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강의에서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리더는 '성공(success)한 리더와 존경(respect)받는 리더 중 어느 것이 맞느냐?'이다. 이분법적 논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편을 가르려는 것은 사회적 익숙함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성공한 리더와 존경받는 리더의 공통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자.
리더라는 단어에는 어딘가 모르게 세련됨이 물씬 풍길 뿐 아니라 믿음직스러움이 느껴진다. 리더는 공동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한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갖고 있다. 리더십(leadership)의 사전적 정의는 '배가 목적지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도록 조정하는 사람'이다. 리더십은 태고부터 있어 왔다. 동물벽화에서도 리더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공동체 먹이 사냥을 위해 동그랗게 둘러앉은 모습에서 리더가 누구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다만, 리더십으로 명명하고 이론적 고찰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 이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리더십은 다양하다. 시대에 따라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리더십은 바뀐다. 개발도상국이었던 1960년대에는 카리스마(charisma) 리더십이, 선진국 진입을 앞둔 21세기는 오센틱(authentic) 리더십이 대세이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의 그늘이 넓게 드리워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리더십이 정말 중요해졌다. 신입직원의 온보딩(on boarding)에서부터 산적한 현안의 문제해결까지 손 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늘 강조하지만 리더는 아무나 해서도 안되지만, 특히 연륜이 되었다고 리더로 임명해서는 더욱 안된다. 리더는 단기적으로 목표 달성 등 성공 여부로 판단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존경심으로 표현할 수 있다.
성공한(success) 리더!!!
성공한 리더로 평가받고 싶은 욕구는 리더라면 누구라도 꿈꾸는 희망사항이자 선망의 대상이다. 성공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성공은 ‘목적하는 것을 이룬다’이다. 흔히 목표에 도달하면 ‘오! 성공했네!’라고 부러움과 함께 칭찬의 리액션을 보낸다. 취업준비생이 가고 싶은 기업에 당당히 합격하면 취업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낸다. 건강함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체중 감량을 실천한 경우에도 성공 반열에 오른다.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의사, 변호사 등 오피니언 리더들도 성공한 사람으로 분류한다. 조직에서는 임원으로 승진하거나, 주어진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공한 리더로 명성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성공은 미시적 목표에서부터 국가 차원의 거시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다만 공동체에서의 성공은 자기다움의 ‘Only One’이 아니라 상대성 원리에 따라 우열을 가려야 하는 ‘Best One’의 게임 룰이 적용될 확률이 높다. 한 쪽의 기쁨은 다른 한 쪽의 눈물일 수 있다. 정정당당한 성공은 축하받아 마땅하다. 조직 내에서 성공 기법을 공유하고 확장하는 것은 미래지향적 방법으로 추천할 만한 일이다. 성공과 존경은 일심동체가 아니라 별개이다. 성공했다고 존경받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리더가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가슴 저 깊은 곳에 '지킬 & 하이드'처럼 선한 자신과 악한 자신이 또아리 틀고 있음을 인정할 때 성공과 존경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올바른 과정을 걸쳐 상부상조하면서 종착지에 도달한 리더는 성공과 함께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우리가 원하는 성공한 리더의 모습이기도 하다.
존경(respect)받는 리더!!!
존경받는 리더는 누구일까? 어떻게 하면 존경받을까? 존경은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누가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것으로, 진한 곰탕 국물처럼 우려내고 또 우려야 맛볼 수 있는 것이 존경이다. 상대방의 인격이나 가치관, 행동 따위를 받들고 공경하는 것이 일순간에 만들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오랜 기간 감동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야 존경심이 발현된다. 가랑비에 옷 젖듯 말이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했듯이, 존경받는 리더는 인기 영합이 아니라, 상대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파트너로 인정하는 마음과 행동에서 비롯된다. 그러하기에 단순히 성공한 리더의 명성은 짧게 반짝이다가 사라질 수 있지만, 존경받는 리더의 명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구전에서 구전으로 옮겨지면서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 방방곡곡에 스며들며 회자된다. 세월이 흘러도 전설처럼 전해지기도 한다. 역사에 다뤄지고 있는 인물들은 성공도 하고 존경도 받는 분들이다. 리더의 덕목으로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떤 것이 으뜸이 되어야 하는지 유추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공통점은?
성공한 리더와 존경받는 리더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의사소통능력'이다. 일방적 지시는 없다. 쌍방향 소통에 힘을 쏟는다. 목표가 어떻게 부여되었는지 정량적 기준과 경영전략 등 정무적 판단까지 소상하게 정보를 공유한다. 리더의 특권 중 하나인 독과점 정보로 팀원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둘째, '전문성과 시의적절한 피드백'이다. 현장(workplace)의 역할 중 하나는 ‘배움터’이다. 일하면서 모르는 것은 이타적 도움이나 깨달음으로 배운다. 배움이 없다면 열심히 일할 MZ세대는 없다. 조직의 발전의 나의 발전이라는 구태의연한 문장으로 양몰이하듯 직원을 다그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일이 자신의 역량 육성의 원동력이 된다는 믿음이 있을 때 전력질주한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안다는 것은 그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이다. 성장은 스스로 깨달음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리더의 전문적이면서 시의적절한 피드백도 한 몫 거든다. 일방적 훈계는 ‘직장내 괴롭힘’이나 ‘조용한 사직’을 부르는 재앙으로 되돌아온다. 팀원의 역량 육성에 맞춘 피드백을 잘하는 리더가 성공한 리더이고 존경받는 리더이다.
셋째, '적절한 하부위임'이다. 무조건적으로 리더를 따라야 한다는 지시나 명령은 위화감을 조성한다. 수동적 업무태도를 야기하면서 성공의 걸림돌이 된다. 각자 역량에 맞춘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때 자발적이며 몰입할 수 있다. 적절한 권한위임은 각자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팀원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 달성을 위한 동반자'로 인정한다. 조직의 도구로 인정받는다면 어느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조직의 발전과 개인의 발전을 동일시하면서 목적 달성을 위한 동반자로 인정받을 때 목표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린다.
다른 점은?
성공은 ‘결과(result)’를 중시한다. 존경은 ‘과정(process)’을 소중히 다룬다. ‘결과’와 ‘과정’의 두 단어가 어떻게 다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성공은 과정(process)보다 결과를 평가하여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것도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문화 탓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해서라도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뜻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글귀와도 일맥상통한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과정이 생략된 채 결과를 추종하는 경우에는 사회적 도덕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당한 방법이 아닌 편법이 동원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나를 따르라!’는 과거형의 리더십 또는 리더가 계급인 줄 알고 폭언을 일삼으면서 목표를 달성하면 뭐가 좋을까! 뒷맛이 개운치 않은데 말이다. 과정이 생략된 채 결과만을 쫓아 성공한 사람 또는 리더들의 몰락을 어렵지 않게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해 왔다. 성공은 했지만 다면평가에서 좋은 결과로 연계되지 않는 사례를 같은 공간에 있는 리더로부터 발견한 적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정(process)’을 중시하는 존경은 뭐가 다를까? 나이나 직위를 계급으로 활용하지 않는 리더, 남의 의견에 귀 기울여 주고 맞장구를 쳐 주는 리더, 부족한 팀원의 역량을 채워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리더, 동네 형님과 같은 푸근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리더,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 주는 살뜰한 리더, 모르는 것을 인정할 줄 아는 리더, 잘못되었을 때 책임감 있게 앞장서는 리더,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심으로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리더가 존경받는다. 존경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일순간에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장작불에 푸욱 고와진 곰탕처럼 그 동안 말과 행동이 켜켜이 쌓여 존경심으로 발현된다.
성공은 단기적 평가의 결과물이라면, 존경은 김장김치가 숙성되듯 장시간 동안 묵묵히 지켜본 다중의 의견이 집합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성공한 리더는 주로 금전적으로 보상받는다면, 존경받는 리더는 신분적으로 보상받는 것도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다. 금전보상은 순간적 임팩트는 강하지만 여운이 오래 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반면, 신분보상은 오랜 기간 구성원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롤모델이 되기도 한다. 성공한 리더가 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존경받는 리더가 되는 길은 더 어렵고 힘들다. 성공과 존경을 한꺼번에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화두를 던지면서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