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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an 05. 2024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업글할매 책방 #21

평소에 너무나도 존경하던 김형석 교수님의 신간이 나왔다.

교수님은 《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이라는 이 책에서 103년 인생에서 깨달은 행복의 철학과 인생의 더 넓고 깊은 이야기들을 전해주신다.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책 표지의 교수님의 환한 모습에서

100세를 너무나도 잘 살아오신 것을 한눈에 느낄 수가 있다.  그냥 잘 살아오신 것만이 아니라 아주 행복하게 살아오신 얼굴을 마주하면서 우리도 과연 100세에 저런 모습으로 웃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띠지를 장식하는 문구 또한 김형석 교수님을 그대로 표현하듯이 “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고 쓰여있다. 보통 “나는 행복했습니다”로 끝났을 것이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는 문구가 2024 새해를 여는 나의 첫 독서에 엄청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너무도 따뜻하고 감사한 말씀이다.


나만 행복하지 말고 다 같이 행복하자는 무언의 메시지를 읽는 것 같다.


차례
1부 : 행복이 머무는 자리
2부 : 스스로 성장하는 힘
3부 : 인생을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
4부 : 삶의 완성으로 가는 길


김형석 교수님이 중학생이었던 시절에 호주의 한 목사님께서 우연히 교수님이 계시는 중학교에 들리셨다가 학생들한테 수수께끼라고 하면서 맞히는 사람한테는 상을 주시겠다면서 이런 질문을 남기셨단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른 학생들은 중학생답게 코끼리, 태양, 빛 같은 것을 답으로 내놓았는데 김형석 교수님은 역시나 중학교 시절부터 남다르셨던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정의입니다“라고 답하셨단다. 아쉽게도 교수님은 2등에 머무셨고 1등을 한 학생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사랑입니다“라고 답한 학생이었다.


아마도 지금으로부터 90년도 훨씬 전에 그 어린 학생이 어쩜 이리도 기가 막힌 대답을 할 수 있었는지 참 대단하다. 그 당시 상황으로는 나 역시도 당연히 교수님처럼 ”정의“가 우선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것은 역시 세대를 초월하는 엄청난 힘이 있나 보다.


김형석 교수님의 ”정의“에 대한 생각은 오랫동안 변함이 없다가 나이를 드시면서 한 차원 더 높은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셨단다.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라는 것은 사랑과 더불어 태어나 자란다는 것과 사랑이 없는 곳에는 행복이 머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가 아니라 “사랑”으로 바뀌신 것 같다.


김형석 교수님의 100세를 앞두고 한 대학에서 상을 받으시면서 평생 유머를 달고 사시던 교수님답게 또 한 말씀을 하셨다. “나는 상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다른 훌륭한 분들보다 한 것이 없다. 그러나 “오래 사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상이 있다면 자격이 있으니까 받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셔서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또 멋진 웃음을 선사해 주셨단다.


오래 사느라고 고생은 했지만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고 말씀하신다.


비록 방송에서만 만나봤어도 꽤 오랜 세월을 교수님과 함께 했었다. 어쩜 그리도 변함이 없으신지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 역시 행복함을 느낀다.



사람이면 누구나 행복을 구한단다. 그래서 행복이 목적인 것으로 착각을 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을 한다는 말씀에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나 역시 당장의 행복은 외면한 채 언제 올지도 모를 미래의 행복만을 위해서 미련하리만치 일만 하고 살았던 적이 있다.


행복이 미래에만 있다면 인간은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다는 교수님 말씀이 어느 정도 살아보니 백번 만 번 공감하고 또 공감한다. 행복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현재뿐이며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이 바로 행복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또 인간인지라 참 마음대로 안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김형석 교수님이 옛날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면서 하시는 말씀에 또 마음 한구석이 시려온다. 때로는 가난했어도 행복했던 시절이 그리워지신단다. 비록 가난했어도 돈의 노예가 되지는 않았던 생활이 너무도 그리우시단다.


물질적으로는 아쉬움이 있었어도 정신적 풍요로움을 만끽하면서 살던 시절이었다는 말씀에 나 역시 그때가 너무도 그리워진다. 어쩌다 맛있는 것 하나만 생겨도 이 사람 저 사람 온 동네 다 나눠먹던 시절이 있었다. 어울려 사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거의 전부가 거기서 거기였었다. 집안의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은 너 나 할 것 없이 다 거들고 살았다. 참 멋진 인생이 거기에 있었던 것을 그때는 역시나 모르고 살았었다. 이제 와서 돌아다보니 정신적으로 참 풍요로웠던 때였다.


오랜 이민생활을 접고 돌아온 나의 나라는 변해도 너무 변해 있었다. 이웃하고는 얼굴도 모르고 살고 어쩌다 마주쳐도 무서워서 인사도 못할 정도로 삭막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 사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옛날처럼 옆집의 숟가락이 몇 개 있다는 것까지도 알고 살았을 때는 그저 남의 집 부엌을 내 집처럼 다녔던 기억도 난다. 아마 지금 그때처럼 산다면 허구한 날 경찰서에 불려 다닐 판이다.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은 확실한데 그토록 우리가 그리워하던 그 옛날의 정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철저하게 개인주의로 바뀌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인가 보다.


참 쓸쓸하다.


성실한 노력은 언제나 약간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단다.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은 아마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한두 번씩은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노력을 했는데도 안된다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노력이 충분하지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 오른손을 크게 다치면서 엄지손가락이랑 새끼손가락만 빼고 가장 많이 쓰는 가운데에 있는 세 손가락을 거의 못 쓰게 됐었다. 맨 가운뎃손가락의 상태가 너무 심해서 아무리 재활 치료를 오래 해도 아마도 원 상태로 돌아오기가 힘들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핸드폰을 아무리 두들겨도 반응이 없어서 전화기를 쓸 수조차 없었다. 안되겠다 싶어서 아이패드에 있는 키보드를 아무리 반응이 없어도 두들기기 시작했다. 두들기고 또 두들기고 그러기를 한 달 이상 했던 것 같다.  병원에서도 포기한 재활을 내 특기인 죽기 살기로 정신으로 키보드를 미친 듯이 두들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손가락 끝에 약간의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핸드폰을 두들겨봤더니 처음에는 여전히 안되다가 세게 힘을 주니까 핸드폰도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김형석 교수님 말씀처럼 성실한 노력의 결과로 나한테도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아직도 손글씨는 못 쓰고 있고 가끔 찾아오는 통증에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손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너무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


웃지 않아도 하루가 가고 웃어도 하루가 간다.

그럼 웃는 게 낫다.

김형석 교수님의 명언이시다. 너무도 가슴에 와닿아서 따로 적어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번씩 읽어본다. 103세라는 연세에 어쩜 저리도 환하고 행복하게 웃으실 수가 있을까 늘 궁금했는데 그 비결이 바로 이 문장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차피 하루를 보낼 바에는 김형석 교수님 말씀처럼 웃으면서 보내자.


김형석 교수님의 책은
언제나 따뜻함과 희망을 주신다.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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