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심전도로 부정맥을 다스리는 칠십대 업글할매

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by 업글할매

작년인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라는 책을 참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워낙 까다롭고 힘든 남편 모시고 살다 보니, 이 나이에 이성 때문에 설렐 일은 없겠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갑자기 심장이 뛰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겁도 나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병원으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했는데, 세상에나~~


정작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건 책 제목처럼 사랑이 아니라, 또 다시 찾아온 부정맥이었다.


사실 20여년 전, 미국에 살 때 한 번 부정맥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그후 우리나라로 돌아와서는 아무렇지 않게 지냈기에, 잊어버리고 있었다.


물론 가끔 가슴이 콩콩 뛰고, 쿵쾅거려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해서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심장이 요동치길래, 겁이 번쩍 나서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역시나였다.


부정맥이란다.


제미나이에서 만든 이미지

“갈수록 태산이다!”


정말 이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이제 좀 나아지려 하면 새로운 병이 생기고, 편안해지려 하면 또 다른 고비를 넘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니, 솔직히 이젠 좀 지친다.


그동안 죽어라고 운동하고 식이요법을 열심히 하면서 많은 병을 고쳤기에, “하면 된다!”라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는데, 늘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력해 온 시간들이 아깝고 소중하기에, 다시 한번 힘을 내 일어서 보려 한다.


다행히 그동안 심혈관 질환에 대한 약과 의료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하니, 의사 선생님의 지침을 잘 따르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다시 한번 살포시 품어본다.


게다가 늘 손에 차고 다니던 애플워치가 이번에 큰 효자노릇을 할 것 같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이 작은 기기가 수시로 내 심장 박동을 간단하게 체크해주고 보호해주는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해줄 것 같다.


칠십 대의 나이에, 애플워치를 차고 다닌 것이 이토록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일줄은 몰랐다.


이 새로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관리하여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삶을 되찾아보자.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병 이름 앞에는 어김없이 “노화”나 “퇴행성”같은 반갑지 않은 단어가 따라다닌다.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떼어낼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그대로 흘려보낼 수도 없다.


비록 노화의 속도를 멈출 수는 없어도, 최소한 조금이라도 더디게 흐리게 만드는 것은 지금의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내 몸을 미워하지 않고, 새롭게 보내오는 신호들을 무시하지 않고,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관리 하나를 성실히 해내다 보면 노화라는 단어도 언젠가는 조금은 부드럽게, 덜 위협적으로 느껴질 날이 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를 돌보는 길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손목 위 애플워치의 새로운 심전도 기능을 든든한 동반자로 삼아, 하루하루 성실히 기록할 것이다.


완벽할 필요도, 서두를 이유도 없지만, 멈추지 않는 용기 하나만은 자신있다.


나는 “업글할매”니까~~


아침 햇살이 창문 틈새로 스며들기도 전에, 나는 먼저 눈을 뜬다.


나이를 먹어가니 점점 더 잠이 얕아진 탓도 있지만, 조금은 나를 설레게 하는 특별한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손목에 닿는 애플워치의 차갑고 단단한 촉감이 나를 잠에서 완전히 깨운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기계 장난감은 젊은 사람들 놀잇감이라고 생각하며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칠십대 업글할매답게 아주 근사하게, 그리고 아주 용감하게 이 애플워치를 다룬다.


화면을 켜고 심전도 앱을 찾는 이 작은 동작이 이제는 나에게 하루를 여는 작은 의식처럼 여겨진다.


“오늘도 나를 잘 부탁해~~”


워치에게 인사하듯 속으로 중얼거리며 버튼을 누른다.


처음엔 솔직히 무서웠다.


그래프는 지그재그로 춤을 추고, 숫자들은 쏟아져 내려오고, 괜히 내가 잘못 눌러서 심장이 더 빨리 뛰면 어떡하나 겁도 났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건 병원 기록이 아니라, 내 몸이 나한테 보내는 따뜻한 메시지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잘 뛰고 있어요, 주인님”


애플워치가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된다.


애플워치에서 심전도 기능인 첫 번째 작업을 마치고 나면, 이번에는 두 번째 단계인 아이폰 건강앱으로 이동한다.


손에 들린 아이폰에서 건강앱을 열고, 심전도 기록을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는 아래로 내려 그동안 보물창고처럼 차곡차고 쌓이고 있는 심전도 데이터를 정성껏 들여다본다.


이 신기한 것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감탄한다.


예전에는 혈압기만 봐도 어렵고, 병원에서 주는 종이 기록지는 하두 작아 잃어버리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이 스마트폰 하나가 내 건강 비서가 되어준다.


데이터가 쌓여가는 걸 보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다.


요즘은 저축 통장보다도 이런 건강 데이터가 더 소중한 시대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서 가장 신나는 순간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다음 병원 진료일에, 의사 선생님 앞에서 아이폰을 딱 열고, 건강 앱의 심전도 기록을 짝 펼쳐보일 그날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예전엔 진료실만 들어가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곤 했는데, 이젠 다르다.


내 몸의 기록이 손바닥 안에 쫙 들어 있으니 주눅 들 이유도 없고, 오히려 내가 건강 모범생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병원을 찾을 때마다 마치 숙제를 잘 해간 학생처럼 부지런히 기록을 해야겠다.



건강한 심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잘 챙겨먹어야 한단다.


의사 선생님이 아무리 좋은 약을 주셔도, 내가 먹는 음식이 엉망이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나도 이제는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단백질 위주의 좋은 음식들을 챙겨 먹으려고 애쓴다.


우리 집 식단은 예전부터 제법 단정했다.


계란, 두부, 생선, 고기, 야채…


이 다섯 가지는 거의 빠지는 법이 없었다.


이 정도면 보약이 따로 없다.


남들은 비싼 건강 식품을 찾는다고 하지만, 나는 냉장고 문만 열면 보약이 쏟아진다.


하느님께서, 먹는 것 좋아하는 내게 내려주신 선물같다,


작년에 골다공증 진단을 받고, 당뇨 전단계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그 덕분에 식이요법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


그때 익힌 지식이 이번 심장 지키기에도 그대로 도움을 준다.


이래저래 살아보니, 인생에서 버릴 건 하나도 없다는 걸 또 새삼 느낀다.


그때 고생하며 배워둔 것이 지금 나를 살린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던 치맥은 앞으로도 계속 금기 식단에 들어가야 한다.


야속하다.

슬프다.


완전히 끊을 자신은 없지만,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눈감아 주시지 않을까라는 아주 조심스러운 희망을 품어본다.


게다가 어느 저명한 심장 전문의가 “큰 문제 없다면, 하루에 맥주 한 캔 정도는 괜찮다”는 말씀에 나는 또 괜히 위로를 받는다.


어차피 내 주량이라고 해봐야 기껏 맥주 한 캔인데, 그 한 캔이 또 그렇게 소중하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웃음이 난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제는 이것도 저것도 다 조심해야하고, 먹는 재미가 하나둘 씩 사라지는 것만 같아 문득 마음이 짠해진다.


특히나 먹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삼식이 아저씨를 만나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해본 것도 억울한데, 집에서 먹는 음식조차 조심해야 한다니…


정말 해도 너무한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녁에 떡볶이를 만들어 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


속이 메슥거려 매운 게 당긴다는 이유로…


참 못 말린다.


이런 내 자신이 가끔은 귀엽고, 가끔은 한심하고, 가끔은 또 안쓰럽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 번씩 이런 반란이 있어야 오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완벽하게 먹으면 좋겠지만, 내 마음도 좀 먹여야 하니까 말이다.


가끔 조금의 행복을 허락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건방진 생각도 살짝 해본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이런 작은 일탈 말고는 나는 아주 건강하게 잘 먹고 있다는 점이다.


매 끼니마다 최소 20g의 단백질을 챙기고, 야채도 듬뿍 준비한다.


이 정도 정성이면 하느님이 봐도 “그래, 한 달에 한 번 치맥이랑 떡볶이는 너에게 주는 은총이다”하고 허락해주시지 않을까 싶다.


심장 지키기의 최고의 하이라이트!


역시나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 그리고 근력운동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빠지지 말고 매일 하는 것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끝내자마자,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 입는다.


이것도 몇 년 전만 해도 꿈도 못 꾸던 일이었다.


여기 저기 아파오기 시작하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신랑이 크게 봐줘서 이제는 아침 일과 중 가장 기분 좋은 순서가 된 것이다.


몸이 아파서 얻은 특권이라고 해야 할까.


다행히도 나는 제주도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


굳이 차를 타고 나가 헬스장을 찾을 필요도 없고, 복잡한 사람들 틈을 헤집고 다닐 일도 없다.


문만 열고 나서면, 상쾌한 공기와 고요한 풍경이 나를 운동의 세계로 부드럽게 초대한다.


집 앞으로는 은근한 오르막도 있고, 넉넉한 평지도 있다.


이 덕분에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운동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평지에서는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중강도 걷기를 하고, 요즘 유행하고 있는 슬로우 조깅도 한다.


오르막 길에서는 등산 효과를 노린 운동도 한다.


오르막에 이르면, 나는 잠시 산을 오른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그러나 힘 있게 발을 내딛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 리듬 속에 내 심장이 다시 힘을 얻는 느낌이 든다.


사실 예전에는 이런 운동 루틴이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감사함이 먼저 앞선다.


이만큼 좋은 조건에서, 이만큼 좋은 공기에서 운동할 수 있는게 얼마나 큰 복인지 새삼 느껴진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걷다 보면, 내 나이도, 부정맥도, 어제 쌓인 걱정들도 슬며시 내 뒤로 밀려나 준다.


발걸음마다 나는 작은 기도를 담는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반드시 좋아질 것이다.”


희망을 발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리며 걷는 이 시간이, 내게는 그 어떤 약보다 큰 선물이다.


운동은 단순히 몸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는 마음의 의식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모레도, 숨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 걸을 것이다.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 있음이 참 고맙다.



병원에서 부정맥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날, 잠시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을 느꼈다.


“또냐…왜 이렇게 내 몸은 갈수록 태산이냐… ”


순간 서글픈 마음이 휩쓸고 지나갔지만, 오래 웅크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남편을 무사히 먼저 보내고, 그 다음에 내가 가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겁내지 않는다.


도망가지 않는다.


대신 배우고 도전하기로 한다.


이 나이에 애플워치 차고 심전도를 직접 측정하며 사는 삷이 펼쳐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자연스럽게 왼손목을 들어올리며, 위치를 톡 누르고 심전도 앱을 연다.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장면을 보며, 혼자 미소 짓는다.


칠십 대 할매가 화면 속의 그래프를 해석하고, “괜찮다, 잘 뛰고 있다.”하고 스스로를 토닥이는 모습이 나름 귀엽다.


그리고 이래저래 혼자 잘 노는 모습이 무엇보다 대견하다.


그래서 다시 또 깨닫는다.


내가 나를 이렇게 스스로 지켜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 결국 나를 살리는 일은 내가 하는 것이다.


큰 욕심은 없다.


그저 남편보다 하루만 더 살면 된다.


다른 병들은 갑자기 쓰러지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심장이라는 친구는 참 무섭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애플워치로 심전도를 체크하고, 아이폰 건강앱에서 기록을 확인하고,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시계 하나 찬 것 뿐인데, 이렇게 마음이 든든해지고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그래, 이대로 잘 가보자.”

“반드시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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