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새해가 밝았다.
창밖엔 맑고 청량한 햇살이 쏟아지고
겨울의 차가운 바람에도
어딘가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상쾌한 아침이 나를 반겨준다.
이런 날에는 이상하리만치
대청소를 하고 싶다.
새해의 각오를 마음속으로 다지면서
손에는 새로 산 고무장갑과
나의 사랑하는 청소도구를 챙겼다.
가끔 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힌결같은 반응은
마치 모델 하우스 같다고 한다.
이 방, 저 방 할 것없이
정리정돈이 잘 돼 있는 모습에
많이들 놀란다.
우리 집 양반하고 나하고
그나마 코드가 잘 맞는 것이 있다면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돼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난 남편한테 덜충맞다고
혼이 나곤 한다.
오래되고,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은
그때그때 정리하는 습관 덕분에
이렇게 큰 맘 먹고 정리하려고 해도
특별히 버릴 것이 없다.
그래도 구석구석 꼼꼼히 살피다보면
어디서 나왔는지
평소에는 눈에 잘 안띄던 것이
용케도 나를 찾아온다.
아주 오래된 사진이라던가
젊었을 때는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지금은 거의 잊혀져버린 물건들…
다시 들여다보니
그때는 내가 이토록 젊었었나!!
이때는 그런대로 예뻤네 ~~
이 컵을 사면서
그토록 행복했었는데 ~~
그러다보니 비록 청소는 더뎠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나도 모르는 따뜻함이 밀려왔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다.
청소도 결국은
추억을 정리하는 일이라는 것을~~
가장 귀찮고 힘든 일이
유리창과 창틀을 닦아내는 일이다.
제주도는 비가 많이오고
바람또한 심하게 부는 곳이다보니
자주 청소를 해도
비만 오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유리창과 창틀을 닦아내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먼저 창틀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물 청소를 시작한다.
그다음 수세미와 작은 솔로
구석구석을 닦은다음
깨끗한 물 수건과 마른 수건으로
반복해서 닦으면서 마무리를 한다.
한 겨울에 하는 유리창과 창틀 청소는
비록 손끝이 시리고 힘이 들지만
점점 반짝반짝 빛나면서
투명한 창문에 비쳐지는
깨끗하고 선명한 외부 풍경을
잠시 넋놓고 바라보다보면
묘한 성취감과 함께
소소한 행복또한 나를 반긴다.
작은 노력으로
세상이 더 밝고 깨끗하게 보이는 것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들었던 시간은 잊히고
청소후의 깨끗함과 뿌듯함만이 남는다.
이번에는 싱크대와 후드 청소로 들어간다.
평소에 나름 열심히 청소했다고 해도
징글징글한 기름때는
여간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일반 세제로는 잘 닦이지를 않아서
오븐클리너라는 것을 따로 사용한다.
확실히 세상은 살기 편해져서
이런 세제또한 너무도 좋아졌다.
예전에는 후드 청소를 하려면
손이 많이 갔다.
기름때가 찌들어 있다보니
온 힘을 다해 문질러야
겨우 깨끗해 질 수가 있었는데
요즘엔 오븐클리너라는 약 하나만 있으면
그야말로 만사오케이다.
분무기로 한 번 뿌려주고
잠시 기다렸다가
닦아내기만 하면 끝!
이 얼마나 신나는 세상인가~~
까딱하면 잊고 지나치기 쉬운 청소중의 하나가
바로 방 몰딩 청소다.
작은 청소기로 아무리 돌려도
이곳에 달라붙어 있는 먼지는
좀처럼 없어지지를 않는다.
이럴 땐 깨끗하게 말라있는 작은 솔로
살살 문질러줘도 좋고
혹시 찌든 때가 있을 경우에는
면봉에다 식초를 살짝 적셔서
몰딩 틈새를 슥슥 문질러주면 좋다고
어느 청소 유튜브 영상에서 본 기억이 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렇게 해본 적이 없다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그 무엇을 막론하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바로 그때 실천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한다는
변치않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본다.
미루지 않고 바로 청소하는 습관이
삶의 질을 확실히 높여주는
확실한 비결인 것 같다.
역시 청소를 끝내고 나면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사방이 반짝반짝 빛나도록 깨끗한 곳에 앉아
맑고 투명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움직이는 나무 잎사귀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뭉게구름
그리고 잔잔한 햇살
모든 것이 너무도 평화로웠고
그런 평화속에서
오늘의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깨끗한 집에서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있는
이 소소한 행복이
내일의 힘이 되어 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