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제주도 이야기
바라나시책골목을 찾아가기 위해 좁디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오다 보면 어느새 이렇게 근사한 바다가 펼쳐진다.
책방 찾아가는 길이 아무리 비바람이 불어대도 마냥 즐거워지는 순간이다.
바라나시책골목 가는 길은 일방통행으로 돼있다.
운전하실 때 참고하시길~~
주차는 이렇게 해안 도로에다 세우면 된다.
생각보다 많이 주차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이 길이 일방통행이 되면서 주차공간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확실한 정보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아주 오래전에 지나갔던 기억에는 일방통행이라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이 바라나시책골목 앞에 트럭이 세워져 있어서 이 책방을 찾느라고 한참을 애먹었다.
옆으로 찾아다니다가 간신히 눈에 띈 책방의 입구가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참 황당했다.
이게 과연 책방인가~~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묘한 인상을 안겨주었던 대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쓰러져있는 벽돌에 오늘의 책이라고 쓰인 것을 보고는 이 또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에 빠져버렸다.
세대 차이일까?
늘 깨끗하게 정리 정돈이 돼있는 책방만 보다가 웬 날벼락인가 싶었다.
마음 같으면 쓰러진 벽돌을 똑바로 세워서 제 자리에 갖다 놓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것을 이해해야만 꼰대 소리를 안 들을 것 같아서 열심히 폼 잡고 작품 촬영하듯이 사진을 찍었다.
“바라나시책골목 ”
“바라나시” 도대체가 무슨 뜻인가 싶어서 업글할매답게 검색을 해봤다.
인도 갠지스강이 흐르는 힌두교의 성지란다.
인도에는 수도인 델리 외에도 대표적인 도시들이 많은데 주인장께서 특별히 바라나시를 선택한 이유는 바라나시에는 인도를 아우르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란다.
책방지기께서는 워낙에 인도를 좋아하는데 동시에 책도 읽으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단다. 그래서 마련한 곳이 지금의 바라나시책골목이란다.
이 벽돌은 그나마 제 자리에는 있었다. “샨티”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마음의 평화를 뜻한단다.
그러니까 아마도 이 바라나시책골목의 문을 열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는 뜻일까?
비로소 바깥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이곳이 책방은 책방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입구에서부터 심상치가 않다.
왠지 모를 철학적인 느낌이 감싸 안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괜히 겁을 먹게 만든다.
방 입구에 걸려있는 < 나마스테 > 간판이다.
요가가 한창 유행하면서 나마스테라는 말 또한 같이 유행했던 것 같다. 나마스테라는 말은 인사말이라고 한다. 좋은 아침 / 안녕하세요 / 감사합니다. 이런 모든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는 나마스테이지만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인도에는 3천 가지가 넘는 신이 존재하고 그 많은 신들은 각자의 몸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인도 사람들은 믿고 있단다.
나마스테라는 말은 단순한 안부를 넘어서 당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존중과 사랑을 담아 전하는 < 나마스테 >
참 따뜻한 말이다.
얌전하게 “나마스테”라고 합장을 하고 살며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마스테라고 인사를 하고 들어가니 안에는 완전히 딴 세상이 있었다. 밖에서의 그 이상하고 낯선 느낌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 대신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음악과 은은한 천연 아로마 향이 흐르는 인도 냄새 물씬 풍기는 분위기에 잠시 머뭇거렸다.
우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시켰다. 그리고는 아주 조심스럽고 예의 바르게 주인장한테 여쭤보았다.
혹시 인도분이시냐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인도풍이 물씬 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여주인께서 살짝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아니란다.
그저 젊었을 때부터 인도가 너무 좋아서 인도를 자주 다녔고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인도를 사랑하신단다.
그래서 이런 북카페를 만드셨단다.
나마스테라고 합장하면서 인사하다 보면 뭔가 색다른 것이 느껴지듯이 여주인장한테서도 인도 철학이 느껴지는 듯했다.
바라나시책골목을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인도 시바신의 모습이 보인다.
힌두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신이란다.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모든 것이 좌식으로 되어있다.
책도 높은 책장에 꽂혀있는 것이 아니라 방바닥에서부터 정리가 되어있어 아래쪽에 있는 책들을 자세히 보려면 그냥 체면 불고하고 털썩 주저앉아야 한다. 희한하게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묵언의 침묵이 오고 가는 곳이었다.
묵언과 침묵은 다른 것이지만 이럴 때는 같이 써도 될 것 같다.
뭔가 정신없어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나름 질서를 누리고 있다.
바라나시책골목의 엄청난 책 중에서 70~80%는 책방지기께서 직접 가져온 것이라고 어느 책에서 본 것 같다.
그래서 거의 중고책이 많다.
바라나시책골목의 앉는 자리도 그냥 만든 것이 아니란다.
명상 구조로 되어있다는데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명상이라는 것을 집에서 혼자 아주 짧은 시간밖에 안 해봤으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명상 공부도 또 해야 하려나 보다.
커피를 마시면서 3시간 동안은 마음 놓고 샘플 책을 읽을 수 있단다.
그래서인지 바닥에 놓여 있는 방석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책맹인류라는 부끄러운 이름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렇듯이 열심히 책을 읽고 계시는 분들을 마주하고 있으니까 얼마나 가슴이 뿌듯한지 모르겠다.
바라나시 책골목 책지기가 꼽은 인도 에세이 베스트를 모아놓은 곳이다.
평소에 인도책을 가까이 안 해서인가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바라나시책골목의 베스트셀러 코너이다.
최근뿐만 아니라 꾸준히 사랑받는 책들만 모아놓았단다.
이 좁은 공간에 어쩜 이리도 구석구석까지 책을 진열해 놓았는지 ~~
참으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이상하리만치 편안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방석에 앉아서 그냥 두 다리를 쭉 뻗어도 참으로 마음이 편하다.
이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들어오면서부터 “나는 누구인가…”를 보고 들어와서인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지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바라나시책골목의 인기 음료인 인도 핸드드립 커피가 나왔다.
역시나 북카페답게 헤르만 헤세의 아름다운 글귀가 그냥 쟁반 위에 달랑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주인장의 마음이 담겨있는 예쁘게 말린 잎사귀 위에 쿠크다스 쿠키랑 같이 나왔다.
아주 조심스럽게 조용히 건네주시는 책방지기님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그대에게 필요한 건 모두 거기에 있지.
해와 달과 별
그대가 찾던 빛은
그대 자신 속에 깃들어 있으니…
- 헤르만 헤세-
난 이런 사소한 이벤트가 참 좋다.
커피 한 잔의 소소한 행복에 즐거움까지 더해주는 고마움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바라보는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꽂혀있는 책들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바라나시책골목의 방명록이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사랑의 마음을 담아서 적어놓은 메모장인데 의외로 좋은 글들이 참 많았다. 전부들 작가인가 싶을 정도로 글을 참 잘 쓴다. 남의 정성 어린 글을 함부로 올리기도 조심스러워서 멀리서 사진만 찍었다.
바라바시책골목의 헤르만 헤세의 세계이다.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 헤르만 헤세 -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갑자기 생각이 난다.
바라나시책골목에 잠시 머물렀을 뿐인데도 헤세의 싯다르타를 반드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좌우지간 여러 가지로 묘한 곳이다.
그것도 기분 좋게 ~~
강렬한 원색의 빨간색이 바라나시책골목의 분위기랑 묘하게 어울린다.
커피를 마시면서 나 역시 샘플 책을 읽어봤다. 색다른 분위기였다. 늘 집에서만 책을 읽다가 이런 조금은 낯선 분위기에서 읽는 책 또한 기분이 남달랐다.
왜 사람들이 공부하러 카페에 가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우째 이런 일이 ~~
아직도 이런 곳에서 책을 훔치는 사람이 있나 보다.
훔쳐서 읽는 책에서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책지기 말씀대로 더 큰걸 잃는 행위라는 것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조용히 책상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며 책을 읽거나 필사를 할 수 있는 공간 같다.
바라나시책골목에서는 누구나 내 집의 구들장방에 앉아있는 듯한 그런 편안함을 안겨다 준다.
오늘같이 비 오고 바람 부는 날 따끈따끈한 온돌방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축복이 아닐까~~
보면 볼수록 색다른 특이함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마음 챙김의 기술이란다.
주로 명상에 관한 책이 많다.
의외로 이 작은 책방에 종류별로 많은 책들이 구비되어 있다는 것이 정말로 신기할 따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코너이다.
현실과 존재의 근원 사이를 여행하는 하루키가 돌아왔다!
책방지기님이 쓰신 문구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인 < 도시와 그 확실한 벽 >의 인기가 심상치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하루키가 돌아왔다는 문구에 잠시 머물러 보았다.
굉장히 오래된 기타가 놓여 있다.
아마도 지금은 사용을 안 하는 듯…
바라나시책골목에서 판매하고 있는 “옴 산티’연필이다.
”옴산티“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평화 (Piece)를 기원하는 말이란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깔이다.
옴산티 연필
빨강 : 근원, 뿌리, 존재
주황 : 원초적 생명, 느낌, 매력
노랑 : 힘, 현실적 추진력
초록 : 가슴, 사랑, 포용
파랑 : 소통, 표현, 목소리
남색 : 지혜, 지성
보라 : 모든 이해, 세계, 각성
바라나시책골목 여행안내도란다. 기발한 아이디어다.
어떻게 이 안에서 이런 여행안내도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책방 지기께서는 여행의 고수임에 틀림이 없다.
제주 바라나시책골목 지기님!
하늘을 보며 살면
한숨이 확 사라져
함박처럼 환히 트이고
함께 구름 빛이 돼
혼자 애쓰다 보면
훌쭉 말라버릴 듯해도
훌훌 털면서 가뜬하고
호젓이 바람 빛이 돼
하기 귀찮으면 내려놔
해보고 싶으면 같이하자
하하하 웃으며 손잡으면
해바라기랑 하늘빛 돼
호로롱삣종 멧새가 날아
후두두두두 빗방울이 춤춰
웬 호들갑이냐지만
이 하루는 늘 꽃빛인걸
2021. 10. 18
바라나시책골목
바라나시 책골목 카페에서는 짜이라는 인도식 밀크티와 인도식 요구르트인 라씨가 제법 유명하다고 한다. 나는 인도 핸드드립이 먹고 싶어서 커피를 주문했다.
비바람이 엄청 불어 대서 날씨가 추웠던 탓도 있겠지만 전문 커피점도 아닌 곳에서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잠깐 그대로 앉아 커피 향을 음미해 봤다.
참 좋은 향기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참다운 커피 맛이다.
가끔 들려서 이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도 닦는 것이 뭐 별거더냐~~
이곳이 바로 도 닦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