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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an 29. 2024

팔십대 맥가이버의 연장 사랑

오늘 우리 집 양반하고 제주도에서 제일 크다는 공구점을 다녀왔다. 유튜브에서 나온 공구점 방송을 보자마자 아침부터 가보자는 성화에 못 이겨서 한 시간이나 걸리는 곳을 다녀왔다.


외출이라는 것을 거의 안 하는 사람이 유독 신나서 구경 다니는 곳이 바로 연장 파는 공구점 나들이다. 확실히 지금까지 다녀본 곳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곳이었지만 워낙 미국의 “홈디포”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구점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이라서 역시 실망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우리 집 양반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홈디포”같은 곳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워낙에 땅 자체가 크다 보니 이런 가게들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주차장은 무슨 공원처럼 넓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안에 들어가면 워낙 넓다 보니 자주 신랑을 잃어버려서 찾아다니느라고 정신없을 정도였다.


한국의 공구점하고는 달라서 일단 “홈디포”라는 곳에 가면 집을 가꾸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한 곳에 다 준비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사람을 불러서 일을 시킨 다는 것이 너무 비싸다 보니 거의 모든 일을 남자는 물론이고 웬만한 여자들도 거의 다 연장 다루는 것도 수준급들이다.


집 꾸미는 데 필요한 페인트칠이라던가 집 수리 같은 것도 거의 자기 손으로 고친다. 그 대신 쉽게 집 수리를 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모든 장비들을 이런 “홈디포”라는 곳에 가면 손쉽고 싸게 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웬만한 가구부터 시작해서 모든 가전제품도 종류별로 다 구비하고 있고 멋진 주방용품이랑 화려한 온갖 조명, 그리고 남자들의 로망인 온갖 연장들이 종류를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다.


그러고는 야외에는 정원 꾸미는데 필요한 각종 물건들이 진열돼있다. 꽃이나 나무는 기본이고  모래,  흙, 그리고 자갈같이 예쁜 돌도 종류별로 갖추어져 있다. 잔디 깎는 기계도 종류가 어마어마해서 골라사는 재미 또한 있었다.


우리 집 양반한테는 낯선 이국땅에서의 말 못 하는 이민자의 설움을 달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이 “홈디포”라는 곳이었다. 이 사람만의 “케렌시아”였던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이곳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연장 사고 예쁜 나무  한 그루씩 사갖고는 오로지 집 가꾸기에 전념하는 것이 그 힘든 오랜 이민 생활을 견디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규모의 전문점이라는 것보다 더 대단하고 중요한 것은 미국에서는 내가 급하게 못이 2~3개 정도만 필요하면 2~3개만 살 수가 있다.  각목이든 합판이든 내가 원하는 크기만큼만 계산해서 가져올 수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못이 필요하면 무조건 봉지에 담아있는 것 전체를 사야 하고 각목이나 합판은 내가 원하는 만큼만 잘라주면서 딱 그만큼만 돈을 낸다는 것은 상상조차도 못한다.


이런 서비스 차원이 아직도 한국에서는 많은 차이가 난다. 우리 집 양반이 많이 답답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래도 요새는 한국에도 전원주택이 많이 생기고 DIY라는 것에도 관심들이 많아서 예전보다는 이런 연장을 파는 공구점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



다른 곳에는 일절 돈을 안 쓴다고 큰 소리 빵빵 치는 우리 집 양반이지만 정작 유별난 취미 덕에 오히려 가끔씩 큰돈이 나간다. 집 가꾸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다 보니 자연히 공구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욕심이 많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가정 집 치고는 웬만한 연장은 다 갖추고 있다. 없는 것이 없다. 심지어는 전기 톱까지 있다. 우리 집에 놀러오는 남자들이 다들 부러워하는 것중의 하나이다. 이런 것도 있냐고 하면서 신기해 하기도 하고 또  이런 것은 어디에 쓰냐고 물어볼 때마다 우리 집 양반의 자존감이 팍팍 올라가는 것 같아 침 보기가 좋다.


유튜브에도 하루 종일 연장에 대한 방송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가뜩이나 공구에 관심 많은 사람이 이런 방송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상품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면서 사 달라고 졸라대는 통에 새로운 스트레스가 하나 더 늘었다. 괜히 유튜브 보는 법을 가르쳐줬나보다. 하기사 요즘에는 티비에서도 공구 선전들을 하더라.


이번에도 유튜브를 보다가 갑자기 불러서 달려갔더니 기어코 새로나온 연장을 사달란다. 없는 것을 사달라고 하면 아무소리 안하고 사 주겠는데 전부 집에 있는 것들을 새로 산다니까 할 말이 없다.

새로 사야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이다. 새롭게 나온 것은 세트로 구성이 돼있고 무엇보다도 드릴이 두개나 박스안에 들어갈 수가 있어서 너무 편하다는 것이 이유이다. 기가막히고 코가 막혀서 말이 안나온다. 우리 집 양반을 이길 재간이 없는 나는 눈물을 머금고 또 사줬다.


그냥 무조건 새로운 것이 있으면 갖고 싶은 가보다. 오래 쓰던 것들은 자연히 지인들한테 공짜로 넘어간다. 우리 사전에는 돈 받고 판다는 것이 없다보니 우리 곁에 가까이만 있어도 이것 저것 횡재할 일이 많다. 그래도 부르기 전에는 안 찾아온다.


아무리 고약한 남편이라도 갖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 웬만하면 다 사준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 역시도 최선을 다해서 해 줄텐데 죽어도 집 밖에는 안 나가려고 하다보니 달리 취미가 없다. 오직 집 가꾸면서 연장 사다 나르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는 불쌍한 사람이다.


이미 팔십을 넘긴 사람이고 평생을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면서 일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취미 하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일에서 손을 떼고 난 지금에도 놀 줄을 모른다. 놀아본 사람이 놀 줄을 아는 것이다. 여행도 다녀본 사람이 여행의 참 맛을 알듯이 생전 놀아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즐거움을 모를 것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참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정말 까무러질정도로 답답해서 미치겠는데 정작 본인은 집에만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하니 할 수 없이 나 또한 전혀 원하지 않았던 집순이가 되어가고 있다. 어쩌겠는가… , 남편 성질 바꾸려고 하다가 내가 먼저 가게 생겨서 그냥 포기하고 산다.





못쓰는 나무들을 모았다가 잘게 잘라서 겨울 땔감으로 쓴다. 화로에 고구마도 구워 먹고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손 재주도 좋은데다가 알뜰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쓰다 남은 나무들을 모아다가 재활용품 담는 쓰레기통을 만들었다.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집 안에 병이나 캔, 비닐등을 모아놓다보니 냄새가 조그씩은 난다. 이렇게 마당 한 구석에 별도로 쓰레기통을 만들어서 놓으니까 너무 좋았다. 어차피 버릴 나무들을 이렇게 활용을 하니 돈도 안 들고 버려지는 쓰레기도 없도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전에 살던 집의 뒷마당의 데크를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던 모습이다. 합판을 사다가 하나하나 재단을 다해서 붙이는 작업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마당이 온통 모래밭이었던 것을 벽돌을 사다가 하나하나 깔고 나니 아주 근사한 마당이 되었다.



작은 데크에 펜스를 만든다고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먼저 재단을 한 후에 톱으로 잘라서 일일이 못으로 박고 그리고 페인트칠까지 다하는 데도 불과 4시간 정도 밖에 안 걸렸다. 팔십 대 노인네의 솜씨이다. 연장 사준 보람이 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집을 가꿔온 실력이 있어서 공구 다루는 데는 웬만한 전문가도 따라오지를 못한다. 그야말로 능수능란하고 완벽주의자답게 꼼꼼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피곤할 정도로 완벽하다.


그러다 보니 연장에 대한 욕심도 남달라서 웬만한 연장은 개인치고는  없는 것이 없는데도 그래도 또 욕심을 부리는 것이 어떨 때는 이해가 안 가지만 그래도 노후에 이런 취미라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비결 같아서 속상해도 그냥 넘어간다.


미국에서 떠날 때 이삿짐으로 웬만한 연장들은 다 갖고 왔는데 막상 한국으로 돌아오니 볼트 수라는 것이 안 맞아서 따로 도란스라는 것을 구입해서 사용을 하는 데 영 불편했는지 그 비싼 연장들을 아는 사람들한테 다 줘버리고 한국에서 도란스 없이 쓸 수 있는 새로운 연장들로 다 바꿨다.


다시 시작한 한국에서의 적응이 처음에는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서 많이 힘들어 한 적도 있었는데 이때도 역시 새 집 짓고 정원 꾸미면서 또다시 일어났다. 이 사람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바로 좋은 연장 구매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것 또한 지금 안 하면 언제 또 하겠는가 싶은 마음에 그저 갖고 싶다고 하면 웬만하면 사주려고하는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은 것이 문제다. 조금 비싼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으면 늘 한다는 소리가 더 가관이다. 내가 술을 마시기를 하냐, 담배를 피우냐, 그렇다고 돌아다니기를 하냐면서 자기는 돈 쓰는 게 없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고 큰 소리를 친다.


차라리 술 담배를 하고 돌아다니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고 하고 싶은데 꾹 참는다. 그러다가 정말로 술 담배를 하게되면 더 골치 아플 것 같다.



노인네가 차에 대한 욕심도 많다. 그래도 다행히 외제차 같은 비싼 차는 관심없고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오로지 집에서 쓰는 트럭에만 관심이 있다. 한국에서는 이 트럭에 대한 인식이 잘 알려지지를 않아서 우리가 트럭을 산다고 하니까 주위에서는 배추 나르는 트럭으로만 생각을 한다. 그런 트럭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나서도 도저히 이해를 못한다. 왜 굳이 트럭을 사냐고 계속 뭐라한다.


미국에서는 거의다 전원 주택생활을 하다보니까 집에 트럭 한 대는 반드시 있다. 나무도 실어 날라야 하고 벽돌도 나르고 집 가꾸는 데 필요한 것들을 운반하려면 꼭 트럭이 있어야만 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변함없이 시골 전원 생활을 하다보니 트럭없이는 아무 것도 못한다.


그냥 일반 화물차 같은 것을 구매하면 별로 비싸지도 않아서 큰 부담이 없을텐데 무슨 팔십 대 노인네가 폼만 살아가지고는 죽어도 맘에 드는 차 외에는 눈길조차도 안준다. 눈만 높아가지고 트럭치고는 너무도 근사한 차에서 청바지를 입은 팔십대 노인네가 내리면 사람들이 쳐다본다.


하루하루 나이 먹어가는 것이 신경 쓰이는 나이이다. 언젠가는 이것 또한 기운 없어서 못 할 날이 올까 봐 두렵다. 그냥 눈 딱감고 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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