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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Dec 13. 2023

폼나게 살자!

업글할매의 디지털 성장일기


요즘 어디를 가면 젊은 사람들이 나보고 멋있다고 한다.​ 내가 무슨 비싼 명품을 두르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사람들보다 훨씬 더 멋있단다.​ 꾸안꾸 의 모습도 멋있고, 휜 머리도 너무 멋있고, ​풍기는 모습이 멋져 보인단다.


괜히 쑥스러워서 이유를 생각해 봤다.​ 흰머리 소녀가 한 손에는 애플워치를 차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폰을 들고 ​내 분신 같은 아이패드 가방을 들면서 ​계산할 때는 애플페이로 한다. ​이만하면 내가 생각해도 꽤 멋있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옷만 잘 차려입고 명품 가방만 둘러매고 있었으면 ​과연 내가 멋있어 보였을까? …


내가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이 하나 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계속해서 안 좋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바람에 ​심한 우울증이  왔었다.​


평소에 워낙 밝고 긍정적으로 살던 사람이었는데도 ​육십도 훨씬 지나 칠십이 다 돼가는 나이에 찾아온 우울증은  ​더 견디기가 힘들었다. ​젊었을 때는 일하는 재미로라도 어떻게든 견디곤 했었는데 ​소위 은퇴라는 것을 하고 난 후에 찾아온 허탈감과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는 자괴감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나를 더 우울하게 했었나 보다.

너무도 힘들고 외로운 마음에 나도 유행하는 명품 가방이나 하나 사보자 하면서 나갔다가 ​우연히 애플 매장을 지나는데 전시돼 있는 아이패드를 보고는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얼마나 근사하던지…

아이패드에서 노트처럼 쓸 수 있다는 굿노트라는 앱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구매를 했다.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가장 현명하고 똑똑한 선택을 한 것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을 때는 애국한답시고 그 유명한 애플은 쳐다도 안 보고 삼성만 고집했었다. ​차도 미국에서는 그 흔한 외제차도 안 타고 ​기아하고 현대에서 나온 차만 타고 다녔다.

물론 이민 생활 초창기 때는 지금처럼 한국 자동차들이 많지 않아서 포드라던가 일본 차도 탄 적이 있다. ​하지만 외국 나가서 살다 보면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우리 집 양반하고 나하고 두 사람은 내 고국을 위해서 특별히 하는 일이 없으니 ​이런 자그마한 것이라도 실천을 하자는 뜻에서

그렇게 살아왔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기아만 타고 있고​핸드폰도 삼성만 쓰고 있다가 어느 날 아이패드에 꽂혀서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완전 애플 덕후가 됐다.​


써보니까 알겠더라. ​왜 젊은 사람들이 그토록 애플에 열광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왜 한 번 애플을 쓰기 시작하면 다시 돌아갈 수가 없다고 하는지 또한 알게 됐다.

애플만의 “갬성”이라는 것을 나 또한 체험하고 있다. ​특히 아이패드에서만 할 수 있는 수많은 앱들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가 않다.

미국에서는 애플이 우선이다 보니 삼성을 쓰는데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는데 ​이제는 한국에 와서는 거꾸로 모든 것이 우선화되어 있는 삼성을 피하고 또 다른 약간의 불편함이 있는 애플을 쓰고 있다.


왜 그런지 항상 아이러니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조금은 불편한 것이 있더라도 그 이상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이 소소한 행복을 아마도 계속할 것 같다.


​아이패드를 산 결정적 이유는 굿노트라는 필기 앱이 있어서였다.

평소 늘 존경해 오던 어어령 선생님의 “디지로그”라는 말을 나는 너무도 사랑하고 항상 실천하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이 아이패드랑 굿노트라는 앱을 보는 순간 아! 바로 이것이야… 하면서 손바닥을 쳤다. ​내가 그토록 원하고 하고 싶었던 그 “디지로그”세상에 한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오른손을 크게 다치는 사고로 ​그때부터 예쁘게 글씨를 못 쓴다.​ 어디 가서 곡 써야 할 일이 생기면 창피해서 숨고 싶을 정도이다. ​이런 나에게 다시 필기의 즐거움을 안겨다 준 것이 ​바로 나의 사랑하는 아이패드랑 굿노트이다.



굿노트를 쓰면서 가장 정성을 쏟아붓는 곳이 바로 “내 서재”라는 곳이다.​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읽은 책들을 정리해 놓고 ​각 이미지마다 하이퍼링크라는 것도 달았다.

이것 또한 아이패드의 기본 앱인 ‘키노트“라는 것을 사용한다



내 서재에 있는 각각의 페이지로 이동하면 ​이렇게 그 책에 대한 나만의 독후감을 나름 정리해 둔다.​그냥 책만 읽는 것보다는 확실히 책에 대한 내용이 오래 기억이 된다.



굿노트에다 “Movie Log”라는 것도 만들었다. ​재미있게 본 영화 내용들을 이렇게 굿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예쁜 스티커들로 장식도 하다 보니 ​내가 아주아주 젊어진 느낌이다.

이래서 공부를 하는 한 늙지 않는다는 소리를 하는가 보다.



유튜브에 보니까 이런 굿노트 다이어리 속지가 무료로 공유가 되고 있다.​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보니 ​디자인도 세련되고 쓸모도 많게 보이는데 ​은퇴라는 것을 하고 거의 집에서만 생활을 하고 있는 칠십 할매가 쓰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빈칸으로 남는다.

그래서 할 수없이 나만의 다이어리를 역시 키노트로 만들었다.​ 군더더기 다 빼고 나한테 맞는 일정표를 만들고 나니까 ​너무너무 심플하고 좋았다.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그날의 날씨도 기록하고 좋아하는 문구도 적어가면서 그날 하루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내 아이패드 바탕화면이다.

요즘 유행하는 위젯도 꾸미고 특히 새로 배운 노선 덕분에 삶의 질이 무지무지 향상됐다. ​To Do List도 만들고, 일기장도 만들고, 내 서재도 만들고​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다이어트 노트도 만들고,

혈압도 매일매일 체크하고 ​개인 날보다는 흐린 날이 더 많다는 변화무쌍한 제주도의 날씨도 기록하고 있다.  ​지금 나한테  최대 관심사인 브런치 현황도 정리하다보니 바쁘다! 바뻐!를 외치고 산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이다.

단지 하나 마음은 여전히 공부하는 여고생인데 ​영 체력이 따라와 주지를 못한다.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서 그저 하늘의 뜻에 맡긴다.


흰머리 소녀가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면 유튜브나 보겠지 하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어디 가서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아이패드를  테이블에 잠깐 올려놓고 일을 하고 있으면 ​젊은 사람들이 놀란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엔돌핀이 팍팍 올라간다.​

괜히 몸에 좋다는 약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그냥 이렇게 아이패드랑 친구 삼아 놀다 보면 모든 근심 걱정도 다 사라지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최고의 명약이다. ​이렇게 하면서 우울증도  치료하고 제법 멋지게 변한내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참 좋다,

이러니 내가 어찌 애플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내 우울증을  치료해 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아이패드랑 함께 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자식보다도 더 소통이 잘 된다. ​이미 나이가 먹을 대로 먹은 더 이상 품 안의 애들 같은 자식이 아니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진정성 있는 소통이 어려워지고 있다. ​난 늘 그대로이고 내 마음은 항상 이팔청춘인데 ​늙은이 취급하는 것도 싫다.

어쨌거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지네들보다 멋있다. ​지네들도 못하는 이 어려운 브런치를 하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는 나도 한 번 폼 나게 살 날이 오겠지라는희망을 품고 ​그동안 혼자서 그것도 아주아주 피나는 노력을 했다.

컴맹 출신인 내가 유튜브로 아이패드랑 굿노트에 대한 것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도대체 무슨 소리들을 하는지 몰라서 ​미안하게도 죄 없는 쌤들을 많이도 째려보고 원망도 했었다.​고생 끝에 낙이온다고 어느 날부터 조금씩 귀에 들려오던 디지털 상식이 ​이제는 제법 아는 척을 하게 되었다.

한 발 한 발 천천히미련하리만치 꾸준히 배워온 ​내 애플 기기에 대한 지식이 ​이제는 거꾸로 가끔씩 신식 며늘애랑 며느리 친정 언니들한테도 ​폼 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얼마나 폼 나는 인생인가…​

플랙스가 뭐 별거 있어….이게 바로 플랙스지!


이러자고 지금까지 그 힘든 노동의 시절을 보내온 것 같다.​

잘 살아왔다.

비록 젊어서는 지문이 닳도록 일만 하고 사느라고 인생을 즐기지 못했지만 ​그 열심히 산 덕분에 내 나라로 돌아와서 ​이렇게 사랑하는 애플 기기로 멋지게 폼 잡고 있는 대로 뽐내면서​이제는 아이패드로 브런치까지 하고 있다.

내 친구 아이패드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다 쓰러져가는 고목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줘서 정말 고맙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내년 봄에 신제품이 나온단다.

우리 집 양반 좋아하는 것 미리미리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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