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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상징 꽃 동백 이야기 / 카멜리아힐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by 업글할매

갑자기 동백꽃으로 유명한 카멜리아힐이 생각이 났다.


제주도 겨울 여행지로 손 꼽히는 곳이라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것이 기가 막혀서, 우리 집 양반한테 점심 먹으면서 넌지시 운을 떠봤다.


세상에나, 설거지 끝나면 바람도 쐴 겸 다녀오잖다.


갑자기 사람이 변하면 안 좋다는데,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신나는 마음을 감출 도리가 없었다.


부리나케 부엌을 정리하고는 후다닥 2층으로 올라가서 빛의 속도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행여 남편 마음이 바뀔까 봐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하고 있는 카멜리아힐은,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으로도 유명하다.


토종 동백부터 아기 동백, 유럽 동백 등 80여 개국의 500여 품종의 수많은 동백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수목원 안에 아기자기한 포토 스폿 또한 많아서, 젊은 커플들을 비롯해, 아기를 동반한 가족들도 많이 찾아오고, 우리 같이 유난히도 동백꽃을 사랑하는 노부부도 찾아오는 인기 많은 곳이다.


겨울에는 예쁜 동백꽃을 보기 위해서, 가을에는 은빛 물결을 뽐내는 억새와 고혹적인 핑크 뮬리, 그리고 여름이 시작되면 수국꽃을 감상하느라고, 일 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곳이란다.


우리는 이제서야 이 유명한 곳을 찾아왔다.


우리 집에서 불과 20분 밖에 안 걸리는 이곳을, 집돌이 아저씨 모시고 살다 보니, 제주도에 살면서도 모르고 있었다.


제주의 동백나무들은 나이를 자랑하듯 우뚝 서서, 그 크기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오랜 세월 동안 제주도의 엄청난 비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견뎌온 것을 그대로 나타내기라도 하듯이, 굵고 튼튼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번 내린 비와 바람에 일부 꽃이 진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남은 꽃들은 여전히 생생히 빛나고 있다.


동백나무들이 양옆에 줄지어 서있는 이 길을 걷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낭만적인 기분마저 든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따듯하게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귀여운 돌하르방 한 쌍, 너무도 사랑스럽다.


왼쪽의 돌하르방은 붉은 모자와 털목도리를 둘러쓰고는, 이 정도의 추운 날씨는 전혀 걱정이 안된다는 듯, 무척이나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옆에 있는 친구는 귀여운 루돌프 모자를 쓰고, 빨간 목도리로 한껏 멋을 부렸다.


둘이 미소를 띤 채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제주도의 겨울 패션 아이콘 같은 느낌마저 들어서 웃음이 절로 난다.


이렇게 유쾌한 돌하르방 덕분에 제주의 추위가 조금은 덜 느껴질 것 같다.



제주도 특유의 거친 돌에 고인 맑은 물 위로 동백꽃잎이 자리를 잡고 있다.


붉은빛, 분홍빛, 그리고 하얀 빛의 꽃잎들이, 물 위에서 마치 자연이 빚은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예쁘다.



제주의 돌로 만들어진 석상이다.

누가 이렇게 독특한 표정을 새겨 넣었을까?


첫 번째 석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향해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것 같다.


가운데 석상은 마치 도를 닦는 듯한 표정으로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지막 석상은 귀여움이 한껏 묻어난다.

웃고 있는 듯한 모습과 볼에 그려진 선들은 마치 나를 보러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 같다.


군데군데 놓여 있는 모든 석상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도 유쾌해 보이고 사랑스러워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동백꽃 보러 왔는데, 꽃은 안 보고, 너무도 앙증맞은 이 석상들을 바라보면서 잠시나마 제주가 가진 순수하고 따뜻한 매력에 잠겨본다.


제주 4.3 평화기념관


제주 동백꽃은 제주도의 상징적인 꽃이다.


다른 꽃과는 다르게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11월 말부터 피어나기 시작한다.


그 붉고 선명한 색은 차가운 겨울 속에서도 따뜻한 생명력을 드러내며, 이듬해 2~3월까지 제주의 대지를 물들인다.


제주도의 동백꽃은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 제주의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꽃이기도 하다.


제주 동백꽃은 4.3 사건의 상징 꽃이 되기도 했는데, ”동백꽃 지다“라는 작품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동백꽃이 시들지 않은 채 목이 잘리듯, 전체가 툭 하고 지상으로 떨어지는 새빨간 꽃송이처럼, 무고한 생명들이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란다.


역사의 아픔을 알기 전에는, 단순히 아름답다고만 느껴졌던 동백꽃이 이제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제주의 동백꽃은 단순히 눈으로만 즐길 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슬픈 역사의 아픔을 함께 하는 꽃이다.


동백꽃이 피어나는 계절이 오면, 제주의 땅에서 솟아오르는 동백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제주의 동백꽃은 그저 아름다움 이상의, 생명과 기억의 상징으로 우리 곁에 언제나 함께 피어나고 있다.


chatgpt에서 만든 이미지



동백꽃은 열정적인 붉은빛을 품고도, 고개를 낮춘 채 옆이나 아래를 향해 피어난다. 그 겸손한 자태는 마치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주변을 밝히는 것 같다.


그러나 동백꽃이 진정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마지막 순간에 있는 것 같다.


바람에 흩날리는 다른 꽃들과는 달리, 동백꽃은 온몸이 통째로 떨어진다.


바람이 불어서 가끔 잎사귀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기 전에는 꽃봉오리 전체가 땅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시들지 않은 채로 땅 위에 닿은 꽃송이는 여전히 빛나는 생명력을 간직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유명한 “동백꽃은 두 번 핀다. 나무에서 한 번, 땅 위에서 다시 한번~~”이라는 말이 탄생했나 보다.





카멜리아힐을 한 바퀴 둘러보려면
대략 40분에서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사람이 워낙 많아
천천히 감상하면서 돌아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육지에서는 70세 이상이면
관광지는 무료입장이었는데

제주도는
조금 야박한 것 같다.

일반은 9천 원인데
경로에다 도민까지 할인해서
7천 원에 표를 끊었다.

경로사상은 어디로 갔는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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