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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Dec 17. 2023

디지털배움터

업글할매의 디지털 성장일기

한국에 역이민이라는 것을 오고 나서 처음으로 정부에서 무상으로 지원해 주는 "제주 디지털 배움터"라는 곳에서 블로그 공부를 시작했다.


오랜 이민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한국의 문화센터라던가 평생 교육 프로그램, 북토크 같은 동아리 모임을 다니고 싶다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에서도 더 좋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많지만 우리 같은 이민 1세대들은 결코 넘을 수 없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진짜 미국 사람들처럼 그 많은 혜택을 마음대로 누릴 수가 없었다. 살면 살수록 더 커지는 문화 장벽으로 인해 오랜 세월 장기 계획을 세워서 역이민 준비를 하고는 드디어 내 나라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그래도 우리처럼 일단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이렇게라도 자리 잡고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성공한 역이민 세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막상 돌아오니 완전히 다시 바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고 제대로 정신도 못 차리고 있다가 간신히 적응할 때쯤 되니까 이 번에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왔었다. 자연스레 동아리라는 이름조차 잊어버리고 코로나 19랑 함께 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은퇴 후의 적막함과 함께 새로운 우울증이 찾아왔다. 무기력 또한 같이 오는데 순간 너무도 무서웠었다.


그래도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잘한 일이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병원에 간 것이 아니라 아이패드를 산 것이다. 새로운 디지털 문화에 접하면서 소위 말하는 “디지털포메이션”을 향한 첫 발을 내 디딘 것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나의 원동력은 가방 끈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뭐든지 시작했다 하면 죽기 살기로 해대는 것이다. 배운 것이 없고 가진 것이 많지 않다 보니 이렇게 죽기 살기로 해 대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는지 나 또한 신기할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우울증도 당연히 아이패드 공부를 또 죽어라고 열심히 했더니 저절로 사라졌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학원을 다닌다거나 동아리모임에 참석한다는 것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세월이 무려 3년 이상을 갔다. 그래도 공부에 대한 꿈을 포기하기 싫어서 난생처음으로 MKYU라는 인터넷 대학에 신청을 해서 드디어 평생 한으로 남아있던 열정 대학생이라는 대학생이 된 것이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인터넷 강의라는 것이 우리 같은 컴맹세대한테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뼈저리게 느껴졌다. 대면 강의가 아니다 보니 열심히 따라 하다가도 한 곳에서 막히면 더 이상 진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손을 들어서 질문하고 해결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고 나면 너무도 빠르게 변해 버리는 세상 앞에서 또 한없이 나약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에 부지런히 살다 보니 어느새 코로나도 끝나고 드디어 오프라인 강의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 또한 아는 것이 없어서 제대로 이용을 못하고 있다가 우연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디지털배움터”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도 무료로 진행되는 강의란다. 너무도 신나서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신청을 하는데 이런 것조차도 왜 그리도 힘들던지 신청 완료까지 꽤 애를 먹었다.


컴맹세대의 설움이다. 매일 하던 것 아니면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또 디지털 세계의 새로운 면인 것 같다. 간신히 등록 완료하고는  지난 6월 22일부터 대망의 “나다운 블로그“강의를 시작했다.


“제주 디지털 배움 센터‘라는 곳에 강의 신청을 하면 자기가 배우고 싶은 모든 것을 무상으로 강의를 들을 수가 있고 무엇보다도 같은 한국말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같은 이민 세대한테는 뭐라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감동을 주는지 여기 사는 사람들은 결코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집에서부터 차로 거의 45분이나 걸리는 곳이지만 그 힘들었던 코로나 시대도 끝나서 이렇게 대면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했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해 소위 말하는 ”인강“이라는 것이 유행 하지만 컴맹 세대인 나한테는 뭐니 뭐니 해도 이런 대면 강의가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모르면 바로 그 자리에서 물어볼 수도 있고...


나름 유튜브에서 부지런히 배우고 또 배우고 있지만 어떨 때는 도저히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괜히 죄 없는 강사님만 아무도 모르게 살짝 째려본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의 강의는 강의실에서는 강사님과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들을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물어보기도 하고 그러면 친절한 강사님께서 바로 답해주시고...


강의 마지막 시간에 자기소개 시간이 주어졌는데 사람들 앞에서 나를 소개한다는 것이 언제 해봤는지조차 까마득해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려오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도 얼마나 신선하고 즐거웠는지 모른다.


정말 내 나라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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