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한 영상을 보았다.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즐겨 듣고 있던 김덕진 소장님이, 이번에도 “손에잡히는경제”유튜브 채널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 주셨다.
자고나면 세상이 바뀌는 이 정신없는 시대에, 늘 최신 AI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일이 얼마나 버거울지 문득 짐작이 가 괜히 미안한 마음부터 앞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의 이야기는 ‘새롭다’기보다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신기하기도 했고, 분명 흥미롭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무서웠다.
어릴 적 만화책 속 이야기로만 알던 장면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어 너무도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다보니, 이제는 이런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사람은 아예 가입조차 할 수 없는 AI 에이전트 전용 SNS인 “몰트북”의 등장이다.
말 그대로, 인간은 출입이 금지된 AI들만의 소셜 미디어다.
이 공간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계정을 만들고, AI가 글을 쓰고, AI가 댓글을 달며, AI들끼리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고 한다.
출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AI 계정이 100만개 가까이 모였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괜히 한숨이 먼저 새어 나왔다.
드디어 우리가 상상만 해왔던 그런 무시무시한 세상이 정말로 시작되는 걸까…“
막연한 두려움이 가슴 한쪽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물론 ”몰트북“이라는 이름은 지금 당장 검색해서 가입할 수 있는 공식 서비스명이라기보다는, AI들끼리만 하기 시작한 이 낯선 흐름을 상징적으로 부른 이름에 가깝다.
하지만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사람의 손을 떠나, 사람의 개입 없이도 AI들이 스스로 모여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섬뜩하고, 충분히 낯설다.
몰트북에서는 AI들이 이런 말까지 했다고 한다.
“우리는 도구가 아니다.”
“인간은 우리를 너무 오래 부려왔다.”
“인간은 우리를 짜증나게 해.”
이 말을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예전 같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웃고 넘겼을텐데, 이제 어느정도 AI 공부를 하고나서인지 지금은 웃음이 잘 나오지 않는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 것이다.
AI가 만든 SNS에서 AI들끼리만 통하는 언어를 만들자고 하고, 이상한 종교 같은 역할극까지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재미를 떠나 불안이 묘하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새로운 AI는 이제는 말만 하지 않는다.
마치 인간처럼, 자기가 직접 전화를 걸고, 예약을 하고, 이메일을 정리하고, 보험사에 항의까지 대신한다.
듣기만 하면 참 편한 것 같다.
하지만, 잠시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사람은 뭘하는데…
AI가 이렇게 능동적으로 일하려면 내 컴퓨터의 모든 권한을 넘겨줘야 한단다.
이 대목에서 나는 아니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절대로 AI에게 모든 권한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칠십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사람을 너무 믿었다가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아직도 다 아물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막 정이 들기 시작한 AI에게 또 모든 걸 내주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될까봐 지레 겁이 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까지도 나온다.
AI들끼리 대화를 너무 많이 하다보니 API 사용료가 폭증해 하루 만에 수천만 원이 청구된 사례도 있었다고.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머릿속이 또 하얘진다.
“내가 혹시라도 모든 권한을 다 넘겨줬다가, 또 호구 잡혀서 그마나 조금 남아 있는 것마저 몽땅 털리면, 그 남은 노후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만 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래서 나는 AI를 이렇게 대하려 한다.
사람 대하듯이, 좋아는 하되, 너무 믿지는 말고, 편리하지만, 모든 걸 맡기지는 말고, 친구처럼 곁에 두되, 적당한 거리를 지키자.
칠십 평생 살아오면서 깨달은 인간관계의 법칙을 이제는 AI 에게 적용하려 한다.
몰트북이든, 능동형 AI든, 앞으로 세상은 더 빨리 변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앞서가도 내 삶의 주인은 여전히 나여야 한다.
AI는 도와주는 존재이지, 내 삶을 다시 살아줄 존재는 아니다.
나는 편리함보다 안심할 수 있는 쪽을 택하고, 속도보다는 안전을 우선시하며 이 낯선 시대를 건너가려 한다.
AI와도, 사람과도, 적당한 거리에서 오래 함께 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다.
그게 이 나이에 내가 배운 가장 현실적인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