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 키다리짬뽕아저씨의 짬뽕 로드 》, 이 책의 표지는 독특하면서도 재미있게 인생의 짬뽕 여행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뜨거운 짬뽕 한 그릇이 산 정상에 우뚝 서 있고, 그 산을 향해 뛰어오르는 한 사람의 모습이 아주 유쾌하게 그려져 있다.
아마도 인생의 짬뽕 목표를 찾아 달려가는 박기석 작가님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본다.
중식 맛집 아카이브를 만들어보려고 퇴근 후 틈틈이 영상을 올린 것이, 어느덧 6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키다리짬뽕아저씨” 유튜브 채널이 됐다.
짬뽕 한 그릇에 담긴 맛과, 다양한 중식당의 이야기를 이 한 권의 책에서 오롯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셨단다.
박기석 작가님이 스스로를 소개하시는 것을 보면, 자신은 요리사도 아니고, 요식 전문가도 아닌데, 단지 하나, 짬뽕을 너무도 좋아하고 중식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중식당 찾아서 돌아다닌 게 올해로 딱 30년이라고 하신다.
그러다가 5년 전부터, 작가님이 좋아하게 된 식당들을 독자들한테도 알려주고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하셨단다.
중식 맛집 아카이브를 만들어보려고 퇴근 후 틈틈이 영상을 올린 것이, 어느덧 6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키다리짬뽕아저씨” 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이 됐다.
단골로 다니던 중식당 사장님께서, 작가님이 들리면 ‘키 큰 아저씨’오셨다면서 반가이 대해주시는 것을 듣고는, 그때부터 ”키다리짬뽕아저씨“라는 닉네임을 쓰기 시작하신 것이다.
《 키다리짬뽕아저씨의 짬뽕 로드 》, 이 책에서 작가님이 추천하시는 짬뽕 집이 무려 120군데나 된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무리 짬뽕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사람들마다 제각기 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맛있다고 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나한테는 별로라는 의견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박기석 작가님은 《 키다리짬뽕아저씨의 짬뽕 로드 》 이 책 안에 골고루 다 넣으셨단다.
- 누가 먹어도 맛있는 최고의 짬뽕들
- 놓치면 안타까운 개성 있는 짬뽕집들
- 지역을 대표하는 중식당들
- 오랜 기간 맛있는 짬뽕을 팔아온 노포들
- 같이 먹을 다른 요리 들과 맛있는 중식당”
박기석 작가님의 인생철학 또한 참 재미있다.
어렸을 적에 부모로부터 받게 되는 철학적 질문은, 바로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였단다.
그러다가 비로소 학교를 다니고, 뭔가를 결정할 수 있는 소양이 생기면, 두 번째로 맞닥뜨리는 철학적인 질문이 또 생긴단다.
“짜장면이 좋아? 짬뽕이 좋아?”
왜 부모들은 어린 자식한테 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이 유치한 질문을 계속해댔을까?
이건 마치 자신들의 “인기투표”를 확인하려는 일종의 가벼운 심리 게임 같기도 하다. 아이가 누구를 선택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선택받은 순간 느껴지는 그 작은 우쭐함이 기분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아마도 이 질문은 그리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칠십 대인 나의 기억에 없는 것을 보면,
우리 세대의 부모들은 오직 생존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다 보니, 아마도 이런 질문은 지극히 사치였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의 부모들은 참 많이 변했다. 비록 아이는 당황할지언정, 부모의 입장에서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을 통해서 아이의 귀여운 반응도 보고, 아이와의 즐거운 추억을 쌓아가는 것이 더 중요할 정도로 여유들이 생긴 것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의 질문이 고차원적으로 넘어간 것이, “짜장면이 좋아? 짬뽕이 좋아? 란다.
둘 다 너무 좋고, 둘 다 놓치기 싫지만, 결국 하나만 골라야 한다.
결국 인생은 이래저래 선택의 연속인 것이다.
오죽하면 “짬짜”까지 등장했을까?
하지만 역시 짜장면이나 짬뽕은 온전히 한 그릇을 시켜야만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한 그릇에 가운데를 갈라서 한쪽은 짬뽕, 다른 한쪽은 짜장면, 이건 짜장면도 아니고 짬뽕도 아닌 “혼면”이 될 것 같다.
짜장의 달콤 짭짤함도 사라지고, 짬뽕의 얼큰함도 어딘가 희미해지고, 결국에는 이건 뭐지?“라는 혼란스러운 맛만 남을 것 같은데, ”짬짜“가 한때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적도 있었다.
짜장면은 짜장면답게, 짬뽕은 짬뽕답게, 음식에 대한 예의를 갖추자!
명색이 짬뽕 여행책이니까, 간단하게 짬뽕 개론을 만드셨단다.
짬뽕, 이름만 들어도 벌써 얼큰한 국물과 풍성한 재료가 떠오르면서 군침이 돈다.
짬뽕의 세계가 이렇게 다채롭고 깊이가 있는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 키다리 짬뽕 아저씨의 짬뽕 로드 》, 이 책은 짬뽕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짬뽕의 종류를 한눈에 알려주는 완벽한 가이드이다.
짬뽕을 단순히 ‘얼큰한 국물 요리’라고만 생각해왔다면 큰 오산이었다고 가르침을 주시는 것 같다.
짬뽕은 재료, 조리 방식, 지역적 특색에 따라 끝없이 변화하며, 매번 새로운 맛을 선사하는 끝없는 모험 같은 음식이다.
이제부터는 짬뽕을 먹으러 갈 일이 있으면, 이 ”짬뽕 개론“을 떠올리면서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 봐야겠다.
박기석 작가님은, 짬뽕은 종류가 다양하고, 개인의 취향이 달라서, 맛있는 순서를 매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씀하신다.
키다리짬뽕아저씨가 직접 가서 맛보고 엄선한 120곳 중에서, 그중 가장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짬뽕 맛집 12군데를 소개하신다.
메모에다 저장해놓고, 혹시라고 그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라도 찾아가고 싶다.
난 유난히 “노포”를 좋아한다. 특히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오래된 맛집은,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맛.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情)의 깊이는, 그 어느 고급 레스토랑도 흉내 낼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인 것이다.
닳고 닳은 나무 테이블 위로 배달되는 오래된 양은 냄비, 낡았지만 정겨운 메뉴판,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수십 년을 지켜온 주방의 장인들, 이런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특별함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그런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노포에서의 한 끼는 시간을 맛보고, 추억을 삼키는 특별한 경험인 것이다.
노포는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따뜻한 공간이다.
《 키다리짬뽕아저씨의 짬뽕 로드 》, 이 책에서 소개해 주시는 아주 오래된 짬뽕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의미 있는 노포 짬뽕 여행이 될 것 같다.
지역별로 정리가 아주 잘 되어있다.
서울에만도 작가님이 추천하는 짬뽕 맛집이 31곳이나 있다.
“맛집은 다 서울에 있다"라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 키다리짬뽕아저씨의 짬뽕 로드 》에서 제일 반가운 부분이다.
제주도에 살고 있으면서도 워낙 집에만 있다 보니, 어디가 맛있는 곳인지 전혀 모르고 산다. 작가님 덕분에 드디어 짬뽕 맛집을 찾아다닐 것 같아서 너무 신난다.
제주 한림 “그시절 그짬뽕”
제주시 한림항 근처, 한림 중앙 상가 건물 안에 위치한 “그시절 그짬뽕집“은, 이름만으로도 이미 압도적이다.
이 집은 그냥 단순한 짬뽕집이 아니라, 스토리가 함께 하는 정겨운 곳이다. 이 작은 상가 안에 대단한 세프님이 계신 것이다.
여기 사장님은, 오래전에 서울 강남의 내로라하는 중식당의 주방장이셨고, 한때는 대통령도 모시는 50년 경력의 세프이시다.
이러한 분이 20~30년 전에 제주도로 내려오셔서, 잠시 은퇴 생활을 즐기시다가, 다시 한림의 작은 가게에 짬뽕집을 여신 것이 오늘의 맛집이 되신 것이다.
우리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한림항이 있어서, 가끔 드라이브 삼아 그 근처를 자주 다니면서도 이런 짬뽕 맛집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무조건 가봐야겠다. 무엇보다도 셰프님한테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가 너무 좋다.
표정만으로도 모든 맛의 비법을 간파하는 듯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런 곳은 단순히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닌, 성지 순례하듯 가야 할 듯.
그래야 평범한 한 끼를 넘어선 “인생 경험”이 될 것 같다.
짬뽕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탕수육이나 볶음밥, 군만두 등이 맛있는 식당을. 따로 찾을 수 있게 분류를 해뒀다.
심지어 매운 짬뽕 맛집, 노포 짬뽕 맛집까지도 따로 정리가 되어있다.
이 책의 마지막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의 짬뽕 집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일본까지는 못 가더라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짬뽕 맛집을 찾아 전국 일주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서울의 세련된 짬뽕, 부산의 해산물이 가득한 짬뽕, 대구의 얼큰한 짬뽕, 그리고 제주의 독특한 풍미가 담긴 짬뽕까지 죄다 먹어보고 싶다.
각 지역마다 저마다의 색깔을 지닌 짬뽕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작가님의 30년에 걸친 짬뽕 여정을 도저히 내가 따라갈 수는 없다.
칠십 대 할매가 무슨 수로 그 모든 곳을 다 돌겠는가!
그렇지만 100세 시대가 열렸으니, 한 번에 다 못 가더라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전국의 짬뽕 맛집을 누벼보는 건 어떨까?
한 곳, 한 곳, 내가 정한 짬뽕 지도에 맛있는 점을 찍는 그 과정이야말로, 나만의 멋진 짬뽕 대장정이 될 것이다.
짬뽕을 먹으면서 그 지역의 풍경도 함께 즐기고, 오래된 가게의 소소한 정까지 느껴본다면, 이건 단순한 미식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될 것 같다.
“키다리짬뽕아저씨”덕분에, 잠시나마 행복한 상상에 젖어본다.
키다리짬뽕아저씨의 짬뽕로드
이 책은
비타북스에서 증정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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