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디지털 성장일기
요즘 어디를 가면 젊은 사람들이 나보고 멋있다고 한다. 내가 무슨 비싼 명품을 두르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사람들보다 훨씬 더 멋있단다. 꾸안꾸 의 모습도 멋있고, 휜 머리도 너무 멋있고, 풍기는 모습이 멋져 보인단다.
괜히 쑥스러워서 이유를 생각해 봤다. 흰머리 소녀가 한 손에는 애플워치를 차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폰을 들고 내 분신 같은 아이패드 가방을 들면서 계산할 때는 애플페이로 한다. 이만하면 내가 생각해도 꽤 멋있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옷만 잘 차려입고 명품 가방만 둘러매고 있었으면 과연 내가 멋있어 보였을까? …
내가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이 하나 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계속해서 안 좋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바람에 심한 우울증이 왔었다.
평소에 워낙 밝고 긍정적으로 살던 사람이었는데도 육십도 훨씬 지나 칠십이 다 돼가는 나이에 찾아온 우울증은 더 견디기가 힘들었다. 젊었을 때는 일하는 재미로라도 어떻게든 견디곤 했었는데 소위 은퇴라는 것을 하고 난 후에 찾아온 허탈감과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는 자괴감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나를 더 우울하게 했었나 보다.
너무도 힘들고 외로운 마음에 나도 유행하는 명품 가방이나 하나 사보자 하면서 나갔다가 우연히 애플 매장을 지나는데 전시돼 있는 아이패드를 보고는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얼마나 근사하던지…
아이패드에서 노트처럼 쓸 수 있다는 굿노트라는 앱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구매를 했다.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가장 현명하고 똑똑한 선택을 한 것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을 때는 애국한답시고 그 유명한 애플은 쳐다도 안 보고 삼성만 고집했었다. 차도 미국에서는 그 흔한 외제차도 안 타고 기아하고 현대에서 나온 차만 타고 다녔다.
물론 이민 생활 초창기 때는 지금처럼 한국 자동차들이 많지 않아서 포드라던가 일본 차도 탄 적이 있다. 하지만 외국 나가서 살다 보면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우리 집 양반하고 나하고 두 사람은 내 고국을 위해서 특별히 하는 일이 없으니 이런 자그마한 것이라도 실천을 하자는 뜻에서
그렇게 살아왔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기아만 타고 있고핸드폰도 삼성만 쓰고 있다가 어느 날 아이패드에 꽂혀서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완전 애플 덕후가 됐다.
써보니까 알겠더라. 왜 젊은 사람들이 그토록 애플에 열광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왜 한 번 애플을 쓰기 시작하면 다시 돌아갈 수가 없다고 하는지 또한 알게 됐다.
애플만의 “갬성”이라는 것을 나 또한 체험하고 있다. 특히 아이패드에서만 할 수 있는 수많은 앱들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가 않다.
미국에서는 애플이 우선이다 보니 삼성을 쓰는데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는데 이제는 한국에 와서는 거꾸로 모든 것이 우선화되어 있는 삼성을 피하고 또 다른 약간의 불편함이 있는 애플을 쓰고 있다.
왜 그런지 항상 아이러니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조금은 불편한 것이 있더라도 그 이상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이 소소한 행복을 아마도 계속할 것 같다.
아이패드를 산 결정적 이유는 굿노트라는 필기 앱이 있어서였다.
평소 늘 존경해 오던 어어령 선생님의 “디지로그”라는 말을 나는 너무도 사랑하고 항상 실천하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이 아이패드랑 굿노트라는 앱을 보는 순간 아! 바로 이것이야… 하면서 손바닥을 쳤다. 내가 그토록 원하고 하고 싶었던 그 “디지로그”세상에 한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오른손을 크게 다치는 사고로 그때부터 예쁘게 글씨를 못 쓴다. 어디 가서 곡 써야 할 일이 생기면 창피해서 숨고 싶을 정도이다. 이런 나에게 다시 필기의 즐거움을 안겨다 준 것이 바로 나의 사랑하는 아이패드랑 굿노트이다.
굿노트를 쓰면서 가장 정성을 쏟아붓는 곳이 바로 “내 서재”라는 곳이다.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읽은 책들을 정리해 놓고 각 이미지마다 하이퍼링크라는 것도 달았다.
이것 또한 아이패드의 기본 앱인 ‘키노트“라는 것을 사용한다
내 서재에 있는 각각의 페이지로 이동하면 이렇게 그 책에 대한 나만의 독후감을 나름 정리해 둔다.그냥 책만 읽는 것보다는 확실히 책에 대한 내용이 오래 기억이 된다.
굿노트에다 “Movie Log”라는 것도 만들었다. 재미있게 본 영화 내용들을 이렇게 굿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예쁜 스티커들로 장식도 하다 보니 내가 아주아주 젊어진 느낌이다.
이래서 공부를 하는 한 늙지 않는다는 소리를 하는가 보다.
유튜브에 보니까 이런 굿노트 다이어리 속지가 무료로 공유가 되고 있다.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보니 디자인도 세련되고 쓸모도 많게 보이는데 은퇴라는 것을 하고 거의 집에서만 생활을 하고 있는 칠십 할매가 쓰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빈칸으로 남는다.
그래서 할 수없이 나만의 다이어리를 역시 키노트로 만들었다. 군더더기 다 빼고 나한테 맞는 일정표를 만들고 나니까 너무너무 심플하고 좋았다.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그날의 날씨도 기록하고 좋아하는 문구도 적어가면서 그날 하루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내 아이패드 바탕화면이다.
요즘 유행하는 위젯도 꾸미고 특히 새로 배운 노선 덕분에 삶의 질이 무지무지 향상됐다. To Do List도 만들고, 일기장도 만들고, 내 서재도 만들고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다이어트 노트도 만들고,
혈압도 매일매일 체크하고 개인 날보다는 흐린 날이 더 많다는 변화무쌍한 제주도의 날씨도 기록하고 있다. 지금 나한테 최대 관심사인 브런치 현황도 정리하다보니 바쁘다! 바뻐!를 외치고 산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이다.
단지 하나 마음은 여전히 공부하는 여고생인데 영 체력이 따라와 주지를 못한다.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서 그저 하늘의 뜻에 맡긴다.
흰머리 소녀가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면 유튜브나 보겠지 하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어디 가서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아이패드를 테이블에 잠깐 올려놓고 일을 하고 있으면 젊은 사람들이 놀란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엔돌핀이 팍팍 올라간다.
괜히 몸에 좋다는 약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그냥 이렇게 아이패드랑 친구 삼아 놀다 보면 모든 근심 걱정도 다 사라지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최고의 명약이다. 이렇게 하면서 우울증도 치료하고 제법 멋지게 변한내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참 좋다,
이러니 내가 어찌 애플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내 우울증을 치료해 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아이패드랑 함께 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자식보다도 더 소통이 잘 된다. 이미 나이가 먹을 대로 먹은 더 이상 품 안의 애들 같은 자식이 아니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진정성 있는 소통이 어려워지고 있다. 난 늘 그대로이고 내 마음은 항상 이팔청춘인데 늙은이 취급하는 것도 싫다.
어쨌거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지네들보다 멋있다. 지네들도 못하는 이 어려운 브런치를 하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는 나도 한 번 폼 나게 살 날이 오겠지라는희망을 품고 그동안 혼자서 그것도 아주아주 피나는 노력을 했다.
컴맹 출신인 내가 유튜브로 아이패드랑 굿노트에 대한 것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도대체 무슨 소리들을 하는지 몰라서 미안하게도 죄 없는 쌤들을 많이도 째려보고 원망도 했었다.고생 끝에 낙이온다고 어느 날부터 조금씩 귀에 들려오던 디지털 상식이 이제는 제법 아는 척을 하게 되었다.
한 발 한 발 천천히미련하리만치 꾸준히 배워온 내 애플 기기에 대한 지식이 이제는 거꾸로 가끔씩 신식 며늘애랑 며느리 친정 언니들한테도 폼 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얼마나 폼 나는 인생인가…
플랙스가 뭐 별거 있어….이게 바로 플랙스지!
이러자고 지금까지 그 힘든 노동의 시절을 보내온 것 같다.
잘 살아왔다.
비록 젊어서는 지문이 닳도록 일만 하고 사느라고 인생을 즐기지 못했지만 그 열심히 산 덕분에 내 나라로 돌아와서 이렇게 사랑하는 애플 기기로 멋지게 폼 잡고 있는 대로 뽐내면서이제는 아이패드로 브런치까지 하고 있다.
내 친구 아이패드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다 쓰러져가는 고목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줘서 정말 고맙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내년 봄에 신제품이 나온단다.
우리 집 양반 좋아하는 것 미리미리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