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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Dec 13. 2023

역시 삼다도다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16

어젯밤에는 또다시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잠을 설쳤다.그래도 한 겨울에 부는 볼이 따갑도록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제주도로 처음 이주해 왔을 때가 2월이었다.

이때부터 3월 말까지 제주도의 바람이 가장 세게 분다는 것조차도 모른 채 그저 하늘이 예쁘고 에메랄드빛 바다가 나를 부르고 오름이 아름다워서 그냥 지상낙원인 줄만 알았다 ^^


어쩜 그리도 바람이 매섭게 부는지…

가뜩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 못하고 있던 우리 집 양반은

이 모질게 불어대는 바람 앞에서 도저히 친해질 수가 없었는지 한동안 우울증이 오기도 했었다.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였다.


4월이 되면서 그 끔찍했던 바람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어느 정도 멈추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하나씩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쩜 하늘은 그리도 푸르고 예쁜지…

난 지금까지 이렇게 맑고 파란 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


왜 마음 놓고 제대로 하늘 한 번을 바라볼 생각을 못 했을까…

그저 땅만 보고 살아온 것 같다.


제주도 하늘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그 아름다운 하늘을 …


돌 / 바람 / 여자가 많아서 삼다도라고 불린다.


정말 제주도는 어디를 가나 돌이 널려있다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부부는 제주도의 매력을 뽑으라면제일 먼저 제주도의 돌을 이야기하고 싶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더라.


여자 / 돌 / 바람이 많아서 삼다도라고 하지만  바람과 여자는 언젠가는 떠날 수 있어도  항상 그 자리에서 버티어주는 돌은 그 자체가 제주도 상징이라고…


제주도 돌은 화산활동에 의해서 만들어진 현무암이기 때문에 화산 폭발 때 그 뜨거운 열기에 의해서 구멍이 숭숭 뚫렸다. 돌 또한 살아남기 위해서 숨구멍을 만들었단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 수없이 많은 숨구멍들이 뚫린

시꺼먼 제주도의 돌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오죽하면 제주도에는 흙보다 돌이 더 많다고 했을까…



제주도에서 집을 짓다 보면 땅을 팔 때

어마어마한 돌덩이들이 나오는 것을 자주 볼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돌들은 돌담을 쌓는데도 이용되고

특히나 우리 집 양반은 정원 꾸미는 데 부지런히 활용한다.


혹시 제주도에 집을 마련하시고 싶은 생각이 있으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예쁜 펜스가 있는 집보다는약간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돌담이 둘러쳐져 있는 집을 강추한다.


이렇게 돌담으로 어우러져있어야

비로소 제주도에 정착한 기분도 들 것이다.


원래 "올레"라는 뜻은

큰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골목을 말한다.


거친 바람을 피하고자 아무리 돌담을 쌓아도

입구로부터 들어오는 그 거센 바람을 막지 못해서 만든 것이  바로 올레란다.


좁으면 좁을수록 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기에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을 최대한 좁게 만든 것이란다.


이런 것도 모르고 그냥 제주도를 다니기만 했다.


때로는 골목이 너무 좁아서 차로 다니기가 불편할 때는

왜 이리도 좁게 만들었나 투덜거리면서 다니기도 했다.

제주도 원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미웠을까…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을 말할 때

“제주도 원주민 ” “ 제주도 이주 도민 “ 이렇게 말한단다.


육지에서 와서 사는 사람들은 제주도 이주 도민이 되는 셈…


어쨌거나 그 많은 제주의 돌들은

밭담이 되고, 돌담이 되고 올레가 되었다.


다니다가 자주 눈에 뜨이는 묘지 주변에도 돌담을 쌓았는데

이건 “산담”이라고 부른단다.


예로부터 제주도는 워낙 말과 소를 키우는 목장이 많다 보니

말과 소로부터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었단다.


조상님들을 편히 모시겠다는

갸륵한 뜻도 함께 하지 않았을까…


이래저래 제주도에서 돌을 빼놓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예 제주도를 이해하지 않겠다는 뜻…


도둑 / 거지 / 대문이 없어서 삼무도라고도 불린다.

아직도 제주도 전원주택에는 대문이 없다.


육지에서 처음 오는 사람들한테는 대문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불안했었는데

살다 보니 전혀 필요성을 못 느낀다.


도둑과 거지도 본 적이 없고…


하지만 가끔 제주도 도시에서는

어쩌다 한 번씩 사건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육지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다.


제주도에 살기를 참 잘했다.


그냥 나가기만 하면 가까운 곳에

너무나도 아름답고 친근한 바다가 바로 코앞에 있고

어디를 가나 한라산이 보이면서

300개가 훨씬 넘는 오름이라는 곳이 있어

걸을 곳이 사방 천지에 깔려있다.


이런 곳을 두고 “지상낙원”이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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