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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1부 봄 / 넷플릭스

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by 업글할매

《 폭싹 속았수다 》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드라마 첫 회가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넷플릭스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다.


치밀하게 짜인 대본, 완벽한 연출,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는 주인공들의 연기,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영상미,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히 이루어졌다는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작은 영원한 명작이라 불리는 《나의 아저씨》와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과, 《동백꽃 필 무렵》을 집필한 임상춘 작가가 의기투합해 탄생시킨 작품이다.


특히, 임상춘 작가는 각종 시상식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베일에 싸인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작가는 글로 말할 뿐, 작품 앞에 서면 안 된다”라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 포털 사이트 어디에서도 임상춘 작가님의 사진 한 장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작가님의 신념과 고요한 마음이 앞으로도 존중받기를 바란다.


드라마 공개 전, 김원석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남긴 한마디는 이 작품의 진심을 더욱 빛나게 한다.


“ 이 작품은 격변의 시대를 견뎌낸 모든 부모 세대에게 보내는 헌사입니다.“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폭싹 속았수다》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세대를 관통하는 깊은 울림을 품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와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의 예쁘고도 단단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두 사람이, 격변의 시대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사랑하며, 또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를 인생의 사계절에 빗대여 그려낸다.


봄/ 여름/가을/겨울.


각 계절마다 네 편씩, 총 16부작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1960년대 제주에서 시작해 2025년 서울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흐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깊고도 따뜻하게 비춘다.


‘요망진’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제주도 사투리로, ‘똑똑하다’, 야무지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제목인 《폭싹 속았수다》라는 말을 나는 처음에 ’완전히 속았다‘는 뜻인 줄 알았다.


그래도 확인해 보려고 chatgpt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아주 친절하게도 ”깜짝 놀랐다"라는 의미라고 대답을 해줬다.


내가 이래서 chatgpt를 전적으로 믿지를 못하는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 방언으로,”무척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라는 따뜻한 인사말이었다.


chatgpt를 믿고 그대로 썼다가는 망신살이 뻗칠 뻔했다.


역시 AI보다는 인간이 발품 팔아서 모아둔 자료가 훨씬 더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어쨌거나 제주도 방언은 이렇게나 엉뚱하고도 재미있다.


제주도에 가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혼저 옵서예“ 역시, 나는 처음엔 ’혼자 조용히 오라‘는 말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 말도 ”어서 오세요“라는, 아주 정겹고 따뜻한 환대의 인사였다.


《폭싹 속았수다》를 보다 보면, 이런 낯설고도 사랑스러운 제주 사투리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그 소리 하나하나에 사람 냄새가 배어있고, 삶의 온기가 묻어난다.


그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은 차고 넘칠 것 같다.



폭싹 속았수다 출연진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와 박보검이라는 막강한 두 주연 배우를 중심으로, 문소리-박해준- 엄혜란등 자타 공인 명품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해 그야말로 ‘대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가진 배우들이 모여, 주인공 애순의 60여 년 인생을 사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풀어낸다.


그 속에 담긴 온갖 희로애락이 배우들의 손끝, 눈빛 하나하나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고 또 하나 화제가 된 것이 바로 제작비다.

무려 600억 원이란다.


아이유와 박보검, 두 사람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배우들이고, 여기에 조연진까지 살펴보면 어쩌면 그 이상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솔직히 요즘, 이름도 모르는 이상한 배우들도 고액 개런티를 받는 시대다.


그렇다면 이런 쟁쟁한 배우들이라면, 충분히 그만한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 대우만큼,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들인 것이다.


특히 이 작품에 등장하는 조연 배우들, 하나하나 빠짐없이 명품 연기자들이다.


아쉽게도 내가 아는 이름은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나문희, 박해준, 김용임, 그리고 ‘열혈 사제’로 알게 된 백지원 배우님뿐이다.


개인적으로 나문희 배우님이 출연하셨다 하면, 각오부터 단단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문희 배우님의 작품은 거의 다 눈물 없이는 못 버틴다는 거, 이미 다들 알고 계실 것 같다.


그리고 김용임 배우님.

이번엔 또 어떤 고약한(?) 할머니로 등장하실지 벌써부터 기대 반, 긴장 반이다.


그런데 들리는 얘기로는, 실제 김용임 배우님은 드라마 속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굉장히 차분하고 따뜻한 분이라고 한다.


이래서 연기는 결국 믿고 보는 배우들이 해야 한다는걸, 이 드라마가 또 한 번 증명해 준다.


연기력, 스토리, 영상미, 그리고 제주 사투리까지…

《폭싹 속았수다》는 여러모로 우리가 기대해도 좋은, 그야말로 제대로 된 대작이다.


Netflix 폭싹 속았수다

《 폭싹 속았수다 》 오프닝을 장식하는 일러스트는, 첫 장면부터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치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표지를 들여다보듯,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에 사람 대신 정성 가득한 삽화가 스며 있는 것이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제주의 정겨운 일상, 그 잔잔한 풍경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돌담 사이에 있는 정낭, 바람에 흔들리는 감나무, 따뜻한 햇살 아래 고요히 놓인 집의 풍경까지, 그림 속의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마치 오래된 추억을 불러일으키듯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 일러스트가 열어주는 이야기는, 화면이 아니라 마음에 먼저 스며든다.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질 애순이와 관식이의 사계절 같은 인생 이야기가 얼마나 아름답고 뭉클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것이다.


Netflix 폭싹 속았수다

‘요망진 반항아’ 애순과 ‘팔불출 무쇠’ 관식, 두 사람이 걸어온 모험 가득한 삶의 궤적과, 그 속에서 단 한순간도 변치 않는 사랑의 마음이 그림 속에 촘촘히 스며들어 있다.


작은 꽃 한 송이, 사탕 하나, 엇갈린 손끝 사이로,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잔잔히 흘러나온다.


슬픈 사탕에 담긴 가슴 저릿한 사연들, 폭풍우처럼 몰아쳤던 인생의 굴곡들.

하지만 그 모든 아픔과 시련을 두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안으며, 서로를 품고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이 장면 속에 있다.


나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왜 드라마를 보며 그렇게 울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 같다.


가만히 내밀어진 두 손끝에서, 서로를 향한 깊은 마음이 느껴지고, 그 마음이 결국 삶을 견디게 했음을 알기 때문이다.


바로 그 따뜻한 메시지가, 이 한 폭의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먼저 젖어드는 그런 그림이다.


Netflix 폭싹 속았수다

열 살 애순이가 매일 저녁, 바다 끝자락에서 엄마 광례를 기다리던 곳, 바로 제주시 구좌읍의 김녕 해변이다.


에메랄드빛 물결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해변은,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드라마 속에서도 애순이의 애틋한 마음과, 바다에서 전복 하나라도 더 따기 위해 가장 늦게 뭍으로 돌아오는 엄마의 강인한 삶이 바로 이곳에서 그려진다.


김녕 해변은 이번 드라마의 주요 로케이션 장소로 자주 등장하는데, 실제로 배우들이 갯바위를 걷거나 바위 위에 앉아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장면들이 이곳에서 많이 촬영되었다고 한다.


특히 김녕 해변의 현무암 갯바위가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평탄해서, 배우들이 걷고 앉기에도 좋았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해지니, 그 세심한 배려와 제주 자연의 따뜻함이 한층 더 마음에 와닿는다.


드라마를 따라 흐르는 김녕 해변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다.


햇살에 부서지는 물빛, 바다 내음 속에 스며든 사람들의 삶, 그리고 바람에 실려오는 세월의 이야기까지, 그 아름다움에 절로 마음이 젖는다.


언젠가 나도 그곳에 발을 디뎌, 드라마 속 애순이와 엄마가 걸었던 그 길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고요한 물결 속에 담긴 그들의 지난 이야기들을 조용히 들어보고 싶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애순의 친정엄마, 광례의 삶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곤 빚뿐이고, 처음으로 만나 의지했던 남편은 병 수발 끝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린다.


그때부터 광례는 남편 잡아먹은 계집이라는 온갖 몹쓸 소리를 들으면서 한 많은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다가 재혼한 남편은 웬수같은 한량이다.


차라리 혼자였으면 더 나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광례에게 있어 딸 애순은, 그 어떤 보석보다 귀한 존재다.


그 어린 나이에도 엄마의 고달픈 삶을 함께 짊어지겠다고 나서는 애순은, 애틋하고도 가슴 아픈 사랑 그 자체다.


그래서 더 서러웠을 것이다.


남편이 죽고, 그 고생스러운 삶에서 딸이라도 조금은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친할머니 댁에 애순을 보낸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애순만 빼고 작은 아버지네 식구들만 조기를 구워 먹는다는 소리를 듣고는 화가 있는 대로 난 광례는 그 길로 어디론가 발을 돌린다.


그러고는 양손 가득 그 비싼 조기를 사들고는, 작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 조기를 패대기치며 참았던 울분과 서러움을 쏟아낸다.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결국 그렇게 애순이는 다시 사랑하는 엄마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해녀로 태어나느니, 차라리 소로 태어나는 것이 낫다”


광례가 무심코 내 뱉은 이 한마디에, 잠녀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숨 막히는지 절로 느껴진다.


자신은 그렇게 물질에 지쳐도, 금쪽같은 딸 애순이만큼은 절대 바다에 들이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고 억척같이 살아가는 광례.


그런 엄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어린 애순은, 글짓기 시간에 엄마를 위해 시를 쓴다.


바다에서 전복 따느라 고생하는 엄마에게, 백환이 있다면 전복 대신 그 돈으로 엄마의 하루를 쉬게 해드리고 싶단다.


그 시를 받아든 광례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가슴이 시리도록 아파온다.


그 시절, 백환이면 지금 돈으로 겨우 만 원 남짓이다.


그 백환에, 숨을 헐떡이면서 바다에 들고, 허리가 끊어져라 일하며 살아온 모든 해녀들의 처절한 세월이 담겨있는 것이다.


허구헌날 점복 점복
태풍와도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

끄르륵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
어째 까무룩 소식이 없소
점복 못봐 안 나오나
숨이 딸려 안 나오나

똘내미 속 타두룩
내 어망 속 태우는
고 놈의 개점복

점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
허리 아픈 울어망
콜록대는 울어망

백환에 하루씩만
어망 쉬게 하고 싶네

( 폭싹 속았수다 ( 넷플릭스 )



애순이의 시는 그저 어린 소녀의 시가 아니다.


그 안에는 엄마를 향한 사랑과, 바다에 모든 것을 내맡긴 해녀들의 고단한 삶, 그리고 차마 말로 다 하지 못한 서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백환에 하루를 사고 싶다는 그 마음이, 세월을 넘어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두드린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애순이가 커서 진주 목걸이 사준다는 말에 오래 살고 싶어서, 그 좋아하던 담배까지 끊었건만 결국 애순이 열 살에 엄마는 가고 만다.


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엄마마저 잃고 천애 고아가 된 애순이.

그때부터 더 처절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애순이의 인생이 너무도 불쌍하지만, 그 옆에 팔불출 무쇠 관식이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무엇보다 가슴을 울리는 건, 엄마가 떠나기 전 남긴 그 짧은 한마디다.


“살면 살아져~~”


살아보니 그렇다.


나 역시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암흑 같은 시기도 보냈지만, 결국 시간은 묵묵히 흘러가고, 그 시간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지더라.


아프고 쓰라린 기억도, 가슴에 멍든 날들도, 시간이 약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애순이의 인생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그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상실과 고단함이, 마치 내 지난날과 맞닿아 있는 것만 같다.


Netflix 폭싹 속았수다

요망진 애순이 다운 모습이 또 하나 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모습은 죽어도 보여주기 싫어서, 늘 앉아서 책만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옆엔, 한결같이 빠질 수 없는 껌딱지인 ‘팔불출 무쇠’ 관식이가 있다.


애순이 대신 장사도 척척 잘하면서, 틈틈이 애순이를 챙기는 건 기본이다.


말 한마디 없어도 둘 사이의 호흡은 척척 맞아떨어진다.


관식이가 발끝으로 의자를 슬쩍 툭 차면, 애순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엉덩이만 살짝 들썩거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관식이는 얼른 나무 의자 치우고, 예쁜 꽃 방석 깔린 의자를 갖다 놓는다.


애순이는 그냥 엉덩이만 들었다 놨다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갈 때는 편하게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겨서 운동화로 갈아 신긴다.


하루 종일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관식이 어머니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얼마나 얄밉고 속이 터졌을까~~


오죽하면 팔불출 아들보다 차라리 개를 데려다 키웠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한탄을 했을까 ~~


하지만, 처절하리만치 힘든 삶을 살아가는 애순에게, 하늘은 결코 무심하지 않아서 이런 관식이를 보내주신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가 애순이를 보기 위해서~~”라는 말처럼, 평생을 옆에서 지켜주고,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팔불출 관식이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애순이의 인생은 그 누구보다도 성공한 인생이다.


관식이 없는 애순이의 삶은 상상도 하기 싫다.


살아생전에 애인과 남편한테 저런 사랑을 받아본다는 것만으로도, 애순이의 삶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한 것이다.


도대체 전생에 덕을 얼마나 쌓아야 저런 남편을 만날 수 있는 건지,

괜히 또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우리 삼식이 아저씨를 째려본다.


Netflix 폭싹 속았수다

차마 손도 잡지 못하고 걷는 애순이와 관식이의 모습이 너무도 귀엽다.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애순이는, 짐짓 모른 쳑 자기 손을 관식의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정작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팔불출 무쇠 관식이는, 애꿎은 자기 옷자락만 쥐어짜다가 손끝이 하얗게 질려버린다.


가슴은 이미 쿵쾅 쿵쾅, 그 와중에도 애순이 눈치 보느라 손가락 하나 제대로 펴지 못하는 팔불출이다.


박보검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사랑스러움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진짜 자기 여자를 사랑할 줄 아는 상남자의 정석이 바로 관식이 아닌가 싶다.


잡고 싶은 마음이 목 끝까지 차올라도, 끝까지 기다려주고, 조심스레 품어주는 그런 사람, 그런 관식이 정말 멋있는 남자다.


Netflix 폭싹 속았수다

야반도주가 이렇게 웃길 수도 있다니, 정말 “폭싹 속았수다”다운 명장면이다.


부모님 패물을 잔뜩 챙기고, 미성년자로 보일까 봐 일부러 진하게 화장까지 한 애순이.


빨리 도망가야 할 그런 순간에, 애순이의 진한 화장을 손으로 지우는 관식이의 모습이 너무도 귀엽다.


원래 내 각시는 나만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관식이 같은 남자 옆에 있으면, 도망가는 중에도 심장이 콩닥 콩닥거리면서,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그럭저럭 야반도주도 즐거울 것 같다.


Netflix 폭싹 속았수다

야반도주하는 데 ‘부녀자 가출 방지 기간’이라는 현수막이 있어서 우리 집 양반하고 둘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때는 그랬다.


가족들 먹여 살리겠다고, 그 뜨겁고 먼, 중동으로 남편들은 일하러 나가고, 마땅히 집에서 이런 남편의 고마움을 알고 조신하게 있어야 할 아내들이 한때 춤바람으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때 등장한 것이 ’제비족‘이었던 것 같다.


부인들 손만 슬쩍 잡아봐도, 이 사람은 돈이 있다 없다를 알아차릴 정도의 날쌘 제비들이 있었다.


그때의 제비들은 사모님 등쳐서 가족들 먹여 살렸단다.


이런 시대의 사건까지 촘촘히 넣어놓고, 도망가는 주인공들 머리 위로 ‘부녀자 가출 방지 기간’이라는 휘장이 펄럭이게 한 제작진의 센스에 그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울다가 웃다가, 그야말로 스릴이 넘치는 드라마다.

드라마 한 편에 코미디, 멜로, 스릴이 다 들어있는 그야말로 인생 드라마인 것이다.


Netflix 폭싹 속았수다

자신의 기구한 팔자가 사랑하는 관식이의 발을 붙잡는다는 무쇠 엄마의 말에, 마음에도 없는 독한 말로 관식이를 떠나보낸다.


하지만, 결국에는 떠나는 사람한테 목놓아 울어대는 애순이의 모습이 너무도 안쓰럽다.


이런 애순의 외침이 무쇠한테도 닿아, 관식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무조건 바다로 뛰어들어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 곳까지 헤엄을 쳐서 간다.


너무나도 스릴 있고, 긴장감이 넘치던 장면이다.


파도도, 바람도, 그 어떤 장애물도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을 수 없다는 걸 몸으로 증명하는 듯했다.


오직 애순이에 대한 사랑 하나로 바다를 건너온 관식이의 모습을 보면서, 제발 무사히 도착하게 해 달라고 나도 모르게 빌고 있었다.


손에 땀을 쥐고는 결국 앉아 있지를 못하고 일어나서 봤다.


도대체 누가, 어떤 힘이 이들의 사랑을 막을 수 있을까.


사랑 앞에서는 세상 그 어떤 장벽도, 운명의 굴레도 무력해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나는 무조건 서울 놈한테 시집갈 거야! 섬 놈한테는 절대! 노스탤지어도 모르는 놈은 절대, 네버!“라고 요망지게 관식이한테 큰소리 뻥뻥 치던 애순.


하지만 애순이는 탁월한 선택을 한다.


만약 애순이의 바람대로 서울 놈한테 시집갔더라면, 아마 사흘 들이로 얻어맞으면서 눈물 훔치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랬다.


혹여 부자 집안에 시집을 갔더라면, 돈은 많을지언정, 여자들 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는 한량 남편 만나 속 끓였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랬다.


칠십이 조금 넘도록 살아보니 알게 된다.


돈도, 명에도, 학식도 결국 다 부질없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 마누라 편 들어주고, 끝까지 아껴주는 남편이 최고라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애순이는 진짜 요망진 섬 아가씨 맞다.

아주 야무지고 똑똑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섬 아가씨인 것이다.


겉으로는 서울 놈이라고 노래를 불러도, 정작 누구보다 사람 볼 줄 알고, 자기 사람을 알아본 눈썰미가 대단하다.


그깟 ‘노스탤지어’좀 모른다고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 그 어떤 고상한 말보다, 묵묵히 곁을 지켜주고, 힘든 순간마다 “내가 지켜줄게!"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인생에서는 가장 값지고 든든한 노스탤지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노스탤지어’라는 말의 뜻이 가물가물해서 얼른 검색해 봤더니, 유치환의 시 ‘‘깃발’에 등장한 말로, “고향이나 지난 시절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이란다.


극 중에서, 관식이가 애순이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죽어라고 외우고는 다니지만, 끝까지는 내뱉지 못하던 시이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 (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 유치환 : 깃발 )



임상춘 작가님의 섬세함에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Netflix 폭싹 속았수다

온 동네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박수를 치면서 무사히 둘이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 참 따뜻하고 정겹다.


바람 불고 비 맞아도 상관없다는 듯, 얼굴엔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누가 봐도 마을 전체가 애순이랑 관식이 펜클럽인 것 같다.


그 와중에도 관식이 엄마와 할머니는 입을 꾹 다문 채,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서있는 모습이 참 재미있다.


그런데 이런 모습마저도 어쩐지 정겹고 사람 냄새 풀풀 나게 한다.



이렇게 1부에서는 애순이와 관식이의 예쁜 사랑 이야기로 문을 연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고 진하게 스며드는 것은, 모녀간의 사랑과 삶에 대한 애증이다.


너무나도 딸을 아끼기에, 자신의 딸만큼은 절대로 물질을 안 시키겠다고 악착같이 일하는 애순의 엄마 광례, 그리고 그런 엄마의 모습을 닮아, 자신의 딸인 금녕이만큼은 절대로 아궁이 앞에서 평생을 보내게 할 수 없다며 기를 쓰는 애순.


이 드라마 속 엄마들은 한결같다.


자신과 같은 삶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로, 자식에게 더 나은 세상을 안겨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6.25 전쟁을 겪어낸 거의 모든 세대들의 공통된 마음이기도 하다.


비록 자신은 배고프고, 배우지 못하고, 고된 삶을 살아왔지만 내 자식만큼은, 내 딸만큼은 다른 길을 걷게 하고 싶은, 그런 억척스럽고 가슴 뜨거운 한국 부모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인지, 이런 대한민국 엄마들의 무한한 희생과 사랑이 국경을 넘어, 외국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울리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집 양반도 보는 내내 눈시울을 붉히더니,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아마도 끔찍했던 그 시절, 함께 견뎌낸 지난날이 다시금 떠올라서일 것이다.


《 폭싹 속았수다 》는 결국, 어떤 시대를 살았건 부모라면, 그리고 자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가슴 뜨거운 이야기다.


“ 이 작품은 격변의 시대를 견뎌낸 모든 부모 세대에게 보내는 헌사입니다.“


김원석 감독님의 이 한마디가 가슴을 적신다.



《폭싹 속았수다》는 2023년 3월 18일부터 2024년 2월 5일까지, 무려 일 년 가까이 촬영을 했다는데, 제주도에 살면서도 이런 대작을 만든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헌데, 전부 다 제주도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고, 안동에 제주 전통마을 세트장을 만들어서 주로 촬영을 하고, 여수, 전라도 고창, 순천 등 아름다운 지역을 다 돌아다니면서 찍었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최고의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을지, 그 노력이 절로 짐작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주는 깊은 인상 속에서 제주도의 풍경은 단연 빼놓을 수 없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바람 부는 돌담길, 에메랄드빛 바다, 거친 바위와 따뜻한 마을 사람들…


제주의 자연과 정서가 드라마 곳곳에서 살아 숨 쉬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래서일까, 벌써부터 이 드라마가 촬영되었던 곳을 찾는 발길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작품을 통해 다시금 제주도의 아름다움이 알려져서, 최근 다소 침체기에 접어든 제주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그 자체로도 한 편의 명작인 인생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그 배경이 된 제주 역시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나는 사실, 재벌 집 이야기엔 별로 관심이 없다.


온갖 중상모략이 난무하고,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이야기들은 보다보면 마음도 피곤하고, 머리도 복잡해진다.


오히려 김수현 작가님의 사람 냄새 가득한 그런 오래된 가족 드라마가 늘 좋았다.


언제 봐도 마음 한켠을 포근하게 채워주는 전원일기는 아직도 내 가슴 깊이 남아있는 따뜻한 작품이다.


최근에 방영된 “우리들의 블루스”, “웰컴 투 삼달리”같은 제주도의 정서가 배어있는, 그런 따뜻한 이야기들이 참 좋다.


“중증외상 센터”를 보기 위해서 넷플릭스를 다시 구독했다가, 끝나고 나서는 또 이렇다 할 게 없어서 구독을 끊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 폭싹 속았수다 》가 다시 내 마음을 뒤흔들어놓아서, 결국 또 구독 버튼을 누르게 됐다.


“중증외상센터“를 보고 나서도 다시 구독한 것을 후회 안했듯이, 《 폭싹 속았수다 》 역시 다시 신청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할 만큼 좋은 작품이다.


이 드라마로 인해 많은 힐링이 될 것 같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이야기, 상처받고도 서로를 감싸안는 이야기…


그 속에서 나도 모르게 치유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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