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디지털 성장 일기
이번 하귀 동네 사진 교육을 마련해 주신 < 하귀나름 >은 뭐든지 하기 나름, 그래서 우리가 만드는 하귀나름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다.
이번 사진 교육은 하귀 마을 공동체의 미디어 활성화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해 주셨는데 너무도 감사하게도 하귀가 아닌 다른 마을에 사는 사람들한테도 이 소중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동진 작가님이 책을 왜 읽느냐는 질문에 “있어 보이니까 ~~”라고 멋진 답을 해주셨다. 난 왜 사진을 배우냐는 질문에 “멋져 보이니까~~”고 답하고 싶다.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보편화되기 전에 근사한 카메라를 목에 걸고 사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일종의 로망 같은 것이 있었는데 먹고 사느라고 하도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카메라로 사진 찍기는커녕 그 좋다는 관광지 한 번 제대로 못 다녔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너무도 감사하게도 “하귀 동네 사진교욱”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겨서 다행히 사진에 대한 기초 지식이라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강의를 신청했던 진짜 목적은 이제 막 초보 브런치 작가를 시작하면서 매일 같이 브런치에 글도 올리고 사진도 같이 올리다 보니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좀 더 예쁘고 좋은 사진을 올리고 싶다는 또 다른 욕심이 생겼다.
사람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더니 왜 이렇게 공부에 대한 욕심은 식을 줄을 모르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살아오면서 달리 큰 욕심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공부에 대한 욕심과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를 않는다.
아마도 공부에 대한 욕심은 여고시절에 그렇게 대학을 가고 싶었는데 가정 형편상 포기하고 나서의 한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일 것 같고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은 완전히 우리 삼식이 아저씨 덕분이다.
워낙 외식을 죽어라고 싫어하는 사람과 오랜 세월을 함께하다 보니 먹고 싶은 것에 대한 한이 맺혀서 일 것이다.
공부욕심도 과하면 체한다고 하더라. 요즘에 들어서 약간 공부로 인한 체증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역시나 체력이 딸려서 인 것 같다. 하지만 체했을 때는 까스 활명수가 최고이더라. 한 병 딱 따서 마시고 계속 공부를 해야겠다.
공부에 대한 끈을 놓는 순간 이미 노화는 시작된다니까 100세 시대에 이제 칠십을 막 넘긴 내가
벌써 노화가 오면 안 될 것 같다.
이번 < 하귀 동네 사진 교육 >은 제주시 하귀에 있는 < 카페동경앤책방 >이라는 아주 멋진 북카페에서 열렸다.
< 카페동경앤책방 >에서는 하귀에서 작은 음악회도 주최하면서 주민들에게 문화 소통의 장을 만들어 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 BEST STORE >라는 상도 받으셨나 보다.
앞으로는 북토크도 자주 만들고 싶으시다는 말씀에 자주 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내리는 사장님과 반려견 그리고 음악 모든 것이 멋지게 잘 어우러진다. 우리가 대접을 해드려야 하는데 주최 측에서 오히려 참가자 전원에게 맛있는 커피를 사 주셨다.
황송할 따름이다.^^
어딜 가면 늘 내가 사야 마음이 편한 사람인데 이렇게 거꾸로 대접을 받으니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참 행복하다.
이번에 소중한 시간을 내 주신 고훈철 작가님은 제주도 협재가 고향이시란다. 태어나면서부터 바다와 늘 함께 해서 정작 제주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랐다가 사진을 제대로 찍기 시작하면서 그때서야 비로소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는 진심으로 사랑을 담아 제주도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으신단다.
이렇게 제대로 제주도가 보이기 시작하니까 너무도 아름다운 곳들이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제주도만 다녀도 시간이 없어서 굳이 다른 곳을 가려고 하지는 않으신단다. 내가 살고 있는 가까운 곳부터 제대로 시작해 보자라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지게 하는 말씀이었다.
“픽슬로”라는 닉네임의 고훈철 작가님은 아직도 젊으시지만 더 젊었을 때는 오직 집하고 회사만 왔다 갔다 하는 틀에 박힌 생활만 하다가 어느 날 선배 과장님의 진심 어린 조언으로 일도 중요하지만 삶의 여백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사진이라는 취미를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비로소 픽슬로라는 이름에 걸맞은 여유 있는 삶을 즐기게 됐다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이야기하셨다.
고훈철 작가님은 이렇게 조언을 해주신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두 스토리가 될 수 있단다. 내가 정말로 찍고 싶은 것을 찍으면서 내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지만 또한 삶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사진 기술적인 면에 대한 이론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공부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도 많이 나오고 또 조리개나 Iso라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숫자만 계속 나오니까 솔직히 머리가 좀 아팠다.
그래도 이 고비를 넘겨야만 한단다.
그래야 폼 잡고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단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아니라 영원히 스타일 안 나게 자동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폼 나게 사진을 찍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믿고 조리개랑 Iso의 숫자랑 친해져야 할 것 같다.
이 것을 넘어섰을 때의 그때의 사진이 갖다 주는 결과물은 아마도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나도 한 번 폼나게 살아보자.
마지막 날은 바깥으로 나가서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실습을 했다. 비록 멋진 카메라를 목에 걸진 않았어도 미래의 사진작가를 상상하면서 나름 폼 잡고 다녀봤다.
누구의 말도 신경 쓰지 말자. 나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면 바로 내가 작가인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있는 대로 폼이란 폼은 다 잡고 카메라대신 핸드폰을 목에 걸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행여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그렇지 않아도 떨리는 손이 더 떨렸다.
실습 겸 마을 입구를 돌아봤다. 오래된 팽나무 아래에서 기념 샷도 한 컷 찍었다.
픽슬로 작가님은 그동안 주로 젊은 분들을 위한 강의를 많이 하시다가 이번처럼 약간 어르신들 모시고 하는 강의는 처음이라고 해서 모두들 깔깔대고 환하게 웃었다.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칠십 대인 나를 빼고는 전부 40대 초반분들이시라 많이 젊어 보였다.
3일 동안 나이 든 사람들 가르치시느라고 정말로 고생 많으셨던 우리 고현철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함께 하신 모든 학생분들의 그 뜨거운 열정에도 진심으로 응원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