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책방 #2
< 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이신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은 1932년생이시란다.
2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트위터 하는 멋쟁이할머니이시다. 결혼 후 런던에서 살고 있는 외동딸과 매일 연락하고 싶어서 78살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배우셨단다. 대단하신 할머니이시고 멋진 할머니이시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전화조차도 안되던 상황에서 유일하게 딸과 연락할 수 있었던 것이 트위터였다고 한다. 컴퓨터 배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지진과 원전 사고로 온갖 불안과 의문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그 마음을 솔직하게 써서 트위터에 올렸더니 친구 한 명이었던 팔로워가 그야말로 순식간에 늘어났단다. 그 당시 70대였던 할머니한테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서 삶에 활력이 생겼다고 하신다.
부럽다. 언젠가는 나도 한 번 이런 대박 사건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생은 정말로 알 수 없다는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 말씀대로 누가 알겠는가… 나 역시 어느 날 갑자기 구독자가 팍팍 늘어나는 기적이 생길지…
89살 할머니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은 산책과 태극권이 취미이고 가끔은 마작도 하신단다. 태극권과 마작? 약간은 독특한 취미를 가지셨다. BTS를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며 매일 저녁 반주를 즐기는 애주가이신 멋진 할머니이시다. 확실히 한국 드라마와 BTS가 세계적으로 큰 일을 한 것만은사실인 것 같다.
< 사는 게 뭐라고 >의 저자이신 사노 요코 작가님 또한 한국 드라마 비디오 전집 사 모으느라고 가산을 탕진할 정도였다고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우리 큰 딸도 우리가 미국에서 살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전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없었다. 재미가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딸애가 지난번에 한국에 놀러 왔을 때 한다는 말이 이제는 넥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만 본단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그다음이 궁금해서 도저히 안 보고는 못 배리게 만드는 비결이 있다는 말에 다 같이 한 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K - 콘텐츠의 위상을 떨치게 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새삼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뭐든 배우고 싶어 하면 어떻게든 방법은 생긴다는 작가님 말씀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배우고 싶다는 열정이 없는 것이지 정말로 배우려는 마음이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그 방법은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다.
70살에 일을 그만두고 나서도 한가롭게 지내지 못하고 이상하게 바쁘게 보내고 있다는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 말씀에 그야말로 공감을 하고 있다. 지금 칠십 인 나도 65세에 은퇴라는 것을 했는데도 여전히 지금까지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나름 바쁘게 살고 있다.
89세의 할머니이신 오사키 히로키 작가님은 컴퓨터와 트위터, 태극권과 산책, 넷플릭스 그리고 BTS와 함께 매일매일을진심으로 즐겁게 보내고 계신단다.하고 계시는 일을 들여다보니 얼마나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지 그야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거창하진 않더라도 이렇게혼자라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취미를 만들라는 말씀에 공감백배이다.
혼자 놀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홀로서기라는 단어가그저 단순히 혼자 외롭게 사는 것인 줄 알았다. 진정한 홀로서기란 나 스스로 완전히자립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이제는 거의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 같다.
혼자가 싫어서, 외로운 것이 싫어서 참으로 오랜 세월을 쓸데없이 밥도 많이 사주고 다녔다. 내가 밥을 사야만 모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이제는 이런 쓸데없는 낭비는 더 이상 안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나를 위한 투자가 비로소 되기 시작했다. 나도 좀 더 비싼 음식도 먹어보고 지금까지 못 입어봤던 좋은 옷도 입어보고 무엇보다도 나를 위한 공부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홀로서기가 되더라. 혼자 놀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놀아달라고 매달릴 필요도 없다.
89살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의 하루 시간표이다. 89살에도 이렇게 시간표를 작성하신다는 것만으로 정말 대단하시다. 나도 89살에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아이패드에다 굿노트라는 앱을 깔아놓고는 내가 만든 다이어리에 시계부라는 것을 만들어서 한동안 열심히 시계부를 작성했었다. 나이가 들면서 달리 만나는 사람들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 또한 없는 아무런 정해진 스케줄 하나 없는 일상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들여다보고 싶어서 그냥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시계부를 적다 보니까 확실히 보이는 것이 있었다. 낭비되는 시간들이었다.일종의 멍때리기 같은 것…
그런데 오히려 요즘에는 이런 멍때기를 즐기라고 한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더니 요새는 정말 헷갈린다. 고정 관념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고정 관념을 깨야만 살아남을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시계부는 그만 작성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려고 한다. 오랜 세월 나름 루틴을 만들어서 살다 보니 이제는 굳이 시계부가 없더라도 그냥 정해진 대로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냥 정신 줄만 놓지 말자고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89살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은 70대에 위암 수술을 받으셨단다. 그 당시에 든 생각은 오직 한 번 더 술을 마실 수 있는 그런 몸이 되고 싶다는 것 뿐이었단다.
난 이 대목이 가장 멋져 보였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이런 큰 수술을 받고 나면 당연히 몸에 나쁘다는 것은 무조건 안 하려고 할 텐데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은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술을 한 번 더 마시고 싶으셨단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진정으로 원하고 즐기면서 살 때 건강 또한 따라오는가 보다. 오히려 수술 후 매일 술을 즐기고 있는 지금이 더 건강하시단다.
술은 가리지 않고 뭐든 마시는데 단 비싼 술은 안 마신다는 작가님만의 술 철학 또한 재미있고 멋지다. 절대 과음을 하지않기에 간을 쉬게 해 주는 날은 딱히 없다는 말에 혼자서 주책없이 킥킥거리면서 마냥웃었다. 우리나라 의사 선생님들이 들으셨으면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하지만 작가님한테 술이라는 것은 활기를 가져다주는 “약”같은 존재란다.
보약이 따로 없다. 작가님한테는 이 맛있는 술이 바로 보약인것이다. 괜히 몸에 좋다는 약, 힘들게 찾아다니지 말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 즐기면서 사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좋아하는 술과 함께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웃는 일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말씀에 책 읽느라고 잠시 끊었던 넷플릭스를 다시 신청해야 하나 살짝 고민을 해본다.
스트레스 있는 생활은 하기 싫은데 다행히 혼자여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 껏 하며 생활하신단다. 참 부럽다. 그렇다고 멀쩡한 남편을 나 편하자고 먼저 가랄 수도 없고 이다음에 우리집 양반 무사히 먼저 보내고 나면 그때부터라도 나도 맘껏 원없이 날개 펴고 하고 싶은 것 다해보면서 살아봐야겠다.문제는 우리 집 양반이 워낙 건강한 사람이다 보니 아무래도 내가먼저 갈까 봐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이래저래 이번생은 포기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아티스트 웨이>에서 나하고의 데이트라는 아티스트 데이트라는 것이 있다.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은 이런 나 혼자만의 아티스트 데이트를 이미 충분히 익히고 살아오신 분이다.진정한 홀로서기의 대가이신 것이다.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해놓고 그래도 쓰러지게 되면…그건 이제 어쩔 수가 없지…라는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시겠다는 작가님 말씀에 깊은 공감을 느끼면서 괜히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