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책방 #3
작가 김진애 님은 서울공대 800명 동기생 중
유일한 여학생이었던 당시 최고의 전설의 인물이었다.
서울 대 안에서 잠시 거닐라고 하면 늘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곤 했단다. 여왕님 가시는 길 행여 불편할세라 미리미리 알아서 길을 터주던 남학생들….
그때는 이런 낭만들이 있었다.
30대에 이미 벌써 MIT 건축학 석사와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 포럼”을 창업하셨다.
40대에는 “타임지에서 선정하는 “21세기 리더 100인”중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타임지에 실리면서 갑자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뽀록나기 싫어서 더 죽기 살기로 공부하셨다는 의외로 귀여운 작가님이시다.
50대에는 제18대 국회의원이셨고
60대에는 서울시장에 출마하기도 했었다.
이런 김진애 작가님의 멈추지 않는 에너지의 원동력은
바로 “여행의 시간”이었다.
워낙 유명하시고 너무도 대단한 분이시라
감히 근처에 다가설 수가 없는 분 같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알쓸신잡“에 나오셔서 깜짝 놀랐었다.
이때 처음으로 인간 김진애에 대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김진애 작가님의 팬이 된 것이…
이번 신간인 “여행의 시간”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또 다른 김진애를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많이 부드러워지셨고 의외로 평범한 여자다운 면도 많이 느껴진다.
간혹 주변에서 “김진애도 여자였어? …”라면서
놀리기도 했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어느 인터뷰에서 살이 많이 빠지신 것 같다는 질문에
국회의원 두 번 했더니 살이 쪽 빠지더라고
아주 재치 있게 말씀하시는 것이
너무도 재미있고 당당해 보이셨다.
평생 다이어트한다고 난리 쳐도 안 빠지는 살
국회의원하면 정말 빠지려나…
이러다가 너도 나도 국회의원한다고
난리 칠까 봐 두렵다 ^^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작가님의 친구분이시자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이 만드신 “제주올레”
제주올레는 엄청난 걷기 열풍을 우리 사회에 전파했다.
동시에 전 국민한테 돈 안 드는 건강 비결을 가르쳐 준 셈이다. 이 유명한 ”제주올레“라는 이름을 김진애 작가님이 직접 만드셨단다.
”제주올래“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멋진 이름…
작가님은 카피라이터에 소질도 있으신가 보다.
제주올레를 걸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재 발견했다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흐뭇하단다.
제주올레의 이야기가 점점 커져가는 것을 볼 때마다
“이름을 잘 지어줘서 그래!”라며
스스로를 칭찬하는 모습 또한 너무너무 귀여우시다.
“여행의 시간“은 아주 특별한 김진애표 여행법이다.
아주아주 열심히 사는데 한없이 지치기만 할 때…
온갖 걱정과 고민에서 해방되고 싶을 때…
가끔 주변 사람들이 너무 미워질 때…
혼자라는 것이 조금은 외로워질 때….
이럴 때 김진애표 여행법을 써보란다.
삼식이 아저씨에 집돌이 인 우리 집 양반 덕분에
홀로 여행이라는 것은 그저 팔자 좋은 여자들의 전유물인 줄만 알았다.
제주도 시골에 자리한 전원주택이라는 곳에 살다 보니
쓰레기를 버리려면 일부러 차를 타고 나가야만 한다.
집에서 가까운 곳은 꼭 오후 세시가 넘어야 이용할 수가 있어서 나는 핑계 삼아아침 먹고는 그 길로 차로 15분 걸리는 곳에 있는 곽지 해변 재활용센터로 일부러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 진짜 목적은 쓰레기를 버리고 나서 바로 옆에 붙어있는 그 유명한 “곽지해변 산책로”를 걷기 위해서이다.
얼마나 예쁘고 근사했으면 ”효리네 민박“ 1회에
아이유와 함께 걷는 곳으로 나왔을까…
이 곽지해변 산책로를 걷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쓰레기를 챙겨 나오기도 한다.
그냥 무심코 혼자 걸었던 이 길이 작가님 표현에 의하면
나도 이미 ”홀로 여행 “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꼭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하고 근사한 곳을 반드시 가야 한다는 법도 없고
작가님 말씀처럼 그냥 일상에서 오가는 모든 것들이
홀로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반갑고 고마웠다.
단지 홀로 다니면 불편한 점들이 많은데
홀로 다니는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나라 문화 탓이 클 것이다.
집 앞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도 어쩌다 한 번씩 마주치는…
거의 평소에는 아는 척도 안 하는 이웃들이
갑자기 친절하게 말을 걸어온다.
어머, 왜 혼자 걸으세요? …
혼자 걷는 것이 뭐가 어때서…
그냥 혼자 걷든 말든 제발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홀로 여행”을 할 때 내가 제일 불만스러워하는 것은
맛난 요리를 먹는데 제한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김진애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작가님의 불만에 무조건 찬성의 한 표를 던진다.
거의 외식이라고는 안 하는 신랑 덕분에
어쩌다 볼 일 보러 나갔다가
점심을 먹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완전 내 생일이다.
하지만 진작 맛있는 것은 작가님 불만대로 2인분 이상이란다.
지난번에는 옛날 불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무심코 들어갔다가 2인분 이상시켜야만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할 수 없이 2인분을 시키고는 1인분은 그냥 남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전 같으면 이런 낭비는 안 했을 텐데 오랜 감기 투병 끝에 잘 먹어야 빨리 낫는다는 이유 아닌 이유로 조금 사치를 부렸다.
그래도 가끔은 나를 위한 사치도 한 번씩은 부려볼 만하다.
아주 오래전에, 아마도 3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그런 옛날에도 일본에 가면식당에도 혼자 앉아있는 자리가 반드시 마련되어 있었고 고기도 혼자 앉아서 우아하게 구워 먹을 수가 있고 심지어는 술집도 혼자 앉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일본과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고독한 미식가“를 보신 분들은 아마도 이해가 가실 것이다.
마트에 가면 오이도 반개로 잘라서 랩으로 씌워서 팔았다.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배려였을 듯….
이제 우리나라도 혼밥이 꽤 유행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혼자 오는 사람한테 1인분이 아닌 2인분을 시켜야만 주문을 받는다는 이런 고리타분한 생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홀로 여행의 정착을 위해서…
흔히들 홀로 여행을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심심해서…“란다. 심심하자고 가는 것이라고 김진애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혼자 해외에 나가는 것이 무서우면 우선 우리나라부터 다니자. 우리나라만 구석구석 다 다녀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그리고 길도 잃어봐야 한단다.
길을 잃어야만 제대로 더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홀로 여행만이 누릴 수 있는
자신만의 비밀 아닌 비밀도 간직해 보란다.
제주도에 살다 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홀로 여행을 한다.
그것도 여성 혼자 하는 여행도 많다.
참 세상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여자 혼자 홀로 여행을 다녀도 크게 위험한 일은 없는 것 같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가…
요즈음 제주도에서도 한 달 살이가 꽤 인기가 있다.
한 달 정도는 머물러봐야 알게 된다.
그래야 일상이 들어오면서 하루하루 얼마나 다른 느낌을 가지고 변화를 만들어나가는지를 체험할 수가 있다.
여행길에 늘 베개를 끼고 다니는 것이
작가님의 비밀 아닌 비밀이란다.
낯선 여행길에서 뭔가 기댈 데가 있는 것처럼
작가님을 안심시켜 주는 고마운 베개이기 때문이다.
나랑 우리 집 양반도 차로 이동하는 간단한 여행에는
반드시 베개를 갖고 간다.
메밀베개라는 약간 촌스러운 베개가 우리 두 사람한테는 편안함 잠을 가져다주는 유일한 것이기에 늘 함께했는데 우리만 별난 게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다.
배우자하고의 커플 여행보다는
반려견과의 커플 여행을 해보라는 작가님!
남편하고 여행할 때는 작가님이 운전하면
남편분은 옆에서 잠만 자는데
반려견 “울럼”이와 함께할 때는
작가님이 말을 걸기 시작하면 전혀 지겨워하는 기색 없이
끝까지 다 들어준단다.
어쩜 그리도 카리스마 넘치는 분한테서
이리도 귀엽고 순진한 모습이 나오는지…
반려견과 함께 여행 다니고 싶어서 차도 SUV로 바꾸셨다는 작가님! 10년을 함께 했던 “울럼”이가 떠난 자리에
이제는 ’임당“이와 ”도돌“이가 함께 하고 있단다.
작가님의 강아지 사랑이 너무너무 귀여우시다.
이래서 반려견들을 키우나 보다.
너무너무 즐겁게 읽은 여행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