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업글할매 Jan 07. 2024

여보! 밥 줘!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업글할매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나서 가장 큰 벽에 부딪히는 것이 ​바로 우리 집 삼식이 아저씨의 "여보! 밥 줘..."라는 소리이다.

이것저것 공부를 하려면 몰입을 해야만 하는데 ​한창 재미 붙여서 공부 좀 하려고 하면 ​영락없이 신랑이 불러대는 통에 도저히 마음 놓고 공부를 할 수가 없다.

모처럼 글이 좀 써지는 것 같아서 있는 대로 공을 들이고 있다 보면 여지없이 어디선가 으스스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여보! 밥 줘!


TV를 보다 보면 가끔 늦은 공부를 시작한 와이프를 위해서 정말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정말로 착한 남편들이 의외로 많더라. ​우리 집 삼식이 아저씨한테는 영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다.

나이 칠십에 공부 한번 원 없이  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조금 모자란 마누라의 그 작은 바램 하나 들어주면 어디가 덧나시는지 참 얄밉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밥만 빼고는 신통방통하게도 마누라 공부하는 데 필요한 것은 아끼지를 않는다. ​아이패드가 새로 나왔다 하면 얼른 사라고 한다. ​그 대신 입맛이 없는 것 같으니까 나가서 짜장면 한 그릇 사 먹자고 하면 ​영락없이 짜증을 부리는 통에 외식은 아예 포기를 하고 산다.

이런 사람이 정말 희한하게도 그 비싼 애플 제품은 두 말을 안 한다.

말 안 통하고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서 죽어라고 지문이 닳도록 일만 하고 살아온 마누라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고국에 돌아와서 평생 한이었던 공부를 하겠다고 하니까 속으로는 많이 안쓰러웠나 보다.

겉으로는 자기랑 트로트도 안 보고 혼자 공부만 한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속으로는 내가 대견한가 보다.



그래도 정말이지 해도 너무한다. 어떻게 일 년 365일 허구한 날 집에서만 먹겠다고 고집을 부려대는지 정말 당할 재간이 없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요리도 잘하고, 빨래도 잘하고, 애도 잘 보고 그야말로 완벽한 신세대 남편 모습을 보이면서 산다.  ​이렇게 남자 혼자서도 못하는 것이 없어서  와이프가 친구 만나러 나가도 혼자서 잘만 먹고 잘 놀고 있는다.

오죽하면 “어디 여자가 감히 부엌에 들어오려고 해! “라는 노래까지 생겼을까…

우리 집 양반은 어쩌자고 이리도 꼰대처럼 고집을 부리는지 속상하다. ​어쩌다가 급한 볼 일이 있어서 나가야 할 때는 ​되도록이면 점심 전에는 꼭 들어오려고 하는데도 ​혹시라도 늦을까 봐 점심 다 차려놓고 ​만약 내가 늦으면 다 차려놨으니까 그냥 먹기만 하면 된다는 설명에 ​영락없이 볼멘 목소리로 한 마디 한다.


“나 그냥 굶어 죽을 거야…”

으그… 증말…

어쩜 이리도 남의 편인 남편이라는 사람은 언제까지 어린아이로 있으려는지…

그래도 평생 딴짓 안 하고 미련하리만치 일만 하고 살아온 착실한 사람이니까  ​“여보! 밥 줘…”소리가 아무리 지겨워도 봐줘야지 어쩌겠는가…

누구 거기 없소?

삼식이 말고 두식이 …




매거진의 이전글 노인이 될 수록 외모를 가꾸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