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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이호

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by 업글할매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의 저자이신 이호 교수님은, 전북대 의대 졸업 후 1998년부터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에서 법의학자로 활동을 시작하셨다.


국과수에 파견된 첫날부터,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투입되셨단다.


이후로도 ‘세월호 사건’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남은 대형 참사 현장 수습에 발 벗고 나섰다.


또한 수사기관의 잘못으로 애꿎은 시민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삼례 나라 슈퍼 사건’과 ‘약촌 오거리 사건’ 등의 재심 과정에서 법의학자로서 진실을 밝히는 증언을 하여, 피해자들이 누명을 벗고 재심에서 승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호 교수님은, 지금까지 30여 년간 약 4천여 건의 시신을 부검하며, 법의학자로서 억울한 망자들의 마지막 대변인이 되어주고 계시는 분이다.


“삶과 죽음으로 진실을 밝히고, 시대의 아픔을 치료하는 법의학자”, 바로 이호 교수님이시다.


이호 교수님을 처음 알게 된 건 ‘알쓸인잡’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그전까지 나는 법의학자라는 직업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부검’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왠지 으스스 한 느낌이 먼저 들었고, 법의학자는 늘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알쓸인잡’에 등장한 이호 교수님을 보고,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분은 소문난 독서가이기도 하다.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교수님의 말투에는 따뜻함이 배어 있었고, 표정에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편안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매일 죽음과 마주하는 사람이, 어떻게 저토록 삶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나한테는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이 책에서 교수님은 그동안 마주한 여러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들려주신다.




살아간다는 것이 때로는 막막하게 느껴진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문득, 언젠가 우리에게도 닥쳐올 상실과 죽음이 두려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죽음을 배워야 한다.


흘러가는 일상이 왜 소중한지, 내 곁의 사람들을 더 깊이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답은 삶이 아니라, 죽음 속에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이 책에서, 이호 교수님의 이야기는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흥미롭고, 그 어떤 미스터리보다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법의학자가 전하는 ‘죽음의 기록’은 결국 ‘삶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운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참으로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삶을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죽음을 들여다보라. 그곳에야말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진짜 삶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


목차
1부: 죽은 자가 산 자를 가르친다
2부: 삶은 죽음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가
3부: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리고 우리의 죽음



불광불급 (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이호 교수님이 의대 졸업을 앞두고 있었을 때, 존경하던 은사님께서 물으셨다고 한다.


“왜 법의학을 하려 하나?”


그 질문에 이호 작가님은 이렇게 답했다.


“모든 의사가 살아 있는 사람을 살리려 하지만, 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통해 놓친 것이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은사님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참,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하지만 그 말속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호 교수님은 그때부터 ‘불광불급(不狂不及)’, 즉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라는 말을 평생의 화두로 삼으셨다고 한다.


자신이 가는 길에 온전히 몰입하고, 미치도록 파고들어야 비로소 그 끝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신념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미침’ 덕분에 수많은 죽음이 남긴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법의학자가 되신 것 같다.


chatgpt에서 만든 이미지

“법의학자는 때로는 죽은 이들을 위한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라고 이호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덧붙여서 하시는 말씀이,“아무런 항변도 호소도 할 수 없는 망자의 옆에 우리가 서있을 것이다.”라고 강조를 하신다.


난 그저 이 말씀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가슴만 먹먹해져 왔다.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지고, 목울대가 저릿해져옴을 느꼈다.


이호 교수님의 이 말씀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생명을 잃은 이들을 향한 작가님의 사랑 가득한 무언의 약속처럼 들렸다.


그러한 신념을 가진 분이, 대한민국의 법의학자로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와 희망이 되는지 모른다.


교수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수없이 방황하는 망자와 그들의 이야기를 갈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등불이 되어 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본다.


법의학은 단지 과학의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이호 교수님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어두운 순간을 비추는 작은 불씨이며, 그 불씨를 놓지 않고 끝까지 붙잡는 이호 교수님 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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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3부 177페이지에, “어느 부부가 한 자루의 도토리를 모으기까지 걸린 시간”이라는 글이 있다.


애지중지 아끼던 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이호 교수님께서 부검의 필요성이 없다는 소견을 말씀해 주셔서, 딸의 부검을 피해 갈 수 있었던 어느 노부부가 교수님을 찾아오셨단다.


딸이 자살했다는 말에, 부부는 그저 망연자실 주저앉고 말았는데, 그래도 아버지는 가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 일어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무척이나 노력하셨단다.


부인을 설득하는데 무척이나 힘들었던 아버지께서 어느 날, 부인한테 이런 말을 건넨다.


우리 도토리를 주웁시다. 그 도토리로 묵을 쑤어서 우리 딸을 부검하지 않고 곱게 보내주신 그 선생님한테 가져다드리자고 했더니, 웬일로 부인이 그날부터 도토리를 주우러 산을 오르셨단다.


그렇게 2년 동안 산에 올라 직접 주운 도토리로 진짜로 묵을 쑤어 가지고 오신 것이다.


노부부는 그렇게 매일 산에 오르면서, 한 발 한 발 길을 내디디며 딸을 떠나보내는 연습을 했던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기억이, 알마나 많은 그리움과 아픔이 오고 갔을까?


그런 시간을 지나온 후에야 비로소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고인을 보낼 용기를 냈던 것이다.


이렇게 긴 시간의 아픔과 노력이 담겨 만들어진 도토리묵을 마주하며, 이호 교수님이 얼마나 목이 메었을지 생각하니, 나 역시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이호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때로는 슬픔의 시간을 갖는 것도 우리에게는 필요한 일이라고.


슬플 때는 슬퍼하고 아플 때는 아파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허락해 주란다.


이별의 슬픔을 외면하거나 회피할 게 아니라 있는 그대고 다 느끼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가르침을 주신다,




법의학자는 굳이 유족을 만나야 한다는 규정은 없단다.


하지만 이호 교수님은, 사법기관이 아니라 의사로서 법의학을 선택하셨기에, 부검한 후에는 반드시 유족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려고 하신단다.


그제야 비로소 의사로서 소임을 완수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신다.


사망에 이르는 과정은 각자의 인생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사망 이후는 모두 공정하고 기품 있게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주책스럽게 또 눈물이 난다.


도대체 누가 이토록 한 사람의 죽음에 진심을 다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진심은, 상실로 얼어붙은 이들에게 많은 위로가 될 것이며, 떠난 이에게도 마지막으로 주어지는 존엄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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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잘한 사람에게 주는 ‘우수상’이 아니라, 무언가에 깜짝 놀란 사람에게 주는 ‘식겁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이호 작가님은 아주 재미있는 말씀을 하신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할 뻔해서 크게 놀랐던 작은 실수들을 공유하는 상이다.


모두들 ‘우수상’을 타기 위해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이 바쁜 세상에서, 웬 ‘식겁상?’이냐고 하면서 나 역시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실수를 말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 실수한 동료를 비난하거나 낙인찍지 않는 문화가 우리 사회의 안전을 구축할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곱씹을수록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얼마나 묵직한지를 알게 된다.


‘식겁상’은 말 그대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할 뻔해서, 그야말로 ‘식겁’을 했을 때 그 놀랐던 순간들을 공유하자는 데서 출발을 한다.


예를 들어, 작업 중 사소한 실수를 발견하고 놀라 자빠질 뻔했지만, 즉시 고쳐서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것을 미연에 방지한 경험들을, 부끄러운 실수라고 여기지 말고 미리미리 알려서 ‘식겁상’을 타자는 것이다.


이호 교수님의 제안은 단순히 재미있는 농담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그 이면에는 “실수를 말하는 일이 결코 부끄럽지 않은 사회”에 대한 교수님의 바람이 담겨있는 것이다.


크고 작은 실수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 비난하거나 낙인찍기보다는, 하나의 교훈으로 삼는 그런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우리의 대한민국은 더 나은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은 신이 아닌 이상, 누구도 실수할 수 있는 것이 정상이다.


그 실수를 따뜻하게 보담아 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는 평온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이호 교수님의 이 한마디가,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존엄사는 영어로 ‘웰다잉(well-dying)’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단순히 목숨이 다하는 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 그리고 품위를 지키며 삶의 마지막 장을 마무리하는 것을 뜻한다.


잘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진리를 우리는 종종 잊곤 한다.


이호 교수님 역시 존엄사의 가치를 믿고 계신다.


교수님은, 만약 자신에게 시한부 판정이 내려진다면,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멈추고 고통을 덜어주는 진통제만 처방받겠다고 말씀하신다.


남은 시간 동안은 병원에 갇혀 있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겠다고 하신다.


내 마음속에서도 교수님의 생각과 정확히 같은 바람이 피어오른다.


내게도 삶을 떠나가는 시간이 찾아온다면, 그 시간만큼은 고요하고 의미 있게, 남은 날들을 내 뜻대로 보내고 싶다.


억지로 연명하는 대신, 나를 나답게 지키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웰 다잉‘이라는 것을, 이호 교수님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삶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죽음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이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내야 하는 것ㄹ이다.


그리고 이제는 행복하게 사는 것만큼이나, 평온한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마음에 깊이 새긴다.


‘웰다잉’


새로운 삶의 지향점이 되었다.



여러 방송을 보다 보면 요즘에는 지성으로 넘쳐흐르는 분들이 참 많다.


하지만 이호 교수님처럼 아무 말씀 없어도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인품이 넘쳐흐르는 분은 몇 분 안되는 것 같다.


이호 교수님은 단지 죽음의 이유를 밝히는 전문가가 아니라, 고요히 생과 사의 경계에 서서, 남은 자들을 위로하고, 떠난 자를 공정하게 마무리 짓는 길잡이 이신 것이다.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사랑이 가득한 분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스승님에 대한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었다.


이 책의 시작은 스승님의 이야기를 통해 열리고, 그 마지막은 다시 스승님에 대한 따뜻한 헌사로 닫힌다.


스승님께 드리는 감사의 마음으로 이 책을 마무리하신 것만 보아도, 이호 교수님께서 스승님을 얼마나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한 문장 한 문장마다 가슴 깊이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이 스며들었다.


책 속의 모든 말씀이 너무나 귀중해서, 형광펜으로 가득 채워도 모자랄 정도였다.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이호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내일이 다를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고 하셨다.


대신 지금 누구와 함께 걷고 있는지, 누구와 마음을 나누고 있는지를 곰곰이 되돌아보라고 조언하셨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일. 이처럼 일상의 소중함을 함께 누리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그 말씀이 가슴 깊이 스며든다.


이미 떠나간 이를 붙잡고 슬픔에 갇혀 있는 동안, 정작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충고가 참으로 묵직하게 다가온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이호 교수님의 말씀이, 우리 노부부의 가슴에도 온전히 전해진다.


삶은 지금 이 순간, 함께하는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따뜻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덮고 나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떠올려진다.


우선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에게도 메시지를 보내봐야겠다.


그리고 쑥스럽지만 “사랑해”라는 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하루를 소중하게, 그리고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새삼스럽게 또 해본다,


우리는 종종,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살아 있음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매일이 ‘선물’이라는 것을.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은 우리에게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게 한다.


어쩌면, 죽음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인생 수업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수업을 제대로 들은 사람만이, 자신의 삶을 진짜로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상의 소중함과 인간관계의 진정한 가치를
새롭게 되새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가까운 이의 상실로 인해
깊은 슬픔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현재 곁에 있는 사람들과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용기를
전해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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