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디지털 성장 일기
세상에 이런 일이…
업글할매가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됐다.
작가로 선정되는 것이 의외로 어렵다고들 해서 한 다섯 번쯤은 도전해 보려고 큰맘 먹고 시작했는데 어쩌자고 한 번에 덜컹 붙어버렸는지 너무도 놀란 가슴이 아직도 진정이 안된다.
나보고 작가님이란다.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 따로 없다.
있는 대로 자랑을 하고 싶은데 며늘애 말고는 브런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우리 집 양반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모른다.
이 떨리는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언제 이렇게 떨어봤었나 하고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잘 생각이 안 난다.
어쨌거나 무지무지 기분이 좋으면서도 또 그만큼 신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기분인지를 모르겠다.
그냥 심장 한구석이 조여 오는 듯한 기분이다.
아무래도 진정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심호흡을 있는 대로 들이쉬고 내쉬고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다.
당첨 축하 메일을 받자마자 떨리는 손으로 제일 먼저 며늘애한테 전화를 했다. 그래도 브런치 카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며늘애밖에 없으니까 있는 대로 자랑을 하고 싶었다.
자기보다 낫다면서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 주는 것이 너무도 예쁘고 고맙다.
브런치 작가를 도저히 이해 못 하는 우리 집 양반은 뭐 그렇게 요란 떠나면서 여전히 옆에서 잔소리를 해댄다.
“누구 브런치 카페 아는 사람 없나요?”
환한 대낮에 메일이 왔더라면 아는 사람 다 불러내서 동네잔치라도 할 판이다.
나다운 블로그의 라이팅 시온 강사님께서 나보고 브런치 작가가 돼보라고 넌지시 말을 건네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나는 브런치 카페라고 해서 어디 근사한 카페를 얘기하는 줄 알았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너무도 변해버린 한국의 문화를 너무 몰랐던 것이다.
나보고 작가가 돼 보라니… 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 글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당연히 배운 적도 없고
그렇다고 남들처럼 가방끈이 긴 것도 아니고 무슨 나 같은 사람이 작가냐고…
괜히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었다.
그런데 작가라는 말이 근사해도 너무 근사했다.
나 같은 할매도 꿈은 꿔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용기를 내 보았다.
자고 나면 정신없이 바뀌는 세상에 뒤처지지 싫어서
이미 수도 없이 황새 뒤꽁무니 잡고 따라다니다가 벌써 나의 두 다리는 성할 날이 없다.
그래도 다행히 바느질은 할 수가 있으니까 찢어진 다리는 꿰매고 또 꿰매서라도 쫓아가자고 마음먹었다.
블로그를 열심히 해왔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공부를 제대로 못 한 것이 평생 한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렇게 지금이라도 내 나라 대한민국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할 수 있고 책도 부지런히 읽으면서 블로그라는 것도 하고 이제는 그토록 갈망하던 브런치 작가까지 됐다.
늘 나는 가방끈이 짧으니까 감히 글을 쓴다는 것을 엄두조차 못 냈었는데
너무도 감사하게도 나이 칠십에 작가에 도전하는 용감한 업글할매를 브런치 작가로 받아주셨다.
너무도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고단하고 힘들었던 내 생애에
오늘처럼 기쁜 일이 생기다니 앞으로 남은 나의 노후가 더 의미 있고 활기찰 것 같다.
100세 시대라서 정말 다행이다.
예전 같으면 뒷 방에나 있어야 할 나이에 디지털도 배우고, 글도 쓰고 앞으로도 할 일이 참 많이 생겼다.
이래서 인생은 또 살아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