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어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조은자 작가님의 《 바라, 봄 》이라는 책을 선물받았다. 이미 8월 말에 나한테 주시려고 준비를 해 두셨다는데, 놀고먹는 일밖에 없는 나라는 사람이,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처럼 뭐가 그리도 바쁜지, 미처 만날 새도 없이 두 달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러다가 어제서야, 모처럼의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요즘 몸이 안 좋아서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소리에, 송구스럽게도 작가님께서 같이 친하게 지내던 몇 분하고 직접 방문을 해 주신 것이다.
책을 건네주는데, 받아드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냥 책 한 권을 전해 받는 것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나, 예쁜 스카프로 정성스럽게 포장한 책을 받아들고는 너무도 놀라서 할 말을 잃었었다.
이렇게 예쁘게 책을 포장하는 방법도 있었구나라면서 감탄을 하고 또 감탄을 했다.
다들 돌아가고 난 뒤에, 조용히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싼 스카프를 펼치는데, 그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책을 준비하신 조은자 작가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왠지 모르게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가뜩이나 몸이 안 좋아서 많이 기분이 가라앉았었는데, 이렇게 나를 대접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우울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사라져 가는 것 같았다.
해준 것도 별로 없었는데, “항상 가까이서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라고 첫 페이지에 친필로 작성하신 글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났다.
감동받을 일이 별로 없었던 최근에, 너무도 고맙고 감사한 말이다.
내가 보답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고작 이렇게 책에 대한 리뷰를 정성껏 쓰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는 사람이라, 오늘도 열심히 책에 대한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제주도를 사랑하는 남편과 살고 있는 여자라면서, 사춘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십춘기 엄마 사람이라고, 조은자 작가님은 본인을 소개하신다.
제주 이주 도민 9년 차에 접어드셨단다.
30대 후반에 제주도로 이주해오면서, 그때부터는 그야말로 육아와 밥벌이에 말 그대로 치열한 삶을 살아오셨다고 한다.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당연히 나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고, 우울함이라는 것은 덩달아 따라오는 덤 같은 인생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40대 초반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보고,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으셨단다.
그러한 과정과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조은자 작가님의 생애 첫 작품인 《 바라, 봄 》 인 것이다.
CONTENT
EP. 1 : 나에 대한 탐구
EP. 2 : 제주 사는 우리 가족 이야기
EP. 3 : 나의 꿈
에필로그
어릴 적 작가님 집은,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오 남매, 이렇게 9식구가 모여사는 대가족이었단다.
오 남매 중에서 첫째 딸로 태어난 조은자 작가님을, 할아버지는 늘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곤 하셨는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못난이라고 하셨단다.
작가님의 표현이 너무도 재미있다.
“솔직한 할아버지”란다.
조은자 작가님의 예쁜 모습을 익히 알고 있는 나이기에, 이 말에 절로 웃음이 났다.
우리 세대는, 아이가 너무 예쁘고 소중해서, 일부러라도 남들한테 우리 못난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던 것이다. 행여 손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비록 “우리 못난이”라고 말씀은 하고 다니셨어도, 내심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을 것 같다.
“느그들중에 누구 하나라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라고 으름장을 놓으셨을 것 같다.
오죽하면 손주가 예뻐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다는 말이 나왔을까.
이런 할아버지한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셨을까, 지레 짐작이 간다.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으신 분답게 조은자 작가님 또한 주변에 많은 사랑을 베풀고 계신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런 보통의 하루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서, 오늘도 열심히 작가님은 사진을 찍는단다.
예전에는 그저 핸드폰에만 저장되어 있었던 사진들이었지만, “블로그”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면서, 그동안 잠들어 있었던 작가님의 사진들이 하나 둘씩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막상 제주도로 이주를 했지만, 정착하기까지의 그 힘든 여정이라는 것은, 살아보기 전에는 공감하기가 힘든 부분이다.
조은자 작가님 역시 이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작가님의 삶 속에 비타민처럼 다가온 것이, 바로 “디지털 배움터“라는 곳에서 만들어준 ”나다운블로그 키우기”강의였던 것이다.
블로그를 배우기 위해서 꼭 필요했던 것이 노트북이었는데, 이때 남편이 마련해 준 노트북이 조은자 작가님의 재산 목록 1호가 되었단다.
“아로새긴 아벨”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를 시작하셨다.
내 마음속에 하나하나 또렷이 기록하면서 아로새긴다는 뜻으로 만드셨단다.
어쩜 이리도 작가님하고 딱 어울리는 이름을 만드셨는지, 그저 감탄하고 또 감탄할 뿐이다.
“작명”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내가 바라보는 나는,
이것만 읽어봐도 조은자 작가님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나의 일과 가족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사람
나의 하루를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싶은 사람
주어진 환경에 책임을 다하고 싶은 사람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는 사람
작가님이 생각하고 계시는 본인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아마도 가정을 꾸미고 있는 주부들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같은 마음을 품고 살아가겠지만, 얼마나 생각과 행동을 같이 할 수 있을까는 미지수인 것이다.
하지만 조은자 작가님 곁에서 일 년 반이 넘도록 지켜봐온 나는, 감히 단언을 할 수 있다. 작가님은 말과 행동과 생각이 일치한다는 것을.
나란 사람.
무언가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
손에 연필이라도
책이라도 잡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사람
휴식을 취하고 있어도
여행하고 있어도
늘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조은자 작가님은 여러모로 나랑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처음부터 작가님한테 끌려서 지금까지 변함없이 작가님을 예뻐하고 아끼고 있다.
나대기 좋아하는 나하고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의 소유자이시지만, 생각하는 바가 같고, 추구하는 목표가 비슷하다 보니, 오랫동안 좋은 만남이 이어지는 것 같다.
무언가 하고 있지 않으면 늘 불안해서, 쉬지 않고 지금까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칠십 대 업글할매의 인생을 돌아다보니, 전혀 예상치도 못한 “노쇠‘라는 병이 함께 찾아왔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십 대인 지금부터라도 작가님 자신을 위한, 체력관리나 건강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나이 들어봐야 알게 되는 서글픈 현실인 것이다.
오래오래 글을 쓰셨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에필로그를 장식한 마지막 글이 조은자 작가님 다운,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글쓰기보다 설거지가 중요한 사람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웬만한 주부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글쓰기”라는 세상은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머나먼 딴 세상의 이야기로만 알고 사는 사람들이, 아마도 아직까지도 대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 또한 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님 또한 ’나다운 블로그 키우기‘ 강의를 통해서, 비로소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블로그 강의를 같이 시작하던 동기들이 3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70대가 바로 나였던 것이다.
나 역시 칠십에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그 블로그를, 조은자 작가님하고 같이 시작을 한 것이다.
처음 조은자 작가님을 만났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늘 조용히 가만히 들어와서 수줍게 인사만 하고는 그저 얌전하게 앉아있었다.
말소리도 작고, 묻는 말 외에는 별로 말이 없던 아주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분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면서, 그 변해가는 모습이 실로 놀라울 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취월장”이라는 단어가 바로 조은자 작가님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하루하루 눈에 띄게 발전하는 작가님의 블로그 활동과 함께, 작가님의 심경에도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늘 조용하기만 하던 사람이 먼저 다가와서 웃으면서 말도 걸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도 부지런히 챙기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다.
그때 작가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이 난다.
블로그를 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기고, 너무도 재미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블로그도 지극 정성으로 꾸미게 되고, 그에 대한 답으로 “좋아요”가 늘 100이라는 엄청난 숫자를 넘어간다.
“좋아요”가 스무 개만 나와도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나한테는, 이런 “100”이라는 숫자가 주는 힘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어느덧 일 년 사 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오늘도 여전히 작가님의 활동에는 변화가 없다.
비록 강의는 끝났어도 ‘나다운 블로그“ 단톡방에 라이팅시온 강사님께서, 늘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올려주고 계신다.
매번 올라오는 새로운 강의나 북토크 같은 공지 사항이 뜨면, 늘 빠지지 않고 이름이 올라오는 것도 바로 조은자 작가님인 것이다.
이런 열정과 사랑을 갖고 블로그랑 글쓰기를 열심히 하고 계시니, 당연히 일 년이라는 길지도 않은 시간 안에 《 바라, 봄 》이라는 작가님만의 책이 탄생한 것이다.
블로그에 책 리뷰하느라고 몇 자 적는 것도 너무 힘든 나한테는, 나만의 책을 만든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정말 대단하시고, 응원해 주고 싶고, 격려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글쓰기를 통해서 조은자 작가님은, 처음으로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정리가 되었단다. 그러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오늘 하루가 된 것이다.
바라, 봄
인생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나를 바라, 봄.
( 조은자 )
이제 세상을 향하여, 책 출간이라는 엄청난 일을 공표하셨으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작가님의 새로운 책이 나오기를 진심을 다해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