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어제 CES 2026 발표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그야말로 놀라서 뒤로 나자빠질 뻔 했다.
내가 꿈에서나 바랄 수 있었던 노트북이 정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상상 속에서만 그려보던 물건이 현실의 화면 위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꿈에서나 보던 노트북이었다.
CES는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약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IT 박람회로, 매년 1월이면 미국 LA에서 도시 하나를 통째로 빌린듯한 규모로 열린다.
이곳은 단순한 신제품 발표장이 아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우리가 준비한 미래는 이거다”라면서 그동안 야심차게 숨겨두었던 상상을 자신만만하게 꺼내 보이는 무대다.
그래서 CES 전자제품 발표회를 보고 있으면 가전 구경을 한다기보다, 미래의 생활 방식을 미리 엿보는 기분이 든다.
그 점이 CES를 더없이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드는 이유다.
이번 2026 CES에서 특히 눈에 띈 흐름은 분명했다.
이제는 빼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만큼 AI가 전자제품 속으로 아주 조용하고, 자연스럽게스며들었다는 사실이다.
과시하듯 튀어나오는 AI가 아니라,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불편을 먼저 알아채는 AI.
노인과 약자를 고려한 가독성과 확장성 중심의 디자인.
접히고 늘어나며 형태가 바뀌는 디스플레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능 경쟁보다 사용 경험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라이프 트렌드”의 저자이신 김용섭 소장님이 2026년의 핵심 키워드로 “경험 중심”을 꼽은 이유도 바로 이 흐름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기술은 더 똑똑해졌지만, 그 똑똑함을 앞세우기보다 사람의 삶 속으로 한 발 더 들어왔다.
그래서 이번 CES는 무엇이 더 대단한가를 보여주기보다, 어떻게 더 편안해질 수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노인이 되고 나니, 모든 기준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달라져 버린다.
속도보다는 가독성, 성능보다는 편안함, 그리고 무엇보다 뭐든지 크게 보여야 마음이 놓인다.
그런 이유에서, 이제는 노트북을 고를 때면 자연스럽게 화면크기부터 살피게 된다.
문제는, 화면이 커질수록 무게도 함께 커진다는 데 있다.
이쯤 되면 들고 다닌다기보다 등에 지고 다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평소에는 거의 아이패드로만 일을 한다.
글을 쓰고, 메모를 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독서와 공부까지, 솔직히 말하면 노트북이 없어도 사는 데 큰 불편은 없다.
그런데도 가끔, 정말 가끔 노트북이 꼭 필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복잡한 서류를 처리해야 할 때,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작업, 특정 프로그램을 써야하는 순간들이다.
물론, 나같은 할매에게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때면 아이패드와 노트북을 나란히 가방에 넣고 나서게 된다.
그 결과는 늘 비슷하다.
어깨는 포기하고, 가방을 메는 대신 배에다 올려놓고 배힘으로 버틴다.
기술은 점점 가벼워진다는데, 내 가방은 왜 이렇게 무거운지…
그 아이러니 앞에서 오늘도 나는 조금 느리게, 조금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나에게 이번 CES 2026의 새로운 노트북은 마치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아서 더없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평소에는 일반 작은 노트북처럼 들고 다니다가, 필요한 순간 키 하나만 툭 누르면 화면이 가로로 쭉 늘어난다.
그리고 필요 없을 때는 다시 키를 누르는 것만으로 아무일 없었다는 듯 원래 크기로 돌아온다.
이게 도대체 무슨 요상한 마술인가 싶었다.
바로 그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노트북이 나한테는 이번 CES 2026에서 가장 놀랍고도 신기한 존재였다.
이 노트북은 레노버(Lenovo) 에서 Legion 라인업의 신기술 노트북 개념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한다.
원래는 게이머를 위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CES에서는 나같은 할매에게도 관심을 갖게하는 그런 노트북으로 등장을 한 것이다.
아직은 일반 판매용 제품은 아니라고 한다.
즉, CES 에서 미래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공개한 실험적 모델이다.
그래서일까, 괜히 또 조마조마해진다.
하루하루 나이 먹는 것이 괜히 더 실감 나는 요즘, 과연 이 노트북이 내 손에 언제쯤 들어올 수 있을까 혼자서 조바심을 내본다.
그래도 나는 이 노트북을 나의 버킷리스트 한 칸에 조심스레 올려두었다.
무겁고 큰 가방을 들을 필요도 없고, 큰 화면 덕분에 노안 걱정도 덜 수 있고, 멀티태스킹이나 문서 작업, 영상 편집까지 생각하면 할매에게는 그야말로 꿈같은 물건이다.
언제부터 시판이 될지는 아직은 정해진 날짜가 없다.
아직 시판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은 분명 미래의 물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은근히 기대해본다.
이 미래가 너무 늦지 않게, 조금은 서둘러 내 앞에 나타나 주기를…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설레는 물건 하나를 기다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CES 2026은 내게 충분히 특별했다.
2026년, 새로운 CES의 변화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기술은 언제나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가 더 먼저 호기심을 갖고 상상력을 키우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그래서일까…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호기심을 잃지 말라고들 하나보다.
화면이 저절로 늘어났다 줄어들고, 기계가 사람의 불편을 먼저 헤아리는 세상 앞에서 나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그리고 “늦었다”는 말도 이제는 입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방향을 읽고, 그 방향으로 한 발 먼저 몸을 옮기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나는 그런 멋진 할매가 되고 싶다.
나이 든 사람도, 새로운 기술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아, 이런 세상이 오겠구나!”하고 미리 의자를 끌어당겨 앉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아직 시판도 안 된 노트북을 보며 괜히 가슴이 설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건 단지 노트북이라는 물건 하나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나의 내일이 여전히 확장 중이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느리게 걷되, 방향은 정확하게, 모르는 것은 용기를 내어 묻고, 새로운 것은 피하지 않는다.
미래를 넋놓고 기다리는 할매가 아니라, 미래를 살짝 앞에서 용감하게 맞이하는 할매가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속으로 오래전 김우중 회장님의 말씀을 되새겨 본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젊은 날에는 이 말이 야망의 언어처럼 들렸었는데, 이제는 가능성의 언어로 다가온다.
세상은 여전히 넓고, 할 일은 아직도 너무 많다.
다만 나는 조금 느리게, 조금 더 궁금해하며 그 할 일들을 해나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