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책방 이야기
얼마 전에 엄남미 작가님의 《기적을 만드는 감사메모》라는 책을 만났다.
노란색 표지에 굵직하게 적힌 “감사메모”라는 글자가 유난히 반짝여 보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메모장을 작성하기다.
애쓰지 말고, 불평하지 말고,
종이와 펜을 들고
감사메모를 하라.
( 기적을 만드는 감사메모 )
엄남미 작가님의 이 문장을 읽고, 그동안 소홀히 했던 감사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늘 새로운 자극이 있어야만 정신을 차리는 내 모습이 못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늘 마음 한켠에서 감사 일기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만족하기로 했다.
감사의 메모 일기에 쓰기만 하면 이미 꿈에 다가가게 된단다.
감사의 메모 일기에 적으면 그것이 바로 인생 지도가 되는 것이다.
작가님 말씀처럼 시도하고 또 시도하는 자만이 성공을 쟁취하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니 무조건 일단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라며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직 살아 있을 때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그 시작이 감사 메모 일기인 것이다.
마치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진 것처럼 감사하며 꿈의 목록을 적으란다.
미래의 감사일기를 쓰면
꿈이 이루어진다.
하루도 빠짐없이 미래에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의 행복한 기분을 상상하고, 그 꿈을 위한 행동으로 “미리 감사 일기를 써보라!“라는 말씀이 참 가슴에 와닿았다.
엄남미 작가님이 쓰시는 소원 미래 감사일기는, 하루에 100번씩 100일 쓰기라고 하신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작가님 말씀처럼 100일을 해낼 수 있는 정도의 열정적인 목표라면 이루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100일을, 그것도 한 가지 소원에 매일 100번씩 되내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해낸다면, 나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든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열심히 하는 것에는 자신 있으니까, 작가님의 이 방법을 따라 해보기로 했다.
내가 앞으로의 미래에 꼭 이루었으면 하는 소원 세 가지를 만들었다.
1: 남편을 무사히 먼저 보내고, 그 후에 내가 평안히 뒤따라 갈 수 있게 된 은혜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2: 맥주를 끊고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음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3: ‘왓츠인마이블로그 100일 챌린지’를 끝까지 완주하며 다시 글쓰는 열정을 되찾게 된 기쁨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지금 현재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무엇보다도 팔십 대 중반인 우리 집 양반보다 내가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절실한 문제이다.
오로지 일만 하고 사는 남편, 나 없으면 자기 전화번호도 못 외우고, 그 흔한 라면 하나 못 끓여먹는 신랑을 놔두고 내가 먼저 간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이미 눈물이 앞을 가린다.
다행히 우리 남편은 감기 한 번 안 걸릴 정도로 아직까지는 무척 건강하다.
늘 성질만큼 허리도 꼿꼿이 세우고 다니고, 온 동네 궂은일을 도맡아 할 만큼 기운도 넘쳐흐른다.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게 어디 장담할 수 있겠는가…
미우나 고우나 소중한 남편이기에, 그리고 지금까지 남편의 보호자 역할을 자청해서 해왔던 나였기에, 이 소원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다.
육십 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시작했던 나의 기도 제목이기도 하다.
기도라도 열심히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 그야말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십 년 이상을 꾸준히 해 왔다.
“이 사람을 무사히 먼저 보내고, 그 후에 내가 뒤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제는 이 기도에 한 가지를 덧붙였다.
평생 오로지 일만 하고 살아오느라고, 다른 인생의 즐거움을 미처 누리지 못한 불쌍한 사람이니까, 무사히 가되, 그전에 어느 정도 여행도 즐기고, 맛있는 것도 좀 더 먹어본 다음에 데려가 달라고….
이제부터는 아침마다 하던 기도에 ‘100일 미리 감사기도’까지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노력이 배가 돼서 그 효과 또한 더블이 되지 않을까~~
맥주를 끊게 해 달라는 기도라니, 행여 남들이 들으면 웃을까 살짝 겁이 난다.
왜 ‘금주’가 아니라 ‘맥주 끊기’라고 했을까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자타 공인 맥주 덕후이다.
그런 내가 맥주를 끊는 것만으로도 큰 결심인데, 만약 ‘완전 금주’라고 해버리면 인생이 너무 재미없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무조건 끊는 삶은 그리 건강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존경하는 일본의 노인 건강 전문의이신 와다 히데키 선생님도 이런 말씀을 하신다.
“70대가 넘어가면 술이든, 음식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지나치게 금지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즐기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더 좋다.”
이 말이 한동안 내 마음을 많이 위로해 주었다.
그래서 맥주를 끊었다가도 다시 마시고, 또 끊었다가 다시 들이키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유가 다르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책 읽기, 공부, 글쓰기를 오래도록 하고 싶어서이다.
특히 내 눈 건강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얼마 전에 녹내장 진단을 받고 나서는 자신이 없어졌다.
과연 시력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눈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번에 진심으로 맥주를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게다가 맥주는 살이 찐다.
유난히도 나는 맥주를 마실 때면, 반드시 안주가 있어야만 한다.
이게 문제인 것이다.
치킨, 감자튀김, 과자, 땅콩, 오징어…
맥주와 안주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맥주를 즐기다 보면 살이 찔 수밖에…
그렇다고 아직은 완전히 술을 끊고 싶지는 않다.
가끔 한 번씩은 하이볼도 마시고 싶고, 일본 음식을 먹을 때는 따끈따끈한 오사케 한 잔 정도는 즐기고 싶다.
특히 겨울에 ‘도쿠리’라는 작은 술병에 오사케를 데워서 앙증맞은 잔에 따라 마시는, ‘아쯔깡’을 너무도 사랑한다.
거의 술을 안 마시는 우리 집 양반도, 이때만큼은 한두 잔 정도 마신다.
이 정도는 황혼을 맞이한 노부부에게, 하나의 인생의 작은 재미로 허락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나는 금주 기도가 아니라, 맥주 끊기 기도를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것만 성공해도, 내 건강, 내 글쓰기, 내 삶이 훨씬 가볍고 단단해질 것 같다.
네이버 블로그에 새로운 챌린지가 등장했다.
이름하여 “왓츠인마이블로그 100일 챌린지”다.
순간 화면을 보는 내 눈이 번쩍 뜨였다.
평소 같으면 이런 챌린지 같은 것은, 나하고는 딴 세상 이야기 같아서 그냥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뭔가 찔리는 것이 있었는지 저절로 눈이 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요즘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블로그 글쓰기를 조금 소홀히 했다.
마음속에서는 늘 “써야지, 써야지~~ ” 하면서도 막상 손가락은 잘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런데 마치 이런 내 마음을 들킨 듯, 하늘이 절묘한 타이밍에 동기부여를 내려 주신다.
2년 전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나는 정말 미친 듯이 달렸다.
그 어렵다는 1일 1포스팅을 거의 8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올렸다.
매일 뭔가를 기록하고, 사진을 정리하고, 글로 풀어내던 그 시간이 나에게는 인생의 또 다른 학교였던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마치 오래된 추억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 시절의 열정이 다시금 그리워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핑계 대신 도전을 선택한다.
“왓츠인마이블로그 100일 챌린지!”
해보자!
다시 쓰는 습관을 들이고, 다시 내 열정을 깨워내는 일이 이번 챌린지를 통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나의 100일 미리 감사 기도가 시작된다.
이제 나의 100일 기도는 단순히 생활 습관을 고치고 건강을 지키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매일의 삶 속에서 작은 성취를 쌓고, 내 안의 꾸준함을 다시 불러내는 도전이 되었다.
기도와 글쓰기를 함께 이어간다면, 앞으로의 100일은 내 삶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