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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Dec 05. 2024

노화가 아닌 노쇠가 왔다

업글할매

miricanvas

나라에서 2년마다 무료로 해주는 그 좋은 건강 검진을, 귀찮다는 이유로 안 받고 잘도 버티다가, 아무래도 몸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아서 얼마전에 병원을 찾았다.


위내시경같이 복잡한 것은 하기 싫어서 간단히 피 검사만 하고, 엑스레이만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괜첞다고 해서 큰 맘먹고 검사를 받아본 것이다.


골다공증 검사를 꼭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받아보았는데 세상에나, 골다공증이 아주 심하단다. 그것도 허리 상태가 아주 안좋다는 설명에 갑자기 힘이 빠졌다.


게다가 협착증까지 심해 진 것이다.


이미 20년전에 미국에서 무릎의 연골이 다나가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받았고, 골다공증이 시작됐다는 진단또한 받았었다.


하지만 그때는 속아서 산 가게를 운영해나가느라고 거의 망한 상태였기 때문에, 의료비가 비싸기로 소문난 미국에서 치료를 받을 생각은 감히 꿈조차 꾸지를 못했었다.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아직도 청년같은 뼈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집 양반한테는, 도저히 이런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이기에, 약한 DNA를 갖고 태어난 나 자신만 원망하면서, 아무한테도 말도 꺼내지 못한채 혼자서 끙끙거리며 미련하게도 일만 죽어라고 했었다.


그러다가 이제 조금 편해질 만하니까, 반갑지 않은 노쇠라는 병이 찾아온 것이다.



노화가 아닌, 노쇠라는 질병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뭐 잘났다고 혼자 불쑥 찾아오는지 괘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화라는 증상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늘어나지도 않을만큼 완전 흰머리로 변해버려서, 오히려 염색을 안해도 되니까 너무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의 그레이 헤어스타일이라던가, 웃으면 여기저기 잔 주름이 잡혀서 쪼글쪼글해지는 내 얼굴, 이런 노화현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 편하게 받아 들일 수 있는 그런 마음의 근육은 어느정도 키워놓고 있었다.


오히려 나의 흰 머리를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나만의 스타일로 장착시키도 했다. 그래서인지 가끔 흰머리가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뭐든지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부자연스럽지 않고 어울린다는 말처럼 또 다른 칭찬이 있겠는가.


얼굴은 온통 주름 투성이 이면서, 머리만 까맣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어색해서 못 견딜 것 같다.


내 잔주름은 특히 웃어서 생긴 것이 많다.

어차피 나이들면 자연히 주름은 늘기 마련인데, 이왕이면 슬퍼서 생긴 주름보다는 웃어서 생긴 주름이 더 낫지 않겠는가.


내 이마에 깊이 패인 굵은 주름은, 나의 고단한 미국에서의 이민생활의 역사이기도 하다.


20년 이상을 한국의 브런치 카페 같은 것을 운영하면서, 늘 뜨거운 그릴앞에서 일을 하다보니,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운동할 때 쓰는 두꺼운 헤어밴드를 늘 이마에 차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그렇게 하다보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마에 무슨 훈장처럼 깊은 주름이 생겨버렸다.


젊었을 때는 이 주름이 너무도 보기 싫어서, 외출할 때는 일부로 머리를 있는 대로 내려서 이마를 가리고 다녔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주름조차도 내 인생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마를 확 들어내고 다니니까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 덩달아서 어깨도 펴지고, 그러다보니 자신감 또한 생기더라.


나의 사랑하는 흰머리도, 나의 잔 주름도, 다 세월이라는 시간이 나한테 준 선물같다.


노화도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 같다.

오랜세월을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인 것이다.


그래서 난 아침마다 거울을 바라다보면서 친근하게 거울 속의 나한테 미소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노쇠’라는 반갑지 않은 친구는 차원이 다르다.


노화는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현상이지만, 노쇠는 질병인 것이다.



상당히 오랜 세월동안 그래도 몸의 유연성을 위해서,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근력운동같은 것을 나름 열심히 해왔다.


그 덕분에 겉으로는 아주 건강해보인다는 소리도 자주 듣고, 남들보다 젊어보인다는 말도 듣곤 했었다.


오죽하면 병원을 찾아가도 겉만 보고는 어떻게 오셨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다가 X-Ray 결과를 보고는 그야말로 기절초풍을 한다.


아니 어떻게 이런 상태로 그렇게 멀쩡히 다닐 수가 있냐는 말씀에 나는, 그저 웃기만 한다


그동안 열심히 운동도 하고, 관리도 한 덕분에 이런 상태에서도 허리도 곧게 피고, 무릎도 안구부러진 상태에서 건강해보이는 모습으로 다닐 수가 있는 것이란다.


안그랬으면 지금의 나의 협착증 증상이나 무릎 상태에서는, 다른 할머니들처럼 유모차를 끌고 다녔을 것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잠시 그런 모습의 나를 상상해 보았다.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업글할매!


싫다!

너무 싫다!

끔찍할 정도로 싫다!


하지만 이제는 노화가 아니 노쇠라는 것이 찾아오다보니, 내 몸에 대한 자신이 없어졌다.

동시에 쓸쓸함과 허무함이 함께 찾아온 것이다.


노화라는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누구나 다 나이들면 찾아오는 것이기에, 전부 흰머리로 도배를 하든, 잔주름으로 온 얼굴이 찌글찌글해져도 전혀 상관을 안했었다.


이런 종류의 노화 현상은 얼마든지 내가 친구삼아 같이 갈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공부에 대한 끈을 놓지만 않는다면, 까짓것 이런 노화따위는 얼마든지 웃으면서 무시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노쇠는 다르다.

노쇠는 질병이란다.


노화의 연장선에서 나타나는 질병이 노쇠란다.


힘이 빠지고, 움직임이 둔해지며, 근육이 줄어드는 등 일상생활이 점점 힘들어지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질병이다보니 자연스레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거의 한 평생을 토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보니 일을 안해도 서서 있는 것이 편해서 어디가면 잘 서있곤 했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이미 허리에 탈이 나있었던 것을 몰랐던 것 같다.


이제는 편하게 앉아서 생활하고 싶은데, 앉지 못하는 고약한 병이 걸린 것이다. 10분 이상을 앉아 있다보면 꼬리뼈에서부터 통증이 시작된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서서 있으면 괜찮다.


잠시 앉았다 일어날 때는 반드시 엉덩이 주변을 만지면서 살살 달래가면서 일어난 다음에, 신전운동이라는 것을 해주면 그 다음부터는 서서 있는 것은 괜찮다.


그리고 너무 감사한 것은 걷는 것은 또 괜찮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동안 척추의 신이라고 칭송받는 정선근 교수님의 유튜브 영상을 부지런히 보면서 열심히 따라했던 것이, 지금의 나한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하루종일 서 있거나, 걷거나, 아니면 드러누워 있으라고 하는데, 영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살아있는 목숨같지도 않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엄청난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지런히 한강 작가님의 책을 주문해서 받아놓고는, 영 진도가 안 나가서 너무도 속상했었다.


잠시 앉아서 읽다가, 또 잠깐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고, 그리고는 일어선 채로 책을 손에 들고 눈 가까이 가져가서 책을 읽는 것을 보고는, 우리 집 양반 기어코 한 마디 한다.


그냥 쉬라고…


흰머리, 잔주름이 생겼다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뼈에 문제가 발생하고 나니, 모든 것에 조심을 해야하고, 마음놓고 걷지도 못하고, 뛰지도 못하고,무엇보다도 책상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다보니, 저절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노화는 얼마든지 친구삼아 살아갈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노쇠라는 것이 찾아오니까, 급격히 의욕이 떨어진다.



노쇠라는 반갑지않은 질병이 찾아오기까지는, 그래도 나이 먹어가는 것도 꽤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나름 노후를 즐기면서 살고 있었다.


60대 후반에 디지털포메이션을 외치며, 아이패드 붙잡고 씨름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디기 시작했다.


칠십에는 블로그라는 것에도 나의 영원한 동반자인 “업글할매‘라는 이름또한 올리기 시작하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영광을 안았다.


지금도 그순간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너무도 행복했던 소중한 기억들이다.


너무 열심히 했었나?


지난 몇 년동안 나의 특기인 “죽기살기로” 정신으로, 시간만 나면 온 종일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를 했던 것이, 나의 내면의 근육을 키우는데는 상당한 도움을 주었지만, 그 부작용으로 허리랑 무릎이 상당히 나빠졌다.


이미 20년전에 골다공증 진단을 미국에서 받았었는데, 그때는 하고 있던 비지니스도 쫄딱 망한 상태여서, 의료비가 비싸기로 소문난 그  미국에서 치료받기 위해 병원을 다닌다는 것은 감히 생각조차 못했다.


남편한테 눈치가 보여서 말도 못하고, 미련스럽게 괜찮아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하루하루 일만하면서 병을 키워갔던 것이다.


얼마전에 받은 골다공증 검사가 아주 안좋게 나왔다.

결국 치료를 시작했다.


배꼽 근처에 주사를 맞고 약 처방을 받았다.

약은 매일 먹고, 주사는 6개월에 한 번씩 맞으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증환자일 때 보험이 적용이 된단다.

‘보험이 되니 얼마나 다행이야?’라고 딸한테 말했더니, 있는대로 째려본다.


20년전,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을 때, 그때 바로 치료가 시작됐더라면, 큰 고생없이 금방 좋아질 수 있는 상황을 정말 미련스럽게 병을 키워왔다.


50대에 받은 골다공증과 70대에 받는 골다공증은 그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있는 것이다.


치료도 수월하지 않고, 확실히 낫는다는 희망도 없다.

그저 묵묵히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내 스스로 힘을 키우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낙상“이라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고 하지만, 내가 넘어지고 싶어서 넘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저 매사에 조심하면서 사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기침을 할 때도 갈비뼈가 부러질 수 있으니까, 가슴을 부여안고 기침을 하란다.


그러다보니 힘이 들 수 밖에…


그전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던 것을, 이제는 행여 부딪히거나 넘어질까봐 다리에 힘도 더 주게 되고, 옆에 붙잩을 것이 있으면 신경써서 더 붙잡게 된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매 순간 순간을, 내 몸의 상태를 잊지말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만 더 큰 불행을 막을 수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열심히 하는 것만이 내가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노쇠는 질병이라고 하지만, 노화를 있는 그대로 현명하게 받아들였듯이, 반갑지 않은 노쇠이지만 이 또한 최선을 다해서 받아들이려고 한다.


우울해 한다고, 슬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단지 하나, 우리 삼식이 아저씨가 내 몸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라도 했으면 좋겠다.


의사 선생님 조언대로 그냥 시간나는 대로 밖으로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따뜻한 햇빛을 충분히 받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는데, 우리 남편 사전에는 안 통하는 말이다.


DALLE-E에사 민든 이미지

이제는 삼식이는 조금 벗어나고 싶다.

두식이 까지는 아직은 그럭저럭 할 것 같다.


비록 내 운동 반경이 삼식이 아저씨로 인해, 집안이나 단재내에서만 정해져 있지만, 그래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감사하면서 살기로 했다.


건강한 삶이 내 앞에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장담을 할 수 없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운동하고, 할 수 있을 만큼만, 무리하지 않는 범위안에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남은 노후를 노쇠랑 친해지면서 살고 싶다.


노쇠라는 병에 절대로 무너지지 말자.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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