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세상은 참 끊임없이 요구한다.
조금만 멈춰도 안 된다고 다그치고, 더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고 소리친다.
얼마 전 나민애 교수님의 강의를 듣다가 마음을 콕 찌르는 말씀을 들었다.
“세상은 자꾸 뭘 더 하라고 한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마치 답답한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는 말 같았다.
요즘 젊은 세대가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왜 그렇게 불안해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더 쌓아야먄 인정받는 사회.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데, 자꾸만 모자란다고 채찍질하는 세상.
그래서일까, 많은 젊은이들이 오늘도 어깨가 무겁다.
서울대 교수님이신 나민애 교수님은 강의 도중 이런 이야기를 꺼내셨다.
“서울대생들조차도 질문에 자신 있게 손을 못 든다.”
처음 들었을 땐 조금 의아했는데, 이유를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혹시라도 완벽한 답을 못할까 봐 두렵고, 틀렸다는 낙인이 찍힐까 봐 아예 입을 꾹 다문다는 것이다.
사실 지식의 세계에서 ‘틀림’은 새로운 깨달음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넘어져야 일어나는 법을 배우듯이, 잘못 말해야 더 정확한 답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사회는 그 틀림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한 번의 실수에도 따가운 눈총이 돌아오고, 완벽한 답만 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러니 젊은이들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괜히 잘못 말했다가 창피만 당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앞서니, 무언가를 시도하기보다는 차라리 안전한 침묵 속에 숨어버리는 것이다.
결국 “더 해야 한다"라는 강박이 도전의 싹을 잘라버린다.
손을 드는 순간 열릴 수도 있었던 기회들이, 조용히 접힌 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고, 또 해왔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나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런데도 세상은 멈추라고 하지 않는다.
멈춤의 순간을 허락하기는커녕,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세우라 하고 더 높은 성과를 내라며 독촉한다.
과연 이런 세상 속에서 젊은이들이 편히 숨 쉴 자리가 어디에 있겠는가.
나민애 교수님의 그 물음이 가슴 깊이 파고든다.
교수님 말씀대로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미 충분히 잘해왔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데 말이다.
우리가 쌓아온 성취와, 매일을 살아내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실은 행복할 수 있음을, 많은 이들이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세상은 끊임없이 “더”를 요구하며 사람들에게 만족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결국 젊은이들은 성취와 환희를 누리기보다 지독한 피로를 안은 채 살아가고 만다.
지금 이대로도 빛나고 있고, 이대로도 충분히 존귀하다.
세상이 자꾸 “더”를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끊임없는 비교 때문이라고 나민애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SNS를 열면 누군가는 더 잘나가고, 더 멋진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에서는 성과를 수치로 비교하고, 학교에서는 등수를 매겨 학생들을 줄 세운다.
이 비교의 잣대가 사람들을 몰아붙이는 것이다.
나 자신이 이미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은 가려지고, 남들과 비교했을 때 모자란 부분만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쉼 없이 달리지만, 도착지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요즘 젊은 세대는 설자리를 잃고 있다.
쉼 없이 달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 속에서, 잠시라도 멈추면 낙오자가 된다.
그러니 매 순간 불안하다.
언제나 더 잘해야 하고,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행복을 느낄 틈조차 없는 것이다.
사실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인정받고, 있는 그대로 존중받으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세상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더 높은 스펙, 더 많은 능력, 더 큰 성취를 요구한다.
그럴수록 젊은 세대의 삶은 점점 더 고달파지는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가진 것에서 만족하고, 작은 성취를 기뻐할 줄 알 때 행복이 찾아온다.
세상이 더 하라고 부추길 때, 오히려 잠시 멈추어 서서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나민애 교수님의 가르침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삶은 경쟁이 아니라 여정이다.
더 멀리 가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
”나는 이대로 충분하다"라고 자신을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설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나민애 교수님 말씀처럼, 세상은 끊임없이 뭔가를 더 요구한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들고 보니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잠시 멈춰도 괜찮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이 한마디가 젊은 세대에게는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세상이 더 하라고 말할 때, 우리 스스로 ”이만하면 충분하다"라고 말해주는 연습을 하자.
그래야 젊은 사람들이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다시 웃으며 살아갈 힘을 얻을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너무 많이 아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넘어지며 배우는 것도 의미 있지만, 굳이 피 흘리며 버텨야만 청춘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저릿할 만큼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 모습이 안쓰럽고, 또 안타까워서 나의 가슴까지 아려온다.
청춘이 꼭 아픔으로 증명되지 않기를, 그들의 오늘이 조금은 더 따뜻하고, 조금은 더 가벼웠으면 좋겠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나민애 교수님은 특별한 처방을 내리신다.
그럴 때는 책을 쓰고, 글을 쓰라“는 것이다.
어쩌면 고통은 말로 다 꺼내지 못해 더 무겁게 가슴을 누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글로 적어 내려가기 시작하면, 아픔은 문장 속으로 스며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서서히 해소된다.
마치 상처 난 곳에 바람이 닿으며 서서히 아물듯이, 글은 마음을 다독이고 삶을 치유하는 힘이 된다.
그래서일까.
펜을 드는 순간, 눈물은 잉크로 바뀌고, 고통은 한 편의 이야기로 피어난다.
그렇게 쓰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은 조금 가벼워지고, 세상은 다시 견뎌낼 만한 곳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