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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Dec 20. 2023

미국에서 반가운 손님이 왔다

행복한 역이민 시리즈 #3

미국에서 반가운 손님이 왔다. ​우리 집 양반하고 지인은 미국에서 거의 4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소중한 인연이다.​미국에서도 한동안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했지만 ​미국에서 한 번 맺은 인연은 한국에서 맺은 인연보다 더 끈끈하고 소중할 수밖에 없다.

이 중요한 사실을 우리 역시 한국으로 되돌아오면서더 절실히 알게 됐다. ​다시 또 멀리 떨어진 생활을 하다 보니 그 인연들이 얼마나 애달프게 그리운가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살게 된 것이다. ​요즘같이 살벌하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새로 사람을 사귄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 ​더더군다나 우리 같이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그리 쉽지 많은 않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미국에서의 오래된 지인들이 그립고 또 그리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럴 줄 알았으면 미국에 있을 때 더 자주 연락하고 더 자주 만날 것을 하면서 역시 뒤늦은 후회를 한다. ​왜 이리 인생은 후회의 연속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너무도 감사하게도 의외로 많은 지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일부러라도 꼭 들려준다. 더 더군다나 이곳 제주도까지 비행기를 타고 온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이렇게 우리를 찾아와주는 고마운 지인들한테 최대한으로 정성껏 대접해서 보내는 것이 그 고마움에 답하는 것이다.

이번에 방문하는 부부는 친정 엄마가 부산에 계셔서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나왔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부부가 우리처럼 한국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에 한두 달 정도 있을 요양으로 나왔단다.​혹시 몰라서 거소증도 신청해놓고미국에 사는 교포들한테 요새 핫이슈로 떠오른 한국의 실버타운에 대해서도 알아볼 겸 겸사겸사 나왔단다.

그분들은 우리 집 양반처럼 집 관리에 대한 열정이 좀 약해서 우리 같이 전원주택에 사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단다. ​그래서 하루 세끼 밥도 해준다는 실버타운에 관심이 가나 보다. ​우리 집 양반은 자기도 팔십 대 노인이면서 아직은 실버타운 같은 곳은 가기 싫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심각하게 생각을 해야 할 문제이기에  이번 기회에 친구 부부한테 선심도 쓸 겸 우리가 육지로 배 타고 나가기로 했다. ​미국에서 한국에 잠깐 나온 교포들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한국에서의 운전이다.

미국에서 그 오랜 세월 동안 거의 무사고 경력자로 살아왔으면서도 막상 한국에 나오면 그야말로 서커스 곡예하듯이 해대는 한국의 운전 실력들에 기가 질려서 아예 운전대 잡을 생각들을 안 한다. ​그러면서많은 교표들이 한국에서 택시를 타면 과연 내가 살아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단다. 웃어야 할지 울어여 할지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었다. 운전만큼은 자신만만한 우리 집 양반도 택시를 탈 때마다 옆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워낙 법이 무섭고 경찰이 무서워서 모든 법규를 철두철미하게 지킬 수밖에 없다. ​안 그랬다가는 언제 내 머리에 총이 겨눠질지 모른다.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지키라는 법만 잘 지키면 ​그 무서운 경찰도 비 오는 날 도로에서 타이어가 펑크가 났을 때 그 세찬 비를 맞으면서 타이어를 교체해 준다. ​그러면서 조심히 가라고 에스코트도 해준다.

어느 나라에서 사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것 ~~



한국에 나왔을 때 교통편이 제일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웬일로 우리 집 양반이 자기가 먼저 나서서  여행 계획을 평생 처음으로 짜본다. ​고창에 있는 실버타운을 보고 싶어 해서 우리가  배 타고 완도로 간 다음 다시 고창으로 가서 고창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픽업하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먼저 먹고 그다음에 실버타운 견학을 가기로 했다.

실버타운 견학이 끝나면 그 길로 남원이라는 곳을 가겠단다. ​춘향이랑 이도령을 만나러 간단다. ​고창에서 남원까지는 한 시간 정도면 가니까 이왕 온 김에 노인네 들한 테는 익숙하고 정겨운 이름의 남원을 가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집 양반 또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오래된 친구의 노모가 아직 남원에 살아계신단다. 일부러 찾아가서 친구의 어머님 찾아뵙고 절도 올리고 그리고 용돈을 드리고 오고 싶단다. ​아무리 봐도 참 희한한 사람이다. 그렇게 마누라한테는 고약 떠는 사람이 어쩜 이리도 남한테는 자상하고 착한지 모르겠다.

강원국 작가님은 다른 사람은 내버려 둬도 오직 아내 바라기만 하시던데 ~~

어쨌거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더니 비록 나한테는 고약하게 굴어도 남 한테라도 착한 심성만 유지하면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물론 난 지극히 억울하지만 ~~ 남원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전주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담양에 있는 메타세콰이어 대나무 숲길도 걸어볼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을 그렇게 가고 싶어 했는데  이 고약한 양반이 한 번도 안 데려가더니드디어 이번에 그토록 꿈에 그리던 여행을 하게 됐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내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까잇것~~ 우리 집 양반 고약 떠는 것 백번 만 번 천만 번 다 참을 수 있다. ​워낙 오랜 세월 단련이 돼서  이젠 웬만한 일에는 끄떡없다. 맷집 하나는 단단해졌다.

난 우리 집 양반과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미리 여행 계획이라는 것은 절대로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다. ​자고 나면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되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어디 나갈까?라는 말이 나오면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던 일 멈추고 만사 제쳐놓고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준비를 한다.​행여 이 사람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나가야 하니까 최대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다.​ 칠십이라는 나이에도 아직 이런 움직임이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해야 할 듯 ~~

이번에는 제대로 계획을 세워본다.

배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왕복을 다 끊어놨다.



그동안 열심히 디지털공부를 한 덕분에 네이버 지도로 경로도 탐색해 보고 배편도 무사히 인터넷으로 예약을 마쳤다.​업글할매 !  참으로 출세했다. 육지에서의 여행이 끝나면 그 길로 손님들 모시고 다 같이 배를 타고 제주도로 돌아와서 그다음부터는 우리 집에서 조금 머물다 갈 것이다.

내 일정이 가장 빡세다.여행 스케줄도 짜야 하고 맛집도 검색해야 하고 호텔도 잡아야 하고~~ ​그리고 제주도에 와서는 식사 준비도 해야 한다. 여행 다니다 보면 집밥이 저절로 그리워진다. ​육지 여행에서는

매끼를 사 먹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집에 가면 최소한 아침저녁은 집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모처럼의 제주 여행이니까 제주도의 유명한 것도 대접해 주고 싶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서는 한국밖에 없는 그 특유의 “정 情“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뱌램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오래된 사람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 집 양반 친구들 중에는이미 이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제법 많이 있다. ​저세상 가는 길에 선후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어느 정도 나이들이 들다 보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가를 알게 되고 오늘 내일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각오마저 하게 된다.

우리 모두 서로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소중한 오늘을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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