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책방 이야기
의자 위에 펼쳐진 한 권의 책, 그리고 차분한 색감의 표지.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의 첫인상은 요란한 장식 대신,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고요한 울림을 준다.
아마도 ‘유언’이라는 단어가 지닌 묵직한 힘 때문일 것이다.
표지 속 노란 의자 위에는 한 권의 책이 펼쳐져 있다.
누군가 방금 전까지 앉아 사색을 나누다 자리를 비운 듯, 그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그 모습은 우리 인생의 마지막 장면을 은근히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 순간을 아름답게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의 저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의 유성호 교수님이시다.
법의학자로서 지난 27년간 3,000건 이상의 부검을 수행하며, 그 속에서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유한함과 존엄함을 기록해왔다.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강의를 담은 저서인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통해 법의학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와 철학을 전달한다.
TV 프로그램 SBS<그것이 알고 싶다>, KBS <스모킹 건>,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벌거벗은 세계사> 등에 출연하면서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죽음과 사건의 진실을 풀어내는 모습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분이다.
법의학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져서, 처음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유성호 교수라는 이름 앞에서 자연스레 거리감이 생겼다.
그런데 우연히 <유성호의 데멘톡>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보게 된 순간, 교수님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뒤집혔다.
화면 속의 유성호 교수님은 법의학자의 날카로움보다는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그런 온기를 먼저 전해주는 분이었다.
젠틀하고, 친절하며, 자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치 오랜 벗이 차분히 차를 따라주듯, 책 이야기도 들려주고, 삶을 살아가는 지혜도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어준다.
덕분에 나는 어느새 구독 버튼을 누르고, 알람까지 켜둔 단골 시청자가 되었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바라보는 방법을 통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다.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죽음을 가까이할수록 삶은 더 선명하게 보인다"라고…
우리가 평소 외면해왔던 죽음이라는 단어를 가만히 응시하는 순간, 지금 손에 쥐고 있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챕터로서 받아들이게 만든다.
법의학자로서 유성호 교수님이 마주한 수많은 임종의 이야기는 이 책의 뼈대를 이룬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삶이 멈춘 사람, 평온하게 가족 곁에서 눈을 감은 사람, 그리고 마지막까지 삶을 사랑했던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
작가님은 그 답을 찾는 방법으로 ‘유언 노트’를 제안한다.
그것은 단순히 재산 분배를 기록하는 차가운 문서가 아니라, 나를 살아있게 했던 가치,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 그리고 내가 지켜온 신념을 담은 ‘삶의 기록’인 것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슬프거나 불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끊임없이 일깨워 준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가장 다정한 배려이며, 남은 날들을 더 빛나게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세상을 떠난다.
그 순간, 남겨진 사람들이 혼란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미리 마음을 정리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가 전하는 사랑의 방식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사랑이다.”
마지막까지 곁에 남는 것은 돈이나 물건이 아니라, 내가 남긴 말과 마음이라는 사실이 새삼 가슴에 와닿았다.
과연 나는 제대로 남길 말과 마음이 있었는가에 대한 생각 또한 해본다.
목차
첫 번째 노트 - 죽음을 배우는 시간
두 번째 노트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준비
세 번째 노트 - 삶을 기록하는 작업
첫 번째 노트는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다.
죽음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이 있다고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1: 3인칭의 죽음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의 덧없음을 절감한다.
대형 참사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소식은 안타까움과 함께 깊은 무력감을 안겨준다.
그 부당함과 억울함 앞에서, 다시는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살아남은 우리는 다짐한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의 마지막이 이렇게 허망해서는 안 된다고…
2: 2인칭의 죽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삶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었던 그 이별은,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원망과 슬픔, 그리고 자기 파괴로 몰아넣는다.
유성호 교수님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보내드리면서 너무도 슬프고 힘들었단다.
그러나 교수님은 그 깊은 슬픔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셨다고 한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영원히 마음속에 남지만, 그 사람의 바람은 우리가 계속 슬픔에 주저앉아 있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한 발짝, 아주 작게라도 앞으로 나아가라고 한다.
그것이 곧 그들을 위한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3: 1인칭의 죽음
마지막 순간, 나의 끝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삶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결국 우리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화려했던 순간도, 쓰라렸던 상처도, 그 모든 것이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갈 것이다.
그때 나는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그 장면을 바라볼 것인가…
혹여 후회와 아쉬움이 남더라도, 그것마저 나의 일부로 품으며 조용히 미소 지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를 원망하며 남긴 상처 대신, 작은 친절과 사랑을 나눈 기억이 더 많이 남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삶은 끝을 향해 가지만, 끝은 또 다른 시작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허투루 살지 않으려고 더 애를 쓴다.
언젠가 마지막 인사를 건넬 때, “그래도 잘 살았다”라는 말이 진심으로 내 입술에 머물기를 하느님께 기도해 본다.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겠다는 것처럼 무모한 일이다.
(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죽음을 배우는 과정은 곧 삶의 유한함을 온전히 깨닫는 과정이다.
그 사실을 깊이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매 순간을 귀하게 여기게 되고, 말과 행동에 더 많은 온기와 주의를 담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기에, 오늘의 순간은 고유하고 특별하다.
유한함이 주는 선물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며, 그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삶과 죽음을 모두 존중하는 길이다.
두 번째 노트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준비”다.
마치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긴 다리를 건너는 여정 같다.
여기에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질문들이 촘촘히 놓여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점점 죽음과 가까워진다.
어린 시절엔 죽음이 먼 이야기처럼만 느껴졌다.
하지만 세월은 흘러, 부고 소식이 어느 날부턴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이에게서 연락이 오면, 대개는 반가운 안부가 아니라 부고장이다.
가까이 알던 사람의 갑작스러운 부재,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별을 겪으면서, 우리는 죽음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여전히 낯설고 두렵다.
그것이 나와 거리를 두고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왜 우리는 그토록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옛 한국인들에게
죽음은
삶의 완성이었다.
(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옛 한국인들에게 죽음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었다.
그렇기에 죽음은 공포이자 동시에 의미였다.
살아있음이 빛나기 위해, 우리는 언젠가 마주할 그 순간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올 때까지, 삶을 조금 더 깊고 단단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옛 한국인들이 죽음을 삶의 완성이라 여겼던 이유에서부터, 죽을 권리와 좋은 죽음에 대한 새로운 논의, 그리고 생명의 가치와 자기결정권이 부딪히는 복잡한 딜레마까지 이 책은 이야기를 해준다.
또한 마지막 선택의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사랑하는 이를 살리는 것과 놓아주는 것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그리고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 왜 진정한 삶으로 가는 길인지 묻는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준비”는 단순한 주제가 아니다.
삶을 더 치열하게, 더 깊게, 그리고 더 온전히 살기 위한 안내서이다.
세 번째 노트는 “삶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생전에 자신을 기록한다는 것은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성찰하는 시간이자
사랑하는 이들에게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
(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생전에 자신을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나 자신과 조용히 대화하는 시간이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직 전하지 못한 마음을 속삭일 수 있는 소중한 창구 이기도 하다.
연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손에 든다.
다가올 날들에 설렘과 기대를 담아, 올해보다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내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긴다.
새로운 다이어리를 산다는 것은, 단순히 공책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내년을 위한 작은 약속을 스스로에게 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리고 곧 다가올 하루마다 만들어질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그날그날 느낀 의미 있는 생각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다이어리에 쌓여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쌓인 기록들은 훗날 한 사람의 역사이자, 살아온 날들의 증거가 된다.
예정된 미래가 있는 듯 느껴지는 오늘, ‘일기’라는 작은 글쓰기는 비로소 빛을 발한다.
나 역시 매년 11월이 되면 들뜬 마음으로 새해에 쓸 디지털 다이어리를 만든다.
키노트 앱에서 하이퍼링크를 달아 멋지게 디자인한 후, 굿노트라는 디지털노트 앱으로 옮겨 나만의 다이어리 코너를 꾸민다.
각 페이지마다 작은 장식을 달고, 색과 폰트를 고민하며 내 마음의 공간을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다.
물론 매일 빠지지 않고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어떨 때는 몇 달을 하루도 빠짐없이 쓸 때도 있지만, 또 어떨 때는 집 나간 멘탈을 찾느라고 며칠, 혹은 몇 주를 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다이어리와의 약속을 완전히 포기한 적은 없다.
그 끈질긴 습관이 내 삶을 조금씩 붙들어주고, 나를 살게 하는 것이다.
공부 욕심이 많은 나는 다이어리도 한 종류로 만족하지 않는다.
매일 쓰는 일기장, 다이어트 일기, 감사 일기까지 종류만 해도 꽤 많다.
폼을 잡는 순간도 즐겁지만, 쉬더라도 결국 다시 쓰기 시작하는 이 반복이 참 신기하게도 나를 살리는 힘이 된다.
다이어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삶의 흔적과, 웃음과, 작은 후회와, 다짐과 희망이 함께 담겨있다.
유성호 교수님이 직접 작성하신 유언 노트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나,
유성호는 이 편지를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손자와 손녀에게 보냅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사랑하며
독서를 통해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슈바이처와 파스퇴르를 동경하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제가 사랑한 그 대학에서
저는 평생의 스승 이윤성 교수님을 만나
법의학이라는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외롭고 힘들었을 때도 있었지만
평생 5천 건이 넘는 부검을 통해
돌아가신 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을
제 삶의 큰 축복으로 여깁니다.
제 인생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즐겁고 감사했으며
후회가 크지 않아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유성호 교수님의 유언을 읽으면서 내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마치 한 사람의 삶이 한 편의 시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평생을 성실히 걸어온 발자취, 학문과 봉사를 향한 열정, 그리고 그 모든 길 위에서 변치 않는 겸손함이 문장 하나하나에 스며 있었다.
작가님의 이야기는 단순한 이력서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조용한 대답인 것 같다.
어린 시절 품은 꿈을 잃지 않고, 평생 그 꿈을 사람과 사회를 위해 실현한 삶이다.
그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떨굴 수밖에…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과연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을 만큼 잘 살아왔는가…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는 ‘그렇지 못했다’라는 아쉬움이 고개를 든다.
때로는 흐트러지고, 때로는 바보같이 보냈던 날들이 마냥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생각을 해본다.
유성호 교수님의 편지가 이렇게 내 마음을 울린 이유는 그분이 완벽해서만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답게 살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도 나의 방식으로, 지금부터라도 나다운 기록을 남기면 되지 않을까라는 소심한 생각도 해본다.
비록 슈바이처나 파스퇴르를 동경하며 살아온 길은 아니지만, 내 하루에도 누군가를 웃게 한순간, 작은 위로가 된 말, 그리고 함께 나눈 진심이 있었다면, 그것이 바로 나의 ‘유언장’이 될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나의 이야기…
오늘부터는 좀 더 멋지게 써보자.
언젠가 나의 글을 읽는 이가, 눈시울을 적시며 나의 삶도 참 괜찮았다라고 말해 줄 수 있도록…
오늘의 유언이
삶을 향한 다짐이 된다.
(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행위’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이 세상을 떠난다.
그 순간, 남겨진 사람들이 혼란과 상실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미리 마음을 정리해 주는 것, 그것이 유언 노트의 진정한 의미인 것 같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나로 하여금 나의 마지막 장면을 그려보게 한다.
그리고 그 장면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한다.
이 책은 죽음을 부정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삶의 방향을 찾게 만드는 따뜻한 지침서다.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은 결심이 피어난다.
오늘을 조금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