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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ul 20. 2024

인문학쯤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 조이엘 )

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 인문학쯤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

역시 책 제목이 주는 매력이 대단하다.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요즘 대세가 인문학인 것 같다. 인문학의 “인”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인문학쯤 알고 있어야 폼 나게 살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한 많아진 것 같다.


인문학!

왠지 모르게 근사하고 멋져 보이고 있어 보인다.

그래서 인문학쯤 아는 어른이 되어서 폼 잡고 싶은가 보다.


 《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이라는 책을 통해서 조이엘 작가님을 처음 만났다. 아내에 대한 어마어마한 사랑을 인문학적 사랑으로 표현하시는 것이 너무도 멋있어서, 덕분에 인문학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 1센티 인문학 》,  《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 등, 인문학에 대해서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이해 주신다.


기껏해야 백 년 사는 인생인데, 왜 천 년 근심을 품고 사느냐고 하신다.


 《 인문학쯤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 이 책은, 태초부터 이야기에 중독된 우리 인간들이 이야기 없이는 살 수 없듯이, 갭투자부터 시작해서, 고흐, 영조, 우주배경 복사 등 무관한 단어들을 아슬하게 연결해서 만든 한 편의 이야기라고 설명을 해주신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타임머신을 타고,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부지런히 날아다녀야 한다.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난다.



차례
프롤로그
갭투자의 진실
내 이웃은 누구인가
고흐의 당부
공무원의 삶
귤 이야기
노인성이 뜨면
빌딩 수집가
산산물물
별의 일생
소크라테스의 변론
다시 칼망


DAll-E에서 만든 이미지


“갭투자의 진실”

1965년,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에 사는 90세 할머니 칼망과 그의 변호사인 47세 라프레사이에 희한한 매매 계약서가 성립이 되는 것으로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매도인 : 잔 칼망 ( 90세 )
매수인 : 앙드레 라프레 ( 47세 )
매매 대금 : 0원


“비아제 거래”라는 독특한 방법인데,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생계비를 지불하고, 판매자가 사망하면 그 부동산을 넘겨받는 방식이란다.


상류층으로만 살아왔던 칼망 할머니가 말년에 인생이 꼬이자, 그 곁에서 오래 같이했던 라프레에겐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집요하게 설득을 해서 매달 400만 원씩 연금처럼 드릴 테니까 돌아가실 때까지 맘 푹 놓고 이 집에서 사시라고 선심을 쓴 것이다.


1965년 당시의 여성 기대 수명은 81세란다. 당시 칼망은 90세이다 보니, 이미 평균 수명을 넘어서 내일 죽어도 하나도 이상한 것이 없었다. 게다가 노인이면 절대로 피해야 할 와인, 케이크, 초콜릿을 매일 입에 대고 있고, 70년째 담배까지 피우고 있으니 아마도 1년 안에는 죽을 것이라고 확신을 한 것이다.


무조건 이기는 게임인 것이다.

그냥 앉아서 시세 차익 10억은 생기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라프레가 77세라는 나이에 죽게 된다. 칼망 할머니보다 먼저 죽은 것이다. 그날 할머니는 120번째 맞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면서 케이크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1997년, 무려 122세라는 나이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기록되면서 칼망 할머니는 이 세상을 떠났다.


누구나 한 치 앞을 예상 못 하는 것이 인생인데, 라프레의, 인생을 예측하지  못한 지나친 욕심으로, 가질 수 없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 무려 아파트 두 채를 연금으로 지불한 셈이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순간, 얼마나 많은 불행이 나를 찾아올 것인가에 대한 그런 교훈을 가르쳐 준다.


DAll-E에서 만든 이미지

각 나라 사람들에게 다양한 주제로 설문 조사를 하는 “국제사회 조사 프로그램”이 있단다. 50여 개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설문에 응하기 때문에 데이터 가치가 대단하단다.


이런 곳에서 하루는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얼마나 자주 부모를 찾아가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답은 딱히 특별할 것도 없이, “그냥 부모니까 찾아가서 만난다.”였다.


하지만, 한국은 달랐단다.


부모가 집이 있고 재산이 많으면, 자주 부모를 찾아가지만, 부모가 집이 없고 재산이 없으면, 거의 찾아가지 않는다라는 답이 나왔단다.


이 글을 읽으면서 왜 이리도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다.

아마도 지금의 우리나라의 노인들의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집이 있고, 자식한테 손 안 내밀고 살아도 찾아올까 말까 한 세상에서, 한 평생 뼈빠지게 자식들 잘 되는 것만 바라보면서, 온갖 희생이란 희생은 다했지만, 결국은 손에 가진 것 없이, 하루하루 남은 인생 살아갈 걱정만 해야 하는, 지금의 노인들의 모습이 너무 슬프게 다가온다.


다행히, 요즘에는 유튜브라는 것이 있어서, 어르신들도 웬만하면 집에서 쉽게 시청을 할 수가 있게 됐다.


그 덕분에 노인이 되어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에 대해, 여기저기서 영상을 만들다 보니, 아마도 많은 어르신들이 과거처럼 무턱대고 자식한테 희생만 하는 그런 세상은 더 이상  안 사실 것 같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한국처럼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희생하는 나라도 없는데, 한국처럼 자식들이 부모가 가진 것이 없으면, 부모를 안 찾아가는 나라도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요즘 젊은 사람들한테 한창 유행인 자기 계발, 그중에서도 특히 “나를 사랑하자!”라는 것을 노인이 되기 전에 미리미리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DAll-E에서 만든 이미지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


위의 두 문장만으로도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이 한국에서는 안 그래도 유명한데, “테스형”이라는 노래 덕분에 소크라테스의 유명세가 하늘로 치솟았단다.


칠십 하나인 젊은 할매와, 젊디젊은 조이엘 작가님이 마치 한 공간에 있는 듯한 그런 착각이 들 만큼 “테스형”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아주 친근하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얼마나 신났던지, 그때의 그 신선했던 기억이 생각이 나면서 괜스레 미소를 지어본다.


철학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외한이었던 여고시절의 나 역시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거의 달고 살다시피 했었다. 이렇게라도 폼 좀 잡고 싶었나 보다.


돈을 모으고, 명예를 쌓고, 명성을 알리는 데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면서
지혜와 진리와 자신의 영혼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니
부끄러운 일이오.
( 소크라테스 )


테스형의 변론이다.


우리가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철학적인 문구 같다. 더 이상 외적인 성공에만 매몰되지 말고, 괜히 폼 잡으려고 애쓰지도 말고, 오직 지혜와 진리를 탐구하면서, 내 안의 영혼을 돌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라는 메시지 같다.


DAll-E에서 만든 이미지

2021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에서 경험한 적이 있는 혐오 표현 대상 1위가 여성이었고, 4위가 노인이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는 혐오 표현 대상 1위는 바로 노인이다.


무시무시하다.


나도 이렇게 빨리 노인 대열에 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었다. 아직도 마음만큼은 이팔청춘이라고 떠들고 다니는데, 남들 눈에 띄는 내 모습이 행여라도 혐오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져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노인 행세를 하지는 않을까라는 염려에, 늘 다니면서도 조심을 하게 된다. 혹시라도 지하철을 탈 일이 있을 때도 일부러 노약자 자리는 피해 다닌다.


젊은 사람들한테 행여 민폐라도 끼칠까 봐 디지털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옛날 같으면 어르신들이 무거운 것 들고 가시면 얼른 쫓아가서 들어도 드리고, 버스라도 타시면 미리 일어나서 자리까지 안내도 해드렸는데, 이제는 언감생심 이런 것은 아예 바라지도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때 그렇게 하던 젊은 내가, 어느덧 칠십 하나라는 노인이 된 것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듯이, 불현듯 찾아오는 노인이라는 개념 앞에 그냥 속수무책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인이 혐오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회적으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인이 사회로부터 고립이 되는 현상 또한 생겨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반드시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르고 사는 것일까?


다양한 교육과, 세대 간의 교류, 사회적 참여, 정책적 지원,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서라도 다양한 측면에서 더 이상 노인에 대한 혐오가 확장되어가는 것을 막아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노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수많은 경험과 연륜과 노하우들이 있다.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오랜 세월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있는 것이다.




 《 인문학쯤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진진하다.

다양한 지식은 덤으로 따라온다.


조이엘 작가님만의 기발한 안목과 찰진 입담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신다.


인문학이라는 것이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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