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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로 가는 즐거움

업글할매 책방 #9

by 업글할매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나신 현종 스님은 송광사에서 출가하셨단다.

동국 대학교 석사 과정을 마치시고 세상을 밝히는 글을 쓴 것을 인연으로 ​서울역 노숙자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애환을 연재하기도 하셨다.

1999년에 강원도 소금강 계곡의 만월산 중턱에 맨 땽에 터를 잡고 손수 지은 현덕사를 건립하시고는 ​환경, 생태운동에 관심을 가지시고는 매년 동식물 천도재를 올리신단다.

요즘 방송에서 떠들썩한 그런 스님이 아니라서 너무도 좋다.

전혀 스님이 쓰신 책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소박한 힐링을 전해주는 책이라서 더더욱 정감이 간다.

거의 십 년 만에 이 책을 다시 들었다. ​여전히 스님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이 마음이 참 좋다.


고요한 산사는 바쁩니다.
봄 / 여름 / 가을 /겨울



산사로 가는 즐거움은은 현종 스님께서 현덕사에서 느끼는 사계절의 흐름을 다정다감한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신다.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 속에서 살며 ​여름에는 푸른 숲에 둘러싸이고 ​가을이면 파란 하늘 아래 새하얀 억새꽃과 갖가지 색으로 곱게 물들인 단풍이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겨울은 겨울답게

하얀 보석 가루 속에서 산다.




큰 절에 가면 큰 사람만 대접받지만 작은 절에서는 작은 사람이 더 대접받아야 한다고 현종 스님께서 말씀하신다.

애당초 처음부터 절을 만들 때부터 좋은 절, 소박해서 좋은 절 그런 절로 만들고 싶으셨단다.

절이 크면 가는 사람도 커야 하니까 마음이 불편하시단다.

요즘은 뭐든지 크게 만들어서 무조건 큰 사람들만 불러들이는 것 같아 ​나처럼 작은 사람이 가기에는 너무도 부담스러운 절들이 많다.

하지만 현종 스님의 현덕사는 큰 사람보다는 보통 사람이 더 많이 가는 곳이라서 ​언제든지 틈만 낼 수 있으면 마음 편히 머물다가 갈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고운 사람들은 아름다운 추억을 먹고 살기 때문이란다. ​추억에도 아름다운 추억이 있으면 그렇지 못한 추억도 있을 것이다.

두 번 다시 생각조차 하기도 싫은 일을 추억이라고 할 수는 없듯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추억이라고 간직하는 것은 아름다운 추억이 대부분 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이런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전부다 마음이 고운 사람들 일 것이다.

우리 모두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




우리네 삶은 유한 한 것이기에 좋은 일을 하고 살아가기에도

짧은 시간이라고 스님은 말씀하신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도 없고 원하는 삶을 다 살아볼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다.

바로 이렇게 유한하기에 더욱더 귀하고 소중한 것이 아닐까…

한 번뿐인 유한한 인생을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




템플 스테이를 꿈꾸신다면 현덕사를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현덕사는 혼자서 하룻 밤을 홀로 지내면서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져다준다.

일반적인 템플스테이라면 수행이라던가 체험 또는 휴식형이 있는데 ​현덕사의 템플스테이는 완전 휴식형의 템플스테이란다.

템플스테이의 본질은 단순히 사찰에 머물면서 불교를 체험한 다는 것이 아니라 ​삼시 세끼를 같이 먹으면서 대화도 나누면서 함께 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다.

심신이 피로하다면 조용히 산사를 찾아서 재 충전의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상당히 소중할 것 같다.


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란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고 사랑하면서 스스로 복을 쌓아가는 것이 ​하늘로부터 복을 받는 지름길인 것이다.

그래서 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복을 짓는 것이라고 한단다.

그중에 으뜸이 인연복이라고 한다. 어떤 인연을 맺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씀에 ​ 공감하고 또 공감하다.


여전히 절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안아주시는 현종 스님이시다.

현덕사 절 마당에 들어서면 구수한 향이 경내에 가득하단다.​공양 보살님께서 화덕에 불을 피워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일같이 원두를 볶으신단다.

커피의 성지인 강릉이 가까워서인가 참 숯에 직접 로스팅 한 원두를 갈아서 ​현종 스님께서 손수 커피를 내려주신다.

바리스타 현종 스님이시다.

커피 잔도 너무 정겹다.일반 머그잔이 아닌 커다란 사발에다가 잔뜩 담아주신다.

일명 현덕사 사발커피란다.

사발로 마시는 것은 넉넉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일단은 사발로 마시려면 반드시 두 손으로 공손히 마셔야 하니까 저절로 마음 자세가 갖춰진단다.

커피 한 잔을 마주하면서 세상 이야기들을 오손도손 나눈다.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고민이라는 질문에 ​“자기 분수를 몰라서 그렇다."라는 확실하고 명쾌한 해답을 주신다.




아주 고요하고 잔잔한 스님의 말씀이 그대로 가슴속 깊이 전해져 오는 글이다.

읽는 내내 따뜻한 스님의 기운이 나한테도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아서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산사로 가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새삼스레 느껴지면서 ​언젠가는 나도 스님 발자취 따라서 한 번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비움”이 화두인 시대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요란한 감정 속에서 바쁜 일상을 살지만 ​우리는 늘 마음의 평온과 자유를 바란다.​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현종 스님은 말씀하신다.

종교를 떠나 자연 속을 거닐면서 마음을 고요히 하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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