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おごらず、
他人とくらべず、
面白がって、
平気に生きればいい。
( 기키 기린 樹木希林 )
“おごらず、他人とくらべず、面白がって、平気に生きればいい。
( 오고라즈, 타닌토 쿠라베즈, 오모시로갓테, 헤이키니 이키레바 이이.)
“거만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그저 재미있게, 담담하게 살아가면 된다.”
일본의 ‘국민엄마’로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원로배우 키키 기린이 자신의 딸에게 남긴 말이다.
남편과는 거의 40년 가까이 별거 생활을 하며 평탄하지 못했던 결혼 생활을 보냈던 키키 기린, 그래서인지 자신의 딸만큼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같은 편지를 남겼다고 한다.
키키 기린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일본의 ‘국민엄마’로 불리며 오랫동안 대중의 곁을 지켜왔다.
우리나라의 김혜자 선생님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기린 배우님도 김혜자 선생님이 출연한 “마더”를 가장 사랑했던 작품으로 꼽으며 늘 김혜자 배우님의 연기를 빠짐없이 챙겨 보았다고 한다.
1943년생인 기린님은, 18세인 1961년부터 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앙:단팥 인생 이야기“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깊은 울림을 남겼다.
2013년,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면서, 암 투병 사실을 처음 고백한 기린 배우님은, 결국 2018년 9월,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키키 기린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병을 숨기지도 않았고, 주름을 가리려 하지도 않았으며, 나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병조차 삶의 일부로 끌어안으며 마지막까지 담담하게 살아냈다.
기린 배우님은 두려움보다는 평온함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삶을 통해 “거만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그저 재미있게, 담담하게 살아가면 된다."라는 짧지만 강렬한 명언을 남겼다.
그 말에는 그녀가 평생 붙잡아온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경쟁 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리기보다, 작은 것에도 재미를 느끼며, 자기만의 걸음으로 평온하게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린 배우님이 우리에게 보여준 삶의 방식이었다.
키키 기린님은 일본 영화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앙꼬 없는 찐빵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듯, 키키 기린은 일본 배우에서 ‘앙꼬’같은 존재였다.
한국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일본 배우 중 한 사람이었다.
처음엔 기린 배우님을 잘 알지 못한 채 작품을 봤다.
예를 들어, 만화로 접했다가 드라마로 이어가며 보았던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는, 줄거리와 배경에 빠져 그녀가 할머니로 등장했던 사실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작품들을 봤지만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봤던 기키 기린 님의 작품은 역시나 “앙, 단팥 인생 이야기”였다.
일본 감독 가와세 나오미(河瀨直美)가 연출한 이 영화는, 2015년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국제적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삶의 의미와 인간 존엄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잔잔하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다.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이 작품을 보면서 처음으로 기린 배우님에게 깊이 빠져들었다.
잔잔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그 영화 속에서, 나는 한 노배우의 깊고도 단단한 눈빛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기키 기린이라는 사람, 배우,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갔다.
그녀의 연기에는 꾸밈이 없었고, 삶과 예술이 구분되지 않는 진실함이 있었다.
특히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숨기지 않고 더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을 오히려 더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 おごらず、他人とくらべず、
面白がって、平気に生きればいい。”
“거만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그저 재미있게, 담담하게 살아가면 된다.”
이 말처럼, 그녀의 연기와 삶에는 늘 같은 철학이 깃들어 있었다.
비록 기린 배우님은 세상을 떠났지만, 남겨진 작품과 말들은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우리 곁에 있다.
그녀의 인생은 결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고 깊은 울림으로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기린 배우님은 철저하게 검소한 생활로도 유명했는데, 이것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일본 최고의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옷장은 화려한 브랜드나 값비싼 의상으로 채워져 있지 않았다.
오히려 남이 입던 옷을 받아 염색해 새 옷처럼 다시 입었고, 가구 역시 새것을 들이기보다 누군가 사용하던 물건을 물려받아 소중히 썼다.
생전에 그녀가 가진 구두는 부츠를 포함해 고작 세 켤레뿐이었다고 전해진다.
난 그녀와 달리 새 물건을 선호한다.
아직도 중고보다는 온전히 내 것이 좋다.
그 대신 한 번 사면 십 년, 이십 년을 함께하며 끝까지 쓰고, 가구도 쉽게 버리지 않고 오래 곁에 둔다.
손때가 묻은 내 물건을 사랑하는 것이다.
기린님 같은 미니멀리즘을 나도 한때는 무척이나 사랑하고 즐겨 실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위한 나만의 물건에 대한 애착은 쉽게 없어지지가 않는다.
아직도 ‘도(道)’를 덜 닦아서 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린 배우님의 가르침처럼 서두르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하루를 재미있게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 기키 기린님이 전해준 가장 값진 선물이자, 그리고 영원한 메시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