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업글할매 Dec 12. 2023

역이민자에게 여전히 헷갈리는 한국 도로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19

우리 집 양반이 미국에서 살 때는

그야말로 지도 한 장만 있으면 못 가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미국의 길은 아무리 길치라고 하더라도

동서남북만 구별할 줄 알면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가 있었다.


막상 한국에 돌아와서 살아보니

이 도로라고 하는 것이 복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놀라서 뒤로 자빠질 정도로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는 곳도 있고

심지어는 오거리 육거리까지 있다.


삼거리 사거리는 들어봤어도 오거리 육거리라는 말은

난생처음 들어본다.


게다가 네비를 듣다 보면 11시 방향, 3시 방향, 1시 방향

이런 식으로 안내를 한다.


12시 방향이라던가 3시 9시까지는 그럭저럭 이해가 가는데

11시, 1시는 잠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기어코 나가는 방향을 놓치고 만다.


그런데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육지에서 온 손님들 모시고 관광이라도 나가면

왜 전부들 이 복잡한 오거리 육거리에서 떠드느라고

네비 설명을 잘 못 들어서 길을 놓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1시냐 3시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발 오거리 육거리가 나올 때는 잠시 만이라도

조용히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심지어는 그 자리에서 3번까지 돈 기억도 있다.


물론 이런 것도 시간이 지나니까

전부 다 추억거리고 남기는 하지만

운전하는 사람 심정은 마냥 편하지많은 않다.


이렇게 복잡하니까 미국에서 그 오랜 세월을

달랑 지도 한 장만 갖고도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니던 사람이

한국에서는 정신이 없어서 도저히 못 다니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양반을 혼자 못 내보낸다.

영 불안해서이다.


11시 방향으로 나가라는데 10시로 나갈까 봐 불안하다.

1시로 나가라는데 3시로 나갔다가

집 못 찾아올까 봐 또 불안하다.


늘 삼식이 아저씨라고 비록 혼자서 투덜거리기는 해도

이렇게 집 못 찾아 들어오는 것은 하늘에 맹세코

절대로 바라지를 않는다 ^^


막상 한국으로 돌아와서 살아가다 보니

여러모로 참 복잡한 것이 많다.


법도 복잡하고~~

사람도 복잡하고 ~~

길도 복잡하고~~


복잡한 것 투성인데 희한한 것이 살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돼서 그냥 살만하다는 것이다.


살면 살아지는 것이다.

많은 이민자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것에 대해

엄청난 고민들을 하고 있단다.


너무도 변해버린 더 이상의

그 못살던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어떻게 다시 적응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될 것이다.


2024년 2월이면 역이민 8년 차로 접어드는

우리 입장에서 바라볼 때는

살면 살아진다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말도 안 통하고 완전히 문화도 다른

그 미국 땅에서도 살아냈는데

내가 태어난 내 나라로 돌아왔는데

무슨 큰 문제들이 있겠는가…


불편한 것은 잠시 동안이더라.

낯설었던 것 또한 금방 지나가더라.


그 힘든 영어 안 써도 되고

어딜 가나 똑 같이 생긴 얼굴에

옆 좌석에서 하는 이야기까지

그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그런 편안함이 주는 행복이 있다.


용기 내서 살다 보면

모든 것은 다 지나가기 마련인 것 같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역시 삼다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