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책 제목에서부터 빵 터지게 웃게 된다. 전부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난리도 아닌 이 세상에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니, 제목이 주는 유쾌한 충격이 정말로 대단하다.
아마도 열심히 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었나 보다. 요즘처럼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너무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너무나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의 저자이신 하완 작가님은 책 제목처럼, 삶의 태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여유와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라고 권장하시는 모습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시는 이유 같다.
열심히 사는 데도 삶은 변할 생각이 없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하완 작가님은 지쳐버렸단다. 그래서 딱 1년만 열심히 살지 말아 보자고 생각하면서, 그대로 실행에 옮겼는데, 그것이 이렇게까지 작가님 인생을 변화시키리라고는 그때는 정말 모르셨단다.
이 책이 나오고 나서, “하마터면~~” 시리즈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마터면 착하게 살 뻔했다”, “하마터면 월급쟁이 될 뻔했잖아”, “하마터면 대학 갈 뻔했잖아”, “하마터면 삼성 갈 뻔했잖아”, “하마터면 깨달을 뻔 ~~”, “하마터면 남들처럼 살 뻔했다.”, “하마터면 엄마로 늙을 뻔했다. ”
한도 끝도 없이 나온다.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이 책은 그야말로 “하마터면~~”시리즈의 원조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하마터면”을 검색하면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이 책이 무조건 맨 위에 뜬다.
2018년도에 처음 나왔을 때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는데, 개정판으로 다시 돌아온 지금도 여전히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이 책은 제목만큼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진짜 웃긴다.
제목만 보면 그냥 가볍게 웃고 넘기는 것 같지만, 내용만큼은 가볍게 넘어갈 수 없을 만큼 묵직하면서도 진지함을 안겨준다.
결코 열심히 사는 삶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시는 하완 작가님의 깊은 뜻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될 것 같다.
차례
프롤로그
1: 열심히 산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2: “더”말고 “덜” 하며 살아보기
3: 남들과 발맞추지 않을 용기
4: 속도를 줄이면 다르게 보인다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한 장면이 이 책의 시작을 장식한다. 태평양 한가운데, 조난당한 한 남자와 또 다른 한 여자가 똑같이 표류를 당한 상태에서, 여자는 희망을 찾아 헤엄쳐 가고, 남자는 그냥 그 자리에 남아 계속 맥주만 마신다.
몇 년이 지난 후, 이 둘은 우연히 어느 술집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때 그 여자는 너무도 혼란스러워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맥주만 마시던 남자가, 필사적으로 구조되기를 바라면서 엄청난 노력을 했던 자기랑 똑같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어릴 때부터 정신교육을 받는단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돼”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노력하지 않고 얻은 성공은 비겁한 거야.”
하지만 살면 살수록 아니라는 것을 더 크게 느끼면서, 우리는 혼란스러워지고, 가치관 또한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신다.
그리고 열심히 안 했다고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하신다.
이래저래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냥 살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만 떠오른다.
어른은 놀면 안 되냐고 작가님은 물으신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못 놀게 해서 못 놀았지만, 그래도 어른이 되면 놀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오히려 더 못 노는 것 같다고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어른들은 노는 걸 싫어하는데,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죄악시하는 것 같다는 하완 작가님의 말씀에 저절로 우리 집 양반이 떠올려진다.
지금 팔십 대인 우리 남편은, 해방부터 시작해서, 6.25 전쟁 등을 겪으며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오다 보니, 논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모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 편하게 놀 일이 생기면, 영락없이 한 마디 하고 만다. “이러다 죄받겠다!”라고 하는 것이다.
평생을 죽으라고 일만 하고 살아왔던 세대라서 그런지, 이제는 충분히 놀아도 되고, 또 그만한 자격이 주어졌건만, 여전히 논다는 것에 대해 안 가져도 될 “죄의식”이라는 것을 갖고 있다.
왜 이리 바보같이 살까?라면서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살아온 그 시절을 돼 돌아보고, 이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하다 보면, 그냥 안쓰러운 마음밖에 안 든다.
어떻게 살아남은 인생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것이다.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안다.”라는 말이 늘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정말 이제는 맘껏 놀고 싶은데, 노는 방법을 모른다.
여전히 놀아서는 안 되는 이유만 찾아다니는 남편이 야속 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또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우리는 늘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괴로워한단다. 노력을 안 했으면 모를까, 나름 열심히 했는데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더 괴로운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라는 하완 작가님의 말씀에 묘한 위로를 받는다.
우리는 초능력자가 아니니까,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정상이고, 또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란다.
인생이라는 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사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할 것 같다.
예기치 않은 사건이나 변수로 인해서 우리가 세웠던 목표가 어긋나더라도, 이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연습도 해야 한다.
어쨌거나 우리의 삶은 지극히 정상이다. 그러니 작가님 말씀처럼 괴로워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냥 오늘 하루하루를 즐겁고 편안하게 살아가면 그만이다.
꽤 오래전부터 “홀로서기”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난 처음에는 이 말이 주는 의미가 혼자서 외롭게 사는 것인 줄 알았는데,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진정한 홀로서기라는 것은 자기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하고,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는 능력이 참된 “홀로서기”인 것이다.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언제나 사람”이라는 작가님의 말씀에 지극히 공감이 간다. 내 나이 지금, 칠십 하나, 이 나이가 되도록 살아보니까, 정말로 사람처럼 힘든 것이 없고, 사람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는 사실을 살면 살수록 더 뼈저리게 느끼는 이 서글픈 사실은 결코 부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작가님 말씀처럼, 누군가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의견을 접고 상대의 기호나 생각에 맞춰야 할 때도 있고, 배려 없는 상대 때문에 기분이 나쁠 때도 있고, 내 주머니 사정도 신경 써야 하다 보니, 이래저래 피곤하다는 하완 작가님의 말씀이 왜 이리도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는지, 그만큼 나 역시 사람으로 인해 피곤했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사람으로부터 피해 다니면서 혼자가 편한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술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여행을 가고, 어느새 혼밥, 혼술, 혼영이라는 단어가 유행인 세상이 된 것이다.
혼자라는 것이 더 이상 외롭지가 않게 되기까지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더 이상 남의 눈치 안 보고, 더 이상 남의 비위 안 맞춰도 되고, 더 이상 남과 비교 안 해도 되는 그런 삶을 살게 된다면, 이미 “홀로서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주변에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서로 서로 부둥켜안고 응원해 주자.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 역시 그랬다고 보담어 주자.
혼자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지만, 나를 위한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반드시, 언젠가는 그 피곤하고, 짜증 나는 사람들 속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작가님의 메시지 또한 귀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돌아와서, 혼자가 아닌 것에 대한 감사 또한 필요한 것이란다.
결코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기에, 혼자 있는 것이 너무도 편하지만, 뚜벅뚜벅 다시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작가님은 말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