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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an 10. 2024

노인이 될 수록 외모를 가꾸란다!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드디어 59kg 아래로 내려갔다.

그전 같으면 59kg가 됐다고 난리도 아니었을 텐데 내 생애 처음으로 60.5kg이라는 기가 막힌 숫자를 기록하고 나니까 지금 이 58.9kg라는 숫자가 너무도 고마울 수가 없다.


사실은 아주 열심히 하지도 않았는데 4일 만에 그래도 1.5kg나 빠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먹는 것만 조금 덜먹었을 뿐이다. 맥주를 안 마시기로 하고는 그 대신 와인은 또 한 잔씩 했다. 한 잔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반 잔도 채 안 된다.


무슨 술 고래도 아니면서 왜 갑자기 이렇게 술을 마시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뭔가 허전한 것일까…식사하면서 와인 한 잔은 보약이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마실 핑계를 댄다.


그래도 살이 빠진 이유를 생각해 보니 일단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자주 마시던 맥주를 안 마시고 있고 한동안 아주 멈추고 있었던 걷기 또한 조금씩 하고 있고 스트레칭도 다시 시작하고 그리고는 가장 중요한 라면을 안 먹었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이 평소에 배달 음식은 전혀 안 먹고 삼식이 아저씨 덕분에 하루 세끼  집 밥을 먹은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인 것 같다. 그 외에는 별로 한 것이 없는데도 빠진 것을 보면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내 원래 체중인 54kg까지 가는 길이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포기는 하지 말자.



어제 사우나를 갔다가 내 배를 들여다보니 참 가관이더라. 어쩌자고 이 모양을 만들어 놨는지 참 한심하다. 머릿속에 지식을 차곡차곡 저장하는데 바빠서 내 배에 지방이 쌓여가는 것을 미처 몰랐다.


2024년의 새로운 목표가 이왕 나이 들어가는 것이라면 “우아하게 늙자!”라고 다짐했건만 이런 똥배를 갖고 있는 한 결코 우아하게 늙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다행히 추운 겨울이라서 어느 정도 두꺼운 옷으로 배를 가릴 수는 있으니까 봄이 올 때까지는 다이어트에 필요한 시간을 어느 정도 벌 수가 있다.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요즘 새로이 뜨는 것이 있다. 나이 들수록 내면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면보다는 외모에 더 신경을 쓰라고 한다. 그전에는 노인들한테 외모에 신경 쓰라는 말은 별로 안 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100세 시대를 맞이하다 보니 이제는 노인들도 깨끗하게 외모 또한 가꾸면서 살아야 한단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나이 들어보니까 내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남아있더라. 고생한 흔적이 그대로 나타나는 나의 모습이 너무도 싫어서 아예 거울을 안 보고 살았다. 내 이런 모습을 나도 싫었지만 남한테 보이기도 싫다 보니 저절로 고개를 떨구고 다니는 그런 초라한 50대를 보냈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나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하고 이야기할 때는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남들한테는 내 힘든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지지는 않았다. 원래 타고난 천성이 잘 웃다 보니까 우리 때는 여자애가 너무 웃음이 헤프다고 어른들한테 늘 혼나면서 자랐다. 이런 좋은 천성은 백만금을 주고도 못 사는 것인데 다행히 타고난 덕분에 그 힘든 세월을 보내면서도 그래도 웃음만은 남아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외모를 가꾸라고 하지만 외모의 아름다움은 화장이나 성형에 좌우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사람의 드러나는 얼굴의 모습은 그 사람의 마음의 상태가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보니까 더더욱 실감이 가는 말이다.


어디를 가나 내 얼굴은 항상 나를 그대로 비치고 있다. 이제는 남한테 보여지는 내 모습에 내가 책임을 지는 나이가 된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노인이 될수록 더더욱 외모를 가꾸라고 하니까 노인이라고 마냥 마음 놓고 지내서도 안 되나 보다.


노인이 되면 좀 편해지려라 했더니 이제는 노인이라고 편해졌다가는 그대로 치매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단다. 평생 죽어라고 일하면서 오로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늙어서 편히 지내는 것이었는데 편하면 편할수록 모든 병이 친구 하자고 덤벼든단다.


어차피 죽으면 흙으로 돌아갈 인생이라니까 살아생전에는 그냥 부지런히 움직이다가 죽은 다음에 얼마든지 편해지도록 마음을 고쳐먹어야겠다.


이래저래 편할 시간도 없다. 삼식이 아저씨 하루 세끼 밥 준비해야 하고, 간식 만들어 줘야 하고 그리고는 틈새를 이용해서 책도 읽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게다가 디지털 공부도 해야 한다. 그동안은 공부하느라고 내 외모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이제는 외모 또한 신경 써야 한다니까 그야말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생겼다.


건강한 노후의 필수 수면 시간이 하루 8시간이라는데 난 평생 하루 6시간 이상을 자 본 적이 없다. 평균 하루 4시간에서 5시간이 고작이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래도 건강을 유지하려면 최소 6시간은 자야 할 것 같다. 그 외의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을 해야 할 텐데 이것도 공부를 해야 하려나…




아름답게 늙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강이 우선인 것 같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몸이 아프면 제아무리 노력을 한다 해도 밝고 좋은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더라. 무조건 운동하면서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 한다.


그리고 나이 들어가면서 너무 쩨쩨하게 살지 말자. 노인이 될수록 지갑은 열고 입에는 지퍼를 달으라고 했다. 원래 밥 사주는 것이 취미인 나는 어디 가서 지갑은 잘 연다. 하지만 아직까지 입에는 완전히 지퍼를 달지 못했다. 아직은 절반은 오픈형이다.


집들이에다 삼식이 아저씨를 모시고 살다 보니 사람 만나는 일이 아주 드물다. 그나마 제주도에 이사 와서 공부하는 모임을 갖고  어쩌다 사람 한 번 만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러니 어찌 완전히 입에 지퍼를 달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내 이야기만 하지 않고 남의 소중한 이야기 또한 열심히 들으려고 한다. 정말 감사하게도 아직은 사람들이 할매인 나의 말을 아주 재미있게 들어준다. 그냥 살아온 이야기가 재미있나 보다. 나 역시 젊은 사람들의 새로운 인생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어디를 가나 늘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젊은 사람들이 나 같은 할매랑 놀아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서 자주 지갑을 열려고 한다. 이러자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것이다.


아름답게 늙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한다. 다행히 칠십이라는 나이에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았다. 먹고 사느라고 바빠서라는 핑계로 소홀히 했던 책 읽기랑 평생 한으로 남아있었던 공부라는 것을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땄다. 정말 가문의 영광이 따로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남이 보기에 아름답게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느끼기에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처럼 내가 나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제는 거울을 아주 편안하게 보고 있다. 거울 속에 비치는 내 흰머리도 아름답고 온통 주름투성이인 얼굴도 그럭저럭 괜찮다. 무엇보다도 그전에는 못 느꼈던 펀안함이 보여서 좋다.


잘 늙어가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공부하는 내 모습이 내가 보기에도 아름답다. 스스로 느끼기에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을 잘 지켜나가기 위해서 오늘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을 만나보니까 만나서 기분 좋은 사람이 있으면 또 반대로 만남 자체로 기분 나쁜 사람도 있더라. 최소한 누군가에게 그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나쁘더라는 그런 소리만은 피하고 싶다.


늘 깨끗하게 하고 미소 띤 얼굴을 유지하자.

그리고 꼰대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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