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제론토크라시와 제론데모크라시

-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할까 -

by 개미와 베짱이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는 강한 부정을 담고 있다.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경제적 역할이 다소 무뎌졌지만 사회적 역할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현상을 뜻하는 합성어이다. 21세기 베이비부머 세대는 지구상에 그 어느 세대보다 부유하다. 그 경제적 강점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사회 전반을 장악하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기대하기 보다 고령자에게 익숙한 환경으로 유지하려는 정체 현상을 만들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인생백세시대는 먼 미래의 얘기로 간주했다. ‘설마?’라는 의구심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제는 인생백세시대는 기본값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되었다. ‘인생백세+∝’라는 새로운 공식과 함께 믿기지 않는 내일을 맞이하고 있다.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는 합성어이다. 그리스어로 고령을 의미하는 ‘제론(geron)’과 체제를 뜻하는 ‘크라시(cracy)’가 합쳐진 단어로, 굳이 우리말로 바꾼다면 ‘장년(長年)위원회’쯤 될 것이다. 연륜은 흰 머리카락 숫자와 비례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백발은 인생의 면류관이라고 했다. 나이 든다는 것이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디지털이 발달하고 기하급수적으로 사회의 면모가 달라진다고 해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경험, 지혜의 깊이가 켜켜이 쌓인 사회 연륜은 아무도 무시할 수 없다. 제론토크라시의 사전적 의미는 ‘다름’보다 ‘틀림’으로 세대간 보이지 않는 벽을 쌓는 행위이다. 고령층과 의견이 다른 세대는 적대시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종산업 상호간에도 스스럼없이 융합하는 시대이다. 누구를 배척한다는 것은 다양성을 표방하는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이다. 발전하는 과학에 발맞추어 사회적 논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기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비록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하지만 협업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가진 세대가 독과점하겠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불어, 함께, 덕분에’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제론토크라시를 제론데모크라시(gerondemocracy)‘로 바꾸면 어떨까? 다소 억지스럽지만 제론데모크라시는 모두가 함께 더불어 잘 지내보자는 의미에서 필자가 만든 신조어이다. 고령자도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존중한다. 다만, 디지털 시대가 만든 사회적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약점은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솝우화의 ’개미‘가 농경적 근면의 대명사로 활약하던 시절에 청춘을 보냈다. 21세기 이솝우화의 ’개미‘는 융통성이 없는 고리타분한 인물로 해석된다. 고령자가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데에는 바로 이런 이유에 있다. 어제는 맞았지만 오늘은 틀린 세상이 전개되면서 태세 전환이 굼뜨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사회 잣대가 고령자의 불안감을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자극의 방어기제로 경제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치력을 발휘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누구를 견제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제론토크라시는 학문적으로 다루는 하나의 현상이어야 한다. 현실이 되어서는 안된다. 너무 위험하다. 서로 적정거리를 유지하면서 인격을 존중하고 다름을 버무릴 수 있는 소통이 일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 고령자(선배시민)도 연륜이 묻어난 경력에 최근 트렌드를 입힌 쓰임새가 사회로부터 온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래야 80 이후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건강한 노후를 즐길 수 있다.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의 일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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