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내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나를 만든다.

by 개미와 베짱이

우리는 흔히 인생의 거대한 성취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결정적 순간'에 의한다고 믿으려 한다. 삶의 궤적은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반복되는 아주 사소한 '습관'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여러분은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무엇을 하였는가?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셨을 수도 있고,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했을 수도 있다. 이 찰나의 선택은 너무나 작아서 무의미해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미래의 나를 조각하는 아주 날카로운 '정'과 같다. 습관은 단순히 '무엇을 하는가'의 문제를 넘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운동화를 신는 사람은 단순히 칼로리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을 쌓아가는 중이다. 매일 한 문장을 적는 사람은 종이 위에 글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정의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우리가 습관을 설계할 때, 사실은 우리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선택하고 길들이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그 습관이 우리를 끌고 가기 시작한다. 마치 작은 눈덩이가 산비탈을 구르며 거대한 눈사태를 일으키듯, 오늘의 작은 반복은 훗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나'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마중물이라는 것을 절대 부인할 수 없다. 지금 당신의 손에 들린 그 작은 습관 하나가, 1년 뒤 당신이 마주할 거울 속의 모습을 결정한다면, 오늘 당신은 당신의 인생이라는 캔버스 위에 어떤 습관의 붓 터치를 남기겠는가?


습관은 가랑비에 옷 젖듯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보이지 않는 힘을 내재하고 있다. 그 만큼 무섭고 두려움의 대상이 습관이다. 처음 습관은 내 자신이 스스로 길들이지만, 습관을 만드는 정체성이 확실할 때 ‘좋은 습관’으로 길들여지기가 쉽다. 매일 원고지 5장 분량의 글쓰기가 목표라고 가정해보자. 왜 매일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금방 시들해 질 수 있다. ‘작심삼일’로 마무리 될 확률이 아주 높다. 매일 글 쓰는 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글쓰기 하다는 정체성이 확고할 때 습관의 힘은 위력적이고 힘을 갖는다. 나는 '저자'가 되기 위해 글을 쓴다라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목표는 ‘평생현역’이다. 비록 정년퇴직하고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하루 하루 지내고 있다. HR은 약 20여년간 직업으로 담당했던 현장 중심의 직무이자 석박사 과정을 통해 이론을 겸비한 영역으로 강의와 컨설팅, 심사, 칼럼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평생현역은 그 무엇보다 건강이 으뜸이다. 건강해야 장시간 공개적 공간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이타적 경험을 버무려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건강해야 건강미 넘치는 컨설팅과 심사의견을 제언할 수 있다. '백세 플러스 알파시대'를 보람되고 가치있으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빼 놓지 않는 루틴이 있다.


어스름 달빛이 여명이 되어 스멀스멀 침실 창문을 타고 넘어오면 하루가 침대에서 시작된다. 알람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의적으로 몸이 느끼는 기상 시간을 좋아한다. 기지개 켜기와 함께 스트레칭을 하면서 온 몸에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고 알려 준다. 스트레칭은 나이가 들수록 꼭 필요한 것 같다. 하루하루 흘러간 세월과 맞바꾼 유연성의 끄트머리라도 붙들 요량으로 눈 뜨면 스트레칭을 한다. 스트레칭은 낙상사고 뿐 아니라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빼 놓지 말아야 할 루틴으로 여긴다. 그 다음 따뜻한 물을 한 컵 천천히 마시면서 오장육부의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따스함은 식도의 고갯마루를 넘어 갈증 해소와 더불어 오장육부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밤사이 안부를 물어본다. 스트레칭과 따뜻한 물 한 컵의 식전(食前) 행사로 빼 놓지 않는 루틴이다. 건강한 나이 듦을 위한 행동 요령 중 하나이다. 아침은 아내와 함께 준비한다. 과일과 샐러드 그리고 거피, 빵은 일주일에 한번쯤 먹는 것 같다. 드립커피는 전적으로 내 담당이다. 원두를 갈고 드립으로 커피를 내릴 때면 밤새 차분히 내려앉은 집안의 공기를 바꿔 놓은다. 식욕이 당기는 그런 분위기로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쯤 먹는 아침 식사대용빵으로 요즘에는 KFC 비스켓을 만든다. 발효가 필요하지 않아 아침에 일어나서 반죽하고 오븐에 구워 따스함을 간직한 비스켓을 한 입 베어 물면 온 몸에 온기가 전달되면서 하루가 행복함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 빵을 구울 때에도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일반 밀가루보다 통밀을 사용하고, 단맛은 덜 내기 위해 적게 넣을 뿐 아니라 흰설탕보다 황설탕을, 레시피에 없는 강황가루도 맛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섞어 만든다. 가능하면 사 먹기 보다는 몸에 맞는 것으로 직접 만들어 자급자족하려는 방향으로 생활 습관을 바꾸고 있다. 31년째 소규모의 농사를 이어오고 있다. 3월부터 11월까지 식탁 위 푸르름은 내가 직접 지킨다는 철칙으로 아날로그 방식으로 부지런함을 실천해 본다. 손수 키운 배추와 무를 이용하여 가을 김장까지 책임진다. 이 모든 것은 팔순까지 일을 해야겠다는 ‘평생현역’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직접 설계한 습관이다. 어느 것이 맞고 틀리다는 개념보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잘 부합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습관 덕분에 오늘부터 매주 월요일에는 대전에 있는 대학교에서 경영학 과목을 강의하러 다닌다. 요즘 다소 바쁘다는 이유로 브런치 글쓰기가 게을러졌다. 올 상반기에는 '한계는 나이가 아니라 편견이 만든다'는 제목의 책을 한 권 출간하여 함께 공유해 보기 위해 매주 월요일마다 기고할 것을 스스로 다짐해 본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어릴 때 몸이 기억하는 습관은 나이가 들어가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릴 때에는 말랑말랑한 찰흙과 같다. 찰흙은 아이들이 놀이감으로 좋아한다. 원하는 모양을 수시로 바꾸면서 자신만의 상상력을 담아 내는 큰 그릇이다. 그 만큼 모양을 바꾸기가 쉽다. 즉 잘못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서면 된다. 자의든 타의든 개선할 수만 있다면 고치면 되는 것이 어릴 때 습관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말이다. 그 찰흙이 시간이 덧되어지면서 모양을 갖춘 도자기로 변해 가면서 질감도 변한다. 바람에 습기가 날아가면서 굳어지고 딱딱해진다. 완성된 도자기는 바꾸기가 쉽지 않다. 바꾸려면 깨트려야 한다. 나이 들어 습관을 바꾼다는 그 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행동에 주목하기 보다 어떤 사람이라는 정체성에 주안점을 둔다면 늦었지만 습관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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