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디지털표류기
우리 때는 십 년이 지나야만 강산이 변하는 줄 알고 살았는데, 이제는 자고 나면 세상이 변해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어제와는 다른 현실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얼마나 세상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지 실감을 하게 된다.
이제는 실리콘 칼라 시대가 온단다.
푸른 작업복을 입은, 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를 가리키던 “블루칼라”와, 사무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지칭하는 “화이트칼라” 시대에서, 창의적인 사고와 뛰어난 컴퓨터 실력등을 바탕으로 하는 고급 두뇌 노동자를 “실리콘칼라”라고 부른단다.
이제는 컴퓨터, 기계, 로봇같이 24시간을 일해도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심지어는 짜증조차도 내지 않는 새로운 차원의 노동자인 “실리콘 칼라”가 등장을 했다.
예전의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는 반드시 인간이었던 것에 비해서, 새로운 차원의 실리콘칼라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을 갖춘 최첨단 로봇까지도 실리콘칼라에 속한단다.
왜 실리콘인가?라는 질문에 궤도님의 명쾌한 해설이 있었다.
컴퓨터나 하드웨어에 반도체가 주로 들어가다보니까, 반도체의 주 원료인 실리콘을 넣어서 실리콘칼라가 된 것이란다.
나 한테 실리콘이라는 것은 부엌에서 주로 쓰는 주방기구인 줄 알았는데, 반도체의 주 재료가 실리콘이라는 말씀에 민망해서 웃음이 다 나온다.
어쨌거나 어렵다.
디지털 시대의 최전선을 상징하는 실리콘 칼라는, 코딩, 인공지능, 빅데이터, LLM 같은 요상한 이름들을 만들어내면서,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무서운 속도로 만들어 내고 있다.
이미 물류창고나 자동차 회사를 비롯한 많은 곳이 이 “실리콘 칼라”로 채워지고 있다는 말에, 젊은 사람들이 점점 더 직장 구하기가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또 심란해진다.
앞으로는 “AI + 로봇을 잘 다루는 인간과, AI + 로봇을 잘 못 다루는 인간, 이렇게 두 분류의 인간으로 갈릴 것이다“라는 한재권 교수님의 발언에, 반대 의견을 조심스럽게 들고나오시는 김상욱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나 역시 전적으로 동감을 한다.
아마도 지금쯤은 누구나 이렇게 인공지능과 로봇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김상욱 교수님 말씀처럼, 과거에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과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나눠질 것이라고 예견들을 했었지만, 지금은 컴퓨터를 사용 못 하는 사람은 없지 않냐고 하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렇게 AI나 인공지능이 중요해지면, 언젠가는 반드시 누구라도 쓸 수 있는 형태로 나오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상욱 교수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고, 한재권 교수님의 말씀도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나는 소위 말하는 컴맹 세대이다.
가방끈이 짧다 보니, 그 옛날 컴퓨터를 배울 기회가 없어서, 화이트칼라는 꿈도 못 꿨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배우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무료로 가르쳐 주는 곳도 많고, 옛날같이 접근하기가 어려워서 포기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만 하면 어느 정도 쉽게 접근할 수가 있도록 세상이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나 같은 컴맹 세대도, 이제는 아애패드나 아이폰 같은 것을 자유자재로 만질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화면을 터치하는 것도 낯설었고, 앱을 여는 데도 한참 걸리곤 했지만, 꾸준히 배우고 익히다보니, 이제는 이메일도 보내고, 사진도 편집하고, 심지어 이렇게 블로그도 운영할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했다.
디지털 기술이라는 것이, 나를 겁주는 대상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친구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상태로 계속 열심히 한다고해서, 나 또한 실리콘 칼라가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은 여전히 나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애초에 나는, 고급 두뇌라고 불릴만한 능력과는 거리가 먼것이다.
하지만 굳이 내가 그 어려운 코딩이나 프로그래밍같은 것을 배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비록 실리콘칼라는 못 되더라도, 나는 그저 내가 필요한 만큼만 이해하면 될 것이고, 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만큼만 배우면 충분한 것이다.
내가 쌓아가고 있는 나만의 디지털 세상에서, 나만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 나의 색깔을 찾아봐야겠다.
그래도 여전히 PC는 어렵다.
워낙 컴퓨터에 대한 기초가 없고, 유튜브로만 배운 지식이 전부이다 보니, 가끔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쩌면 지금 당장은 너무도 어렵게 느껴지는 이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도 같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느낌이 오는 것은, 지금도 똑같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도, 그걸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활용하는 범위가 천차만별이듯이, AI나 인공지능에 대한 공부를 안 한 상태에서, 먼 훗날 찾아올, 누구가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그때가 온다고 해도, 역시나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에 따른 차이는 반드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난 오늘도 열심히 이 어려운 AI 공부를 붙잡고 씨름 중이다.
그 옛날 겪었던 “컴맹 세대”라는 슬픔을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것이다.
솔직히, 칠십 대 할매가 지금 아무리 열심히 배운다고 해도, “내가 이걸 어디에 써먹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기를 쓰고 배우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알고 싶고, 그 흐름 속에서 길을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적어도 맥도날드 같은 곳에서 키오스크를 쓸 줄 몰라, 긴 줄을 만들게 하는 그런 민폐는 끼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칠십둘이라는 숫자가 내 삶의 속도를 멈출 수는 없다.
늦게 배우는 만큼 얻는 기쁨은 두 배가 된다.
오늘도 AI 공부를 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딱 하나.
“그래, 이 정도면 나도 멋진 할매다!“
이미 다가온 AI 세상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배움에 대한 자세인 것 같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다시 “실리콘 칼라”라는 새로운 색깔을 덧입으며 살아가야 하나보다.
예전에는 사람을 표현할 때, “화이트칼라”다. “블루칼라”다 하며,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기준으로 색깔을 입혔다면, 이제는 AI라는 새로운 기술에 의해 ”실리콘 칼라“는 희한한 색까지 등장을 한 것이다.
처음에 “실리콘 칼라”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았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내놓으라는 천재들이 다 모여 산다는 “실리콘 밸리”가 생각이 났다.
그 유명한 애플, 구글,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 있는 실리콘 밸리라는 이름에서, 최첨단 기술과 최고의 인공지능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실리콘 칼라”라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