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

업글할매 책방 #2

by 업글할매

< 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이신 ​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은 1932년생이시란다.


2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트위터 하는 멋쟁이할머니이시다. ​결혼 후 런던에서 살고 있는 외동딸과 매일 연락하고 싶어서 78살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배우셨단다.​ 대단하신 할머니이시고 멋진 할머니이시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전화조차도 안되던 상황에서 유일하게 딸과 연락할 수 있었던 것이 트위터였다고 한다.​ 컴퓨터 배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지진과 원전 사고로 온갖 불안과 의문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그 마음을 솔직하게 써서 트위터에 올렸더니 친구 한 명이었던 팔로워가 그야말로 순식간에 늘어났단다.​ 그 당시 70대였던 할머니한테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서 삶에 활력이 생겼다고 하신다.

부럽다. 언젠가는 나도 한 번 이런 대박 사건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생은 정말로 알 수 없다는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 말씀대로 ​ 누가 알겠는가… 나 역시 어느 날 갑자기 구독자가 팍팍 늘어나는 기적이 생길지…


89살 할머니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은 산책과 태극권이 취미이고 가끔은 마작도 하신단다.​ 태극권과 마작? 약간은 독특한 취미를 가지셨다. ​BTS를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며 매일 저녁 반주를 즐기는 애주가이신 멋진 할머니이시다. 확실히 한국 드라마와 BTS가 세계적으로 큰 일을 한 것만은사실인 것 같다.


< 사는 게 뭐라고 >의 저자이신 사노 요코 작가님 또한 한국 드라마 비디오 전집 사 모으느라고 가산을 탕진할 정도였다고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우리 큰 딸도 우리가 미국에서 살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전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없었다. 재미가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딸애가 지난번에 한국에 놀러 왔을 때 한다는 말이 이제는 넥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만 본단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그다음이 궁금해서 도저히 안 보고는 못 배리게 만드는 비결이 있다는 말에 다 같이 한 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K - 콘텐츠의 위상을 떨치게 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새삼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뭐든 배우고 싶어 하면 어떻게든 방법은 생긴다는 작가님 말씀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배우고 싶다는 열정이 없는 것이지 정말로 배우려는 마음이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그 방법은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다.

70살에 일을 그만두고 나서도 한가롭게 지내지 못하고 이상하게 바쁘게 보내고 있다는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 말씀에 그야말로 공감을 하고 있다. ​지금 칠십 인 나도 65세에 은퇴라는 것을 했는데도 여전히 지금까지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나름 바쁘게 살고 있다.



89세의 할머니이신 오사키 히로키 작가님은 ​ 컴퓨터와 트위터, 태극권과 산책, 넷플릭스 그리고 BTS와 함께 매일매일을진심으로 즐겁게 보내고 계신단다.​하고 계시는 일을 들여다보니 얼마나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지 그야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거창하진 않더라도 이렇게혼자라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취미를 만들라는 말씀에 공감백배이다.

혼자 놀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홀로서기라는 단어가그저 단순히 혼자 외롭게 사는 것인 줄 알았다. ​진정한 홀로서기란 나 스스로 완전히자립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이제는 거의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 같다.

혼자가 싫어서, 외로운 것이 싫어서 참으로 오랜 세월을 쓸데없이 밥도 많이 사주고 다녔다.​ 내가 밥을 사야만 모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이제는 이런 쓸데없는 낭비는 더 이상 안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나를 위한 투자가 비로소 되기 시작했다. ​나도 좀 더 비싼 음식도 먹어보고 지금까지 못 입어봤던 좋은 옷도 입어보고 ​무엇보다도 나를 위한 공부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홀로서기가 되더라.​ 혼자 놀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놀아달라고 매달릴 필요도 없다.



89살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의 하루 시간표이다.​ 89살에도 이렇게 시간표를 작성하신다는 것만으로 정말 대단하시다. ​나도 89살에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아이패드에다 굿노트라는 앱을 깔아놓고는 ​ 내가 만든 다이어리에 시계부라는 것을 만들어서 한동안 열심히 시계부를 작성했었다. ​나이가 들면서 달리 만나는 사람들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 또한 없는 아무런 정해진 스케줄 하나 없는 일상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들여다보고 싶어서 그냥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시계부를 적다 보니까 확실히 보이는 것이 있었다. ​낭비되는 시간들이었다.일종의 멍때리기 같은 것…

그런데 오히려 요즘에는 이런 멍때기를 즐기라고 한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더니 요새는 정말 헷갈린다.​ 고정 관념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고정 관념을 깨야만 살아남을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시계부는 그만 작성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려고 한다.​ 오랜 세월 나름 루틴을 만들어서 살다 보니 ​ 이제는 굳이 시계부가 없더라도 그냥 정해진 대로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냥 정신 줄만 놓지 말자고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89살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은 70대에 위암 수술을 받으셨단다. ​그 당시에 든 생각은 오직 한 번 더 술을 마실 수 있는 그런 몸이 되고 싶다는 것 뿐이었단다.

난 이 대목이 가장 멋져 보였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이런 큰 수술을 받고 나면 당연히 몸에 나쁘다는 것은 무조건 안 하려고 할 텐데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은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술을 한 번 더 마시고 싶으셨단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진정으로 원하고 즐기면서 살 때 건강 또한 따라오는가 보다. 오히려 수술 후 매일 술을 즐기고 있는 지금이 더 건강하시단다.

술은 가리지 않고 뭐든 마시는데 단 비싼 술은 안 마신다는 작가님만의 술 철학 또한 재미있고 멋지다. ​절대 과음을 하지않기에 간을 쉬게 해 주는 날은 딱히 없다는 말에 ​혼자서 주책없이 킥킥거리면서 마냥웃었다. 우리나라 의사 선생님들이 들으셨으면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하지만 ​작가님한테 술이라는 것은 활기를 가져다주는 “약”같은 존재란다.

보약이 따로 없다.​ 작가님한테는 이 맛있는 술이 바로 보약인것이다. ​괜히 몸에 좋다는 약, 힘들게 찾아다니지 말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 즐기면서 사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좋아하는 술과 함께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웃는 일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말씀에 ​책 읽느라고 잠시 끊었던 넷플릭스를 다시 신청해야 하나 살짝 고민을 해본다.


스트레스 있는 생활은 하기 싫은데 다행히 혼자여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 껏 하며 생활하신단다. ​참 부럽다. ​그렇다고 멀쩡한 남편을 나 편하자고 먼저 가랄 수도 없고 ​이다음에 우리집 양반 무사히 먼저 보내고 나면 ​그때부터라도 나도 맘껏 원없이 날개 펴고 하고 싶은 것 다해보면서 살아봐야겠다.​문제는 우리 집 양반이 워낙 건강한 사람이다 보니 아무래도 내가먼저 갈까 봐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이래저래 이번생은 포기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아티스트 웨이>에서 나하고의 데이트라는 아티스트 데이트라는 것이 있다. ​오사키 히로코 작가님은 이런 나 혼자만의 아티스트 데이트를 이미 충분히 익히고 살아오신 분이다.​진정한 홀로서기의 대가이신 것이다.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해놓고 그래도 쓰러지게 되면…그건 이제 어쩔 수가 없지…라는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시겠다는 작가님 말씀에 ​깊은 공감을 느끼면서 괜히 눈물이 났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주도우다 북토크 현기영 장편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