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새해가 되면 늘 마음이 먼저 분주해진다.
무언가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데,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계획만 세워두고 실행하지 못한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서일까.
‘시작‘이라는 단어 앞에 서면 괜히 한 번 더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새해 첫날부터 코드가 잘 안맞는 막내 딸과 신경전을 벌였다.
순식간에 멘붕이 찾아왔고, 마음은 이유 없이 가라앉았다.
우울한 기운을 안은 채 그렇게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울림으로, 한 영어 앱이 내게 다가왔다.
이름도 조금은 재미있는, ”말해보카“였다.
평서 즐겨 보던 ”큰손 노희영“ 채널에서 들은 한마다기가 계기가 됐다.
노희영 고문님처럼 이미 영어에 능통한 사람조차도 출퇴근길 차 안에서 매일같이 영어를 공부한다는 말에, 마음 한 구석이 콕 찔렸다.
”나는 그동안 영어를 너무 쉽게 포기해온 건 아닐까… “
그 질문이, 이 글을 쓰게된 시작이 되었다.
영어는 한때 내 삶 가까이에 있던 언어였다.
늘 단어장을 들고 다니며 외웠고, 발음기호 옆에는 빼곡히 표시를 해가며 용감하게 소리 내어 읽었다.
틀려도 상관 없었다.
입으로 내 뱉는 것이 먼저였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붙들고 있던 영어를, 어느새 10년이나 방치해 두고 말았다.
시간은 정직했고, 결과 역시 솔직했다.
10년을 방치 해두고 나니, 결과는 참 솔직했다.
단어를 보면 뜻은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런데 입이 따라주지 않는다.
알고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생각보다 깊은 간극이 생겨 있었다.
”이 나이에 굳이 영어가 필요할까?“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영어를 내려놓은 시간이 쌓이자, 발음은 그야말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원래도 서툴던 발음이 더 굳어지니, 자신감부터 먼저 사라졌다.
예전에는 틀려도 일단 말해보자는 쪽이었다.
그래서 남편한테 늘 혼나곤 했었다.
“무슨 여자가 그렇게 얼굴에 철판을 깔았냐…”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입을 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머릿속에서는 문장이 맴도는데, 막상 소리로 내려고 하면 숨이 멎는 것 같다.
그렇게 망설임이 쌓이고, 침묵에 익숙해지면서 나의 영어는 아주 자연스럽게, 조금씩 멀어져 갔다.
그래도 작년부터인가, 챗지피티로 영어 공부를 시도해 보기도 했다.
이렇게 물어보고, 저렇게 연습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래가지 않았다.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다보니, “오늘은 그냥 넘어갈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혼자 하는 공부가 나에게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말해보카”는 처음부터 시간을 정해준다.
오늘 할 분량이 있고, 틀린 것은 바로 고쳐준다.
내가 실수한 것들을 모아서 복습할 단어를 알려주고, 어떻게 해서든지 그걸 해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공부를 “내가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관리해주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그게 참 묘했다.
단순한 앱일 뿐인데,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틀렸어요”
“이건 다시 복습해야 해요”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새해, ”말해보카“로 다시 시작한 영어 공부가, 새로이 나에게 특별해진 이유이다.
테스트 결과를 보고는 또 한 번 놀랐다.
10년 넘게 영어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치고는 생각보다 괜찮은 점수가 나왔다.
알면서도 틀린 문제가 있었고, 긴가민가하며 찍은 것도 있었고, 아직도 뇌 한구석에 살아남아 있는 쉬운 단어들도 있었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기억들이 조용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말해보카”의 가장 큰 장점은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완벽한 발음을 요구하지 않고, 틀린 것을 부끄럽게 만들지 않는다.
대신 “괜찮아요, 다시 해봐요~~“라고 말해주는 느낌에 가깝다.
발음 때문에 위축되어 있던 나에게, 이 방식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가격을 보고 조금 놀랬다.
일 년 치를 한꺼번에 구독해야 한 달에 만 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 되고, 한 달씩만 구독하려고 하면 거의 두 배 이상의 금액이 된다.
어떻게 한 달 단위 구독이 이렇게까지 비싸질 수 있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아마도 이 앱이 다른 영어 앱보다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억지로 끌어당기는 방식이 아니라, “여기까지 같이 가보자”고 손을 내미는 쪽에 가깝다.
언제나 그랬듯이, 공부를 결심하는 데에는 늘 거창한 이유보다, “이번에는 조금 덜 힘들 것 같다”는 예감이 더 크게 작용한다.
“말해보카”는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는 앱처럼 느껴진다.
완벽을 요구하지 않고, 포기를 탓하지도 않으면서, 그래도 계속 옆에 있어주겠다는 그런 친구같다.
그래서 결국, 또 도전해보기로 한다.
조금 비싸다고 느껴질지라도, 이번에는 비용보다 지속 가능성에 한 번 더 무게를 두어 보기로 한다.
영어 실력이 아니라, 영어를 다시 마주하는 태도를 바꾸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 시작을, “말해보카”앱과 함께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chatgpt로 영어 공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제는 더 이상 영어 앱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무엇이든 물으면 답해주는 존재가 생겼으니, 굳이 또 다른 앱이 필요할까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달랐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영어 앱을 찾고, 다시 다운로드하며, 기꺼이 구독까지 한다.
chatgpt에는 chatgpt만의 장점이 있고, “말해보카“같은 앱에는 또 그 앱만의 장점이 있다.
“말해보카”같은 앱은 자동으로 챙겨주니까 편한대신 비용이 들고, ChatGpt는 무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스스로 요청해야 하는 구조라서 조금 귀찮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설명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관리가 필요하며, 또 누군가는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말해줄 존재를 원한다.
사람또한 제각기 타고난 쓸모가 다르듯, AI도, 앱도, 각자의 역할이 있다.
무엇이 더 낫고 덜한 문제라기보다, 어떤 도구가 지금의 나에게 맞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둘을 나란히 놓아보기로 했다.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로…
그 선택이 나를 조금 더 오래, 조금 덜 지치게 해줄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이 새해를 “말해보카”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목표가 생기자 하루의 결이 달라졌다.
오늘은 어떤 단어를 만나게 될지, 어떤 발음을 다시 입에 올려보게 될지, 작고 소소한 기대가 밋밋했던 하루를 조금 더 또렷하게 만든다.
새해를 맞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시간 속에서, 나는 이렇게 하나의 방향을 찾았다.
거창한 목표도, 대단한 각오도 아니다.
그저 하루에 몇 분만이라도 영어를 다시 마주해보는 일, 그 정도의 약속이면 충분하다.
사실 요즘 많이 우울했었다.
가장 의지하고 있었던 막내 딸하고의 작은 불화로, 새해 첫 날부터 기운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생각은 자꾸 같은 자리만 맴돌고, 감정은 출구를 찾지 못해 더 무거워졌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동기 하나가 생기고 나니, 마음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문제는 그대로인데, 생각이 머무는 자리가 바뀐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공부는 늘 그런 존재였다.
무언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견디기 위해 선택했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데에는 공부만큼 확실한 처방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말해보카”로 시작하는 이 새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 나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배움에는 유통기한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새해의 시작은 언제나, 이렇게 작고 조용한 변화에서 찾아와준다는 것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