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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지 않아 더 좋은, 슬로우조깅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by 업글할매

내 나이 일흔 하나에 ‘조깅’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무릎이 안좋다보니, 요즘 유행하고 있는 달리기는 커녕, 조깅이라는 간단한 운동조차도 감히 도전을 못하고 그저 부지런히 걷기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같이 무릎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할매들도 ‘조깅’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에, 또 새로운 도전을 해본다.


단순한 조깅이 아닌, ‘슬로우조깅’이다.


‘슬로우조깅’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 바로 일본이란다.


‘슬로우조깅’이라는 말은, 일본의 유명한 스포츠과학부 명예교수였던 다나카 히로아키 교수님에 의해서 새로이 만들어진 운동법이다.


걷는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전혀 무리없는 운동법 덕분에, 특히 고령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운동요법으로 사랑을 받기 시작한 ‘슬로우조깅은, 현재 90세인 전 아키히토 일왕이 자신의 건강비결로 ‘슬로우조깅’을 꼽은 것이 언론에 공개가 되면서, 일본 전역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KBS News 유튜브 채널

‘슬로우조깅’의 핵심은 느라게 달리기이다.


비록 느리게 달린다고는 하지만, 러닝만큼의 효과도 있을뿐만이 아니라, 러닝보다 관절이나 척추의 부상 위험이 적다는, 많은 의사선생님들의 영상에 용기를 얻어서 칠십 하나인 나도 도전을 해본다.


2024년의 대표 운동으로 꼽힐만큼 러닝이 대세였지만, 오랫동안 무릎 관절염으로 고생해왔던 나한테는 그야말로 언감생신 꿈조차 못 꿀 운동이었다.


그런데, 이런 나한테도 달릴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 바로 ‘슬로우조깅‘인 것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동시에 안전하고 즐겁게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최상의 운동이 찾아왔다.


노인들이 주로 하는 운동인 ‘걷기’는 유산소 운동으로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하지만, 뭔가 부족한 것이 있었다. 근육운동이 안된다는 것이다.


조깅이나 달리기를 전혀 시도조차도 못했던 나역시, 그저 부지런히 걷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서, 무조건 빠르게 걷기만 열심히 해왔다.


근감소증과 골다공증이라는 엄청난 병명을 마주하고는, 그때부터는 나름 부지런히 공부해서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 ‘인터벌 걷기’라는 운동법이었다.


그냥 무작정 한 시간 걷는 것이 아니라, 10분을 아주 빠르게 걷고, 5분은 천천히 걷고, 다시 또 이것을 반복해서 한 시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힘들었었는데, 꾸준히 쉬지않고 열심히 하다보니까,이것또한 어느새 하나의 새로운 루틴으로 자리잡게 됐다.


하면 된다는 법칙이 또 작용을 한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또 새로이 즐겁고 활기찬 운동법이 나를 찾아왔다.


‘슬로우조깅‘


처음에는 이렇게 천천히 제자리 걸음하듯이 뛰는 운동이 과연 운동이 될까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막상 시작을 해보니, 상상외로 운동 효과가 있겠다는 확신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 것이다.


마치 나를 위해서 탄생한 운동인 것처럼, 이건 내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운동이라고, 내 마음 속의 작은 불씨가 갑자기 타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새로운 시작을 해본다.



chatgpt에서 만든 이미지

‘슬로우조깅‘, 이 운동을 잘하기 위한 방법이 참 재미있다.


제일 먼저 강조하는 것이, 바로 미소를 띈 얼굴로 달리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은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다보니, 막상 운동은 하지만 힘들다보니 얼굴은 있는대로 찡그리면서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운동이라는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이다.


우리 집 양반 표현대로, 약간 모자랄 정도로 잘 웃는 나는, 늘 운동을 할 때마다 웃는 모습을 유지를 한다.


하늘을 쳐다보다가, 맑은 하늘이 너무 예뻐서 웃기도하고, 지나가는 나를 보고는 갑자기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날아오르는 까마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또 웃고, 온통 사방이 미소 짓는 것들로 가득하다.


이런 타고난 성격덕분에 슬로우 조깅에서 제일 먼저 강조하는, 미소를 띈 얼굴로 시작하라는 슬로건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두 번째가 턱은 들고 시선은 앞으로 하란다.


시선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땅바닥을 보면서 아무 생각없이 그저 막 걷는 사람들도 있고, 하늘을 보면서 걷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생각으로 시선을 만들다보면, 절대로 시선은 떨어지지 않는다.


허리가 안 좋아지면서 부지런히 공부하며 해왔던 운동이 있는데. ‘척추의 신’이라고 불리는 정선근 교수님이 가르쳐 주신 걷기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요추전만 자세라는 것을 유지하면서 걷는 것인데, 어깨를 활짝 펴고 시선은 앞으로 하면서, 있는 대로 건방지게 걸으란다. 건방 진 것만 빼고는 슬로우조깅에서 강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허리를 위해서 부지런히 해왔던 운동인데, 병원에 가는 것보다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신뢰할 수 있는 운동법이라서 앞으로도 이 운동은 계속할 것 같다.


여기에다가 슬로우 조깅을 같이 한다면 그 효과는 배로 늘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세번 째는 앞꿈치로 착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바른 걷기 자세라는 것은 뒷꿈치를 먼저 땅에 닿도록 하라는 것인데, 슬로우조깅은 그와 반대로 앞꿈치를 먼저 착지하란다.


의외로 이것이 처음에 너무 힘들었다.


앞꿈치를 먼저 땅에 닿도록 하려니까 저절로 콩콩 찍는 모습이 됐다. 앞꿈치를 먼저 대고 그 다음에 뒷꿈치를 자연스럽게 대면서 반복하라는 것인데, 왜 그리도 이 간단한 동작이 어렵던지 웃음이 난다.


의식을 안하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하자고 마음 먹었더니, 의외로 또 쉽게 되는 것에 다시한번 놀라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매사에 너무 신중하다보면 어떨 때는 오히려 될 일도 잘 안풀릴 때가 있다. 때로는 적당히 넘어갈 줄 아는 그런 마음의 여유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이 칠십 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어리석음에 살짝 반성을 해본다.


네 번째는 보폭을 작게 하는 것이다.


걷기에서 강조하는 것은 최대한 보폭을 크게 하는 것인데, 슬로우조깅은 작게 하는 것이다.


치매를 진단하는 데 있어서, 걸음걸이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종종걸음으로 보폭이 줄어든 상태에서 계속 걷는다면, 치매가 의심될 수도 있다는 말에, 무서워서 최대한 빨리, 보폭을 크게해서 걸으려고 무척이나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슬로우조깅에서는 최대한 보폭을 작게 하는 것이 요령인 것이다.


일단 보폭을 작게 하면서도 운동 효과는 오히려 더 크다는 말에 위로가 된다.


부담이 덜 가는 것이다.


빨리 걷지 않아도 되고, 있는대로 팔을 흔들면서 큰 걸음으로 안 걸어도 되니, 이것 만으로도 고생을 덜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그래서 고령자들한테 안성맞춤인 운동이라고 하나보다.


다섯 번째, 팔과 호흡은 자연스럽게 하라.


슬로우조깅을 막상 시작해보니까, 팔과 호흡은 저절로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

팔을 가슴에 붙이고 아주 즐겁게 작은 보폭으로 뛰는 것이다보니, 호흡또한 편안해진다.


슬로우조깅을 시작하기 위한 다섯 가지 방법이라는 것이, 의외로 너무도 간단하고 쉬워서 아무런 부담없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운동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인 것 같다.


’슬로우조깅‘


이 운동은 무엇보다도 노년층한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는 의사 선생님들의 말씀이 참으로 반갑게 다가온다.


우리가 중년 이상이 되면, 대사질환이나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같은 온갖 성인병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렇게 앞꿈치로 뛰다보면, 종아리 근육도 활성화되면서 혈액 순환도 좋아지고, 당도 낮추고, 무엇보다도 가장 반가운 소식은 살이 빠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걷는 것처럼 뛰는 것이다보니,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도 할 수 있고, 서로 웃으면서 운동을 하게되니까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정신 건강에도 너무 좋은 것이다.


또 한 가지, 아주 매력적인 것은, 전혀 돈이 안든다는 것이다.


요즈음 유행하고 있는 러닝을 할 때는 운동화값도 만만치가 않다고 하는데, 슬로우 조깅을 위해서 달리기를 할 때는 그냥 일상적인 운동화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특별하게 돈 들어갈 것이 없는 것이다.


요즘에는 뭐든 시작하려면 장비빨이 우선이라고 하는데, 슬로우 조깅은 예외인 것 같다.


그저 천천히 뛰기만 해도 인생이 달라질 것 같은 이 슬로우조깅을 안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보통 걷기보다 조금 빠른 정도인 3~5km 속도로, 가볍게 뛰면서도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속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처럼 관절이 약하거나 체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딱 맞는 운동이다.


일반 걷기를 할 때는 뒤꿈치를 먼저 땅에 대고 걷는 연습을 했었는데, ‘슬로우조깅’에서는 앞꿈치로 착지를 하면서 걸으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잘 안돼서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었다.


하지만 천천히 욕심내지 않고 제자리 걸음 하는 것처럼, 사뿐사뿐 앞꿈치로 땅을 콕콕 찍듯이 하다보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가벼운 달리기 자세가 나와서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마치 아기 코키리가 앞 발을 들어올리고 신나서 콩콩 뛰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집 밖으로 나가서, 단지 안을 사뿐사뿐 토끼가 뛰어다니듯이, 두 팔을 가슴에 모으고, 얼굴에는 미소를 가득 지으면서, 발 걸음은 가볍게, 호흡은 여유롭게, 그리고 천천히, 내 속도에 맞춰 달린다.


인생도 슬로우조깅도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엄청난 깨달음을 얻으면서,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결승선에 닿을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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