z세대는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는 내용이 너무도 참신했다. 양이 아니라 질을 택하는 것이다. 싼 술을 주야 장청 마셔대는 것보다는 어쩌다 한 번 마시는 술을 싼 술이 아닌 고급진 위스키나 와인으로 대신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의 남자들은 거의 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곤드레만드레가 될 때까지 술을 마셨다.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셔버린 것이다.그러다 보니 이 고약한 술 버릇 때문에 아마도 많은 인간관계들이 틀어졌을 것 같다.
지금의 Z세대의 이런 술 문화에 대한 건전적이고 참신한 변화가 너무도 반갑고 고맙기까지 하다.주류 업계도 이런 추세를 따라갈 것 같단다
<라이프 트렌드 2024> 의 11번째 키워드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요즈음에는 20대들도 안티에이징을 한단다.우리 생각에는 그 나이에 무슨 안티에이징을 하냐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젊을 때부터 가꿔야 한다는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트렌드란다. 이제는 이러한 “안티에이징”이라는 것이 20대에서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로 확장되었단다. 아울러 새로운 테크 사업으로 부상할 것이란다.
안티에이징의 다른 말로는 “영생 서비스” “불멸 서비스”라고도 불린단다. 그래서 수명을 연장시키는 그런 스타트업들한테 중동의 기업들이 이미 많은 투자를 시작하고 있단다. 갑자기 김창경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재수 없으면 200살까지 산다.”라는 말이 왜 생각이 날까? 오래 산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교수님 말씀처럼 너무 오래 사는 것이 오히려 재수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많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냥 건강하게 적당히 오래 살기를 바랄 뿐이다.
<라이프 트렌드 2024 > 의 12번째 키워드 “스마트 그레이와 에이지리스 유스“이다. 2024년에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노인의 시대가 열릴 것이란다. 옛날의 노인들은 자산을 모으면 자식들에게 놔눠주고 그 대신 노후를 자식들이 부양해 줬는데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서 더 이상 자식들한테 미리 재산 넘기고 비참한 노후를 보내기는 싫다는 아주 스마트하고 현명해진 생각으로 자신의 자산을 지키고 있다 보니 저절로 자산가 노인들이 등장한 것이란다.
이제는 100세 시대이다. 마냥 자식들이 부모를 봉양할 수도 없을 것이다. 노인 자산가들이 등장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것 역시 극 소수이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뉴스를 보다 보면 빈곤 노인층들이 많은 것에 너무도 속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이프 트렌드 2024>에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노인의 시대가 등장한다는 소리에 약간의 희비가 엇갈릴 것 같기도 하다.
<라이프 트렌드 2024 > 의 13번째 키워드 “AI의 역습과 일자리 위기의 서막”이다. 이런 인공지능 어쩌고저쩌고 하다 보면 난 슬며시 뒤로 물러선다. 아직도 낯설고 어려운 분야이다.
2023년도 서서히 막을 내리려고 한다. 2024년의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한다.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위로가 되기도 한다.매년 이맘때쯤이면 늘 변함없이 찾아와주는 <라이프 트렌드 2024>를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감히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